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소사’ 코스닥 심폐소생…상폐 요건 강화에 150개사 퇴출 후보
시총·동전주·자본잠식·공시 등 4대 상장폐지 요건 전면 손질
부실은 빨리 정리, 혁신기업은 더 빠르게 상장

올해 150여개 코스닥 기업이 상장폐지 기로에 놓일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을 강화하기 위해 시가총액·동전주·완전자본잠식·공시위반 등 4대 상장폐지 요건을 대폭 손질한다. 적용 시점도 기존 계획보다 앞당기기로 했다. 이날부터 부실기업 ‘집중관리기간’에 돌입하고, 4월 1일부터 상장폐지 절차 효율화, 7월 1일부터 4대 요건 강화에 들어간다.
12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2월부터 2027년 7월까지 한시적으로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꾸려 코스닥 상장사의 부실 여부를 전방위적으로 점검한다고 밝혔다. 코스닥본부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집중관리단은 기존 상장폐지 심사 3개팀에 더해 신설팀 1개를 포함한 4개팀 20명으로 구성되며, 필요시 인력을 추가 보강해 부실기업 상장폐지 심사를 상시 관리한다. 2026년 코스닥본부 경영평가에 상장폐지 관련 실적 비중(잠정 20%)을 반영해 집중관리단의 성과를 평가 지표에 직접 연동하는 것도 특징이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 20년간 1353개사가 상장하고 415개사만 퇴출되는 ‘다산소사’ 구조가 이어지며 시가총액은 8.6배 늘었다. 하지만 지수는 1.6배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시총 6.7배, 지수 3.8배 상승해 격차가 뚜렷했다. 이에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해 저성과·부실기업을 제때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폐지 결정 건수는 2023년 8건에서 2024년 20건, 2025년 38건으로 늘었지만 장기간 누적된 부실기업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다.

시총·동전주·자본잠식·공시…4대 상장폐지 요건 전면 손질
코스닥의 신속한 내실화를 위해 4대 상장폐지 요건 가운데 시가총액 요건은 상향 시점을 대폭 앞당긴다.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지난 1월 40억원에서 150억원으로 한차례 올린 바 있다. 당초 2027년 200억원, 2028년 300억원으로 재차 상향할 계획이었지만 2026년 7월 200억원, 2027년 1월 300억원으로 조기 강화한다.
앞으로는 관리종목 지정 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시총 기준을 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 된다. 현재는 시총이 기준 미달 상태로 30거래일 연속 지속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연속 10거래일·누적 30거래일 기준을 회복하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다. 단기적인 주가 띄우기로 상장폐지를 회피하는 관행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오는 7월 1일부터는 이른바 ‘동전주’에 대한 별도 상장폐지 요건도 새로 도입한다.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은 30거래일 연속 해당 가격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된다. 특히 액면병합을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요건을 피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병합 이후에도 주가가 액면가를 밑돌면 동일하게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다. 예컨대 액면가 500원, 주가 300원인 종목이 액면을 2000원으로 병합해 주가가 1200원이 되더라도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 미만이면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완전자본잠식 요건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사업연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만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였지만 앞으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된다. 다만 사업연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은 형식요건으로 즉시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반면,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의 경우에는 기업 계속성 등 실질 요소를 따지는 별도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판단한다.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요건도 대폭 손질한다. 우선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5점 누적’이던 상장폐지 기준을 ‘최근 1년간 벌점 10점 누적’으로 낮춰 반복적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퇴출 기준을 엄격히 한다. 여기에 더해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한 번만 적발돼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해 분식회계와 허위공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와 연계된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크게 높였다.
상장폐지 절차도 ‘길게 끌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손질된다. 지난해 코스닥 실질심사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하고 최대 개선기간을 2년에서 1년6개월로 줄인 데 이어, 올해는 1심과 2심을 합쳐 최대 개선기간을 1년(1심 최대 1년, 2심 최대 0.5년)으로 다시 축소해 상장폐지 사유 발생부터 최종 결정까지 소요 기간을 단축한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의 경우 최근 5년간 85건 중 2건만 인용되는 등 인용률은 낮지만, 사건 수가 늘면 소송기간이 200일 안팎까지 길어져 최종 퇴출이 늦어지는 만큼, 법원과 협의를 통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심리가 이뤄지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현 시점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개혁방안을 반영할 경우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 수는 당초 예상 50개사보다 100여개 늘어난 약 150개사 내외(100~220여개)로 추산됐다”며 “다만 이는 단순 추산 결과로, 향후 기업들의 액면병합·자본확충·사업개선 노력과 주가 흐름 등에 따라 실제 상장폐지 대상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실은 빨리 정리, 혁신기업은 더 빠르게 상장
금융위와 거래소는 상장폐지 요건 강화와 함께 유망 혁신기업의 원활한 상장을 위한 제도 개선도 병행한다. 지난해 발표한 ‘코스닥시장 신뢰+혁신 제고방안’의 후속조치로 AI·우주·에너지 산업에 대한 맞춤형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도입·시행한 데 이어, 올해는 혁신기술 분야와 특례상장 대상을 지속 확대해 코스닥을 성장·혁신 기업의 전용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위 측은 “부실기업은 빠르게 정리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이 코스닥을 통해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거래소를 전면 재설계하는 수준의 혁신을 추진해, 투자자는 믿고 투자하고 좋은 기업은 상장하고 싶은 시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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