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트레이드] 복잡해진 엔저 논리…달러-원 방향은

윤시윤 기자 2026. 2. 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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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이 압승한 이후 재정 확대 기대가 엔화 약세 재료로 작용했지만, 최근에는 주가 상승에 따른 엔화 매수 요인이 맞물리며 이른바 '다카이치 트레이드'의 성격이 복잡해진 모습이다.

12일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일본 정국 안정 이후 엔화 약세 베팅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연초 일본 장기금리가 급등하며 정책 기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데다, 미국 측의 엔화 약세 경계 기조도 확인된 만큼 달러-원이 추가 급등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재정 확대 우려에 따른 중장기적 엔화 약세 기대가 달러-원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겠으나, 현재 다카이치 트레이드는 경기 부양 기대에 따른 증시 강세로 이어져 엔화 매수를 자극할 수 있어 환시 장단기 영향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8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3분의 2에 해당하는 310석 이상을 확보했다. 일본에서 단일 정당이 중의원 의석의 3분의 2를 넘긴 것은 종전 이후 처음이다.

◇ 엔화 숏 기대 재점화…'완화·재정 확대' 시그널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말하는 '다카이치 트레이드'는 대규모 재정 지출과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전제로 한 엔화 숏(매도) 전략을 의미한다.

총선 전후 일본 증시는 가파르게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닛케이225 평균 주가는 총선 직후 56,363.94에 마감하며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10일에도 2% 이상 급등하며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전일에는 건국 기념일로 휴장했다.

달러-엔 환율은 선거 직후 157엔을 넘어서며 급등했으나 기준금리 조기 인상 전망 확산과 일본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등으로 상승 폭 일부를 되돌렸다.

또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엔화 약세가 대일(對日) 무역적자 감축에 역풍이 되는 만큼 일본이 미국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 매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이 압승한 총선 결과에 따라 엔화 약세와 장기금리 상승 등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미국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백악관이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이 정상회담에서 재정 건전화와 장기금리 안정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엔화 약세 기대는 완전히 꺾이지 않은 상태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고 언급하며 조기 긴축에 선을 그은 바 있고 최근에도 과도한 엔화 변동성을 경계하면서도 동시에 엔화 약세가 '수출 기업에 기회'라는 발언을 하며 엔저 선호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 추가 엔저 가능성엔 신중론…선반영된 측면도

현재 달러-원과 달러-엔 환율의 상관계수는 일주일 기준 0.961, 한 달 기준 0.809로 매우 높은 동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화 약세는 구조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달러지수 상승 압력이 커져 원화에는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다만 추가적인 엔저 심화 가능성에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카이치 총리의 강경 노선으로 미일 동맹 결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엔화 약세 경계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과거 자민당 압승 사례를 보면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를 제외하면 엔화와 원화에 급격한 충격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글로벌 유동성과 일본·아시아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원화가 현 수준에서 가파른 약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외환딜러는 "달러-엔이 150엔대 초반을 하향 이탈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엔화가 총선 이후 의미 있게 강세로 돌아선다면 달러-원도 1,400원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큰 폭 하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엔화 차입·日 증시 재투자…복잡해진 엔 캐리

한편 확장 재정이 일본 증시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외국인 자금 유입을 통해 엔화 매수세를 자극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자민당 압승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에서 환시는 중장기 재정 부담보다 단기 주가 상승을 더 민감히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인 캐리 트레이드는 엔화처럼 저금리 통화를 차입해 해외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화를 차입해 해외 자산이 아닌 일본 주식으로 재유입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는 엔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엔-원 환율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엔-원 환율은 올해 들어 940원대 박스권을 보이다가, 총선 이후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전일에는 장중 950.82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토픽스 지수가 향후 12개월 동안 약 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이후 정치·경제 안정과 정책 방향이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브루스 커크 골드만삭스 일본 주식 수석 전략가는 "미국의 핵심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일본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인프라, 조선, 전자, 핵심 광물 분야 일본 기업들은 대형주뿐 아니라 중소형주에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 기반 패밀리오피스의 한국 담당 상무는 "최근 홍콩이나 싱가포르 초고액 자산가들은 엔화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일본 주식에 재투자하는 전략을 선호한다"며 "일본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1~2% 수준으로 낮고 증시 전망도 밝아 일본 금융시장 매력도가 높다"고 전했다.

엔-원 재정 환율 추이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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