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日 여행 늘었다는데… LCC, 오히려 최대 1000억대 적자

김민영 2026. 2. 1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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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日 여행 붐… 노선 여객 수 사상 최대
인천~도쿄 왕복 20만원대 저가 경쟁
고환율에 연료비 부담↑ 수익성 잠식
게티이미지뱅크


역대급 일본 여행 수요에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실적은 줄줄이 적자로 돌아섰다. 엔저와 소도시 여행 붐을 타고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900만명을 넘어섰지만,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과 과도한 가격 경쟁이 수익성을 잠식하면서 ‘손님은 많지만 남는 이익은 없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4268만3600명으로 전년 대비 15.8%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945만9600명으로 4년 연속 방일 외국인 1위를 차지했고, 전체 방문객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간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97만4200명으로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항공편 증편과 소도시 여행 수요 확산이 방문객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일본 노선 여객 수 역시 사상 최대다. 지난해 한·일 노선을 이용한 전체 여객 수는 2731만7917명으로 전년 대비 8.7% 늘었다.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국내 LCC들은 일본 노선을 핵심 수익원으로 삼아 증편과 신규 취항을 확대했다. 도쿄·오사카 중심에서 벗어나 도쿠시마, 사가, 다카마쓰 등 소도시 단독 노선까지 늘리며 수요 선점 경쟁에 나섰다.

여객은 늘었지만… 실적은 ‘적자’


그러나 여객 호황과 달리 실적은 뒷걸음질 쳤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 1조579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1109억원으로 3년 만에 연간 적자로 돌아섰다.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이후 안전 강화를 위한 공급 조정이 이뤄진 영향이 컸다.

진에어도 3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 1조3811억원을 올렸으나 영업손실 163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연간 수송 승객은 1124만명으로 역대 최대였지만, 환율 불안과 공급 경쟁 심화로 항공권 단가가 하락하면서 수익성 방어에 실패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지던 2022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낸 것이다.

에어부산 역시 매출 8326억원, 영업손실 4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기내 화재와 외주 정비 장기화로 가용 항공기가 줄어든 데다, 일본 노선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구조 탓에 환율과 비용 변수에 더 취약했다는 평가다. 이달 말 실적 발표를 앞둔 티웨이항공도 2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고환율·출혈 경쟁 ‘이중고’

LCC들이 일본 여행 특수를 실적으로 연결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은 고환율이다. 항공사는 연료비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의 30% 이상을 달러로 결제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비용 부담이 직접 커지는 구조다. 특히 항공기 리스 비중이 높은 LCC는 환율 변동에 더 민감하다. 매출은 원화로 발생하지만, 비용 상당 부분이 달러로 나가면서 수익성이 쉽게 훼손된다.

여기에 여객 선점을 위한 출혈 경쟁까지 더해졌다. 일본 노선 공급이 급증하면서 좌석을 채우기 위한 ‘초저가 경쟁’이 일상화됐다. 이달과 다음 달 기준 인천~후쿠오카 왕복 항공권은 14만~25만원, 인천~오사카는 17만~30만원, 인천~도쿄 역시 20만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다.

중국 노선 확대… 돌파구 될까

이 같은 상황에서 LCC들은 일본·동남아 중심의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 노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오는 15일부터 시작되는 9일간의 춘제 연휴를 전후로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회복되면서 노선 다변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약 579만명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6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602만명) 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최근 중·일 외교 갈등 속에 일본행을 고려하던 일부 수요가 한국으로 이동하는 점이 변수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정책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노선 확대는 일본·동남아 노선의 과열 경쟁을 일부 완화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운임 구조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중국 노선은 대형항공사(FSC)들이 주력 시장으로 선점하고 있어 LCC의 수익 확대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단기적 수요 회복만으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어렵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노선 수요는 탄탄하지만 공급이 과도해 사실상 파이를 나눠 갖는 경쟁이 되고 있다”며 “환율이 안정되더라도 공급 조절과 구조 재편 없이는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의 9개사 난립 구조가 이어지면 업계 전반의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노선 확장 과정에서 저가 경쟁이 심화하면서 제값을 받지 못한 채 운항하는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며 “대형사와 제대로 경쟁하려면 내년 예상되는 에어부산·에어서울을 합친 ‘통합 진에어’ 출범뿐 아니라 다른 LCC들도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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