"새벽배송은커녕, 버스도 안 와"... 시골마을 '식품 사막'은 이렇습니다

이재환 2026. 2. 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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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있는 자녀들이 보내준 택배, '자녀 찬스'로 살아가는 노인들

[이재환 기자]

 지난 9일 충남 홍성군 광천장. 고령의 노인들이 시장을 보고 있다.
ⓒ 이재환
"시장에서 물건을 사긴 했는데, 무거워서 집에 들고 가기도 힘들어."

지난 9일 충남 홍성군 광천장에서 만난 한 노인이 한 말이다. 광천장은 이 지역에서는 홍성 전통시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전통시장이다. 하지만 시장 상인도, 구매를 하는 고객도 대부분 7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정부와 여당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법안을 마련한다는 소식도 들려 온다. 하지만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여전히 '먼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밤에 주문하면 새벽에 배송'되는 이른바 '새벽 배송'은 지역의 면 단위 작은 마을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지역에서는 유통구조의 문제로 택배 배송조차도 늦으면 2~3일 혹은 그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것이 서툴고 어려운 비수도권 지역의 고령층 주민들은 여전히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40~50대 비교적 젊은 층도 대부분 지역 농협에서 운영하는 하나로마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 홍성군에 살고 있는 40대 농민 한성숙씨는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주로 전통 시장을 이용한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전통시장보다는 주로 농협 하나로마트를 이용하고 있다. 일부 만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치킨 한 마리 주문도 어려운 시골

하지만 면 단위 시골 마을의 고령층 주민들에게는 시장에 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교통이 불편한 탓도 있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먼 거리의 시장까지 가는 것도 쉽지 않아서다. 면 단위 작은 시골마을에 거주하는 고령의 주민들은 시장 및 정류장과의 거리, 대중교통 이용 등의 교통문제로 식품 구매가 어려운 '식품 사막화' 현상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그나마 자녀가 있는 일부 노인들은 도시에 살고 있는 자녀들이 인터넷 주문 혹은 택배로 생필품을 보내 주는 방식, 이른바 '자녀 찬스'를 이용해 '식품 사막화'를 겨우 극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9일 기자는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한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에는 50명 남짓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7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식품 사막화'를 겪고 있는 농촌마을 주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곽현정(59) 마을 이장은 이 마을에서는 젊은 축에 속한다. 그는 "주로 농협 마트에서 콩나물, 두부, 생선, 고기류를 산다. 전통 시장은 잘 가지 않게 된다. 하지만 어르신들의 경우 고령화가 심각하다. 몸이 불편해서 버스를 못 타시는 분들도 있다. 할아버지들이 주로 시장을 보시는데 요즘은 할아버지들도 연세가 드시다 보니 무릎도 아프고, 힘들어 하신다. 노부부들이 시장을 가는 문제로 다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녀 찬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자녀들이 고향집에 올 때 필요한 물건을 사오거나, 시골집에 인터넷으로 택배를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민 A씨도 "(도시에 살고 있는) 자식들이 주방 세탁세제, 커피, 건어물 같은 반찬 등 이것저것 택배로 보내준다. 가끔 자식들에게 필요한 것을 이야기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주민 B씨는 "(택배에 적힌 글씨가 작아서) 우리 아이들이 택배로 보낸 것인지도 모를 때가 있다. 그래서 택배를 뜯어 보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며느리가 저녁에 전화로 택배를 보냈다고 하면 그제서야 택배 상자를 열어 보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어촌 지역은 기본적인 생활기반조차 무너진 지 오래다. 도시에서는 흔하디 흔한 치킨 한 마리도 주문이 어렵기 때문이다.

곽현정 이장은 "집에서 2~3킬로 떨어진 면 소재지에 치킨집이 있다. 하지만 한 마리를 시키면 배달이 안 온다. 최소 두 마리 이상을 시켜야 배달이 된다. 거리가 대략 20km 정도 떨어진 홍성읍에서는 아예 배달도 안 나온다"라고 토로했다.

고령의 주민들에게는 마을을 벗어나 인근 전통시장에 장을 보러 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 되고 있다. 과거에 잘나가던 지역 전통시장도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주민 C씨는 "장보러 갈 때도 어려움이 많다. 전화로 마을버스를 부르기도 하는데, 예약이 많아서 못가는 경우도 많다. 다음 장날로 장 보는 것을 미루기도 한다. 쿠팡이나 인터넷 배송 같은 것은 할 줄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을버스가 회관 앞까지 왔으면 좋겠는데, 그건 어렵겠지 않겠나"라고 되물었다.

주민 D씨는 "장날도 예전 같지는 않다. 시골장은 명절 때나 복잡할 뿐 평소에는 한가하다. 시골장에서 돈 번 사람들은 모두 도시로 나가서 산다고 들었다. 그러니 시골에는 점점 더 사람이 더 없어지고, 시장도 활기를 잃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구 감소, 고령화... 새벽배송은커녕 택배도 어렵다
 지난 9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행정복지센터 앞 버스 정류장. 마을 노인이 버스 정류장 옆에 세워 놓은 전동차가 보인다. 시골 마을 고령의 주민들은 버스정류장까지 전동차를 타고 나와 버스로 갈아타고 시장을 보러 가는 경우가 많다.
ⓒ 이재환
마을을 이끌고 있는 '젊은' 이장의 고민도 깊어 보였다. 곽현정 이장은 시장 접근이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곽 이장은 "가까운 하나로마트에서도 3만 원 이상이면 배송을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배송을 시켜 보면 배송할 사람이 없어서 배송이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마을에서 공동구매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라며 "농협마트에서 마을에 상품 목록과 가격표를 보내주면, 그걸 통해 마을에서 공동으로 주문을 하고 배송을 받으면 좋을 것 같다. 꼭 시도해 보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의 유통구조로는 '시골 사막화'를 막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지역의 경우, 택배 기사들조차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이나 심야 배송이 허용된다고 하더라도, 지역에서는 기존의 유통 구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광우 택배노조 충청지부 부지부장은 "정부가 쿠팡의 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이나 심야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새벽 배송은 비수도권 지역의 면 단위와는 전혀 맞지 않는 방식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부지부장은 "물론 시골 택배 기사들 입장에서도 배송거리가 비교적 먼 외곽 지역의 배송 문제는 늘 고민거리이다. 이런 지역을 배송이 어려운 '난배송' 지역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은 보통 하루 주행거리가 100km 정도 된다. 노동 시간이나 노동 강도에 비해 배송 수수료가 더 높은 것도 아니다. 배송 거리가 멀어도 배송비는 겨우 1~2백 원을 더 받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물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난배송 지역은 주로 신입 택배 기사들이 맡아서 배송을 한다. 5~10킬로 미터 정도에 한 개 정도 배송하는 수준인 곳도 있다"라며 "벌이가 안 되다 보니 신입 배송기사들이 중간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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