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부동산·주식 팔아 강남→강남 ‘갈아타기’…고착화된 ‘부의 대물림’
현금 자산가 ‘갈아타기’로만 진입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택이 현금 자산가의 ‘상급지 갈아타기’를 중심으로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수치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해 서울 주요 지역의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갭투자(전세 낀 매매)와 대출은 제한되면서 이런 흐름이 더욱 선명해졌다. ‘똘똘한 한 채’로 부동산시장 재편이 가속화하며 주거 이동 사다리는 더욱 희미해진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민의힘 김종양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서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서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에 집을 마련한 사람은 40%가량의 매수 자금을 부동산 처분을 통해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대비 2025년 ‘부동산처분대금 등’의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한 강남구는 28.2%에서 39.6%로 11.4% 포인트 늘었다. 서초구는 같은 기간 27.1→38.1%로, 송파구는 32.1→41.9%로 비중이 크게 뛰었다. ‘부동산처분대금 등’ 항목에 주택·토지 매각대금과 임대보증금(취득주택 외) 등이 포함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존 주택의 시세 차익을 발판 삼아 상급지로 이동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22개 자치구 ‘부동산처분대금 등’의 평균 비중이 같은 기간 29.8%에서 32.0%로 큰 변동이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이 높지 않았던 동대문구(-4.8%), 금천구(-4.5%), 성북·노원구(-0.3%)에선 이 비중이 오히려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강남 3구 주택 매수에 활용된 자금의 또 다른 특징은 증여·상속과 주식·채권 매각대금의 비중이 타 자치구 대비 높다는 점이다. 증여·상속 비중이 최근 5년 평균 2~3% 수준인 다른 지역들과 달리 강남구(4.1%)와 서초구(4.3%), 송파구(4.3%)는 4%를 넘었다. 특히 지난해 송파구는 증여·상속 비중이 5.2%를 기록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았다.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증여·상속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강남 3구에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주식·채권·비트코인 등의 매각대금 활용 비중을 보면 이런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강남구의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은 5.5%였고, 서초구(5.3%), 송파구(4.1%) 모두 평균 1~3%인 다른 자치구보다 이 비중이 높았다. 유일하게 용산구(7.1%)만 강남 3구보다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이 높았다.
강남 3구 매수자의 대출 비중은 상대적으로 다른 자치구보다 낮았다. 지난해 기준 강남구(21.0%), 서초구(18.0%), 송파구(21.1%)의 대출 비중이 20% 안팎인 것과 달리, 강북구(31.7%), 구로구(30.4%), 금천구(30.1%), 노원구(30.0%) 등 외곽 지역 매수자의 대출 비중은 30% 안팎이었다. 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외곽 지역에 처음 내 집을 마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상급지 이동은 더 어려워지고 대출 상환 부담은 더 커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강남 3구에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을 매수한 서울 거주자의 70%가량이 강남 3구 거주자였다. 이날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 3구 집합건물 매수자 가운데 강남 3구 거주자의 비중은 2021년 76.2%에서 조금씩 줄어 지난해 69.3%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른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은 같은 기간 4.9%에서 6.7%로 비중이 증가했다. 오른 집값에 주식·채권 매각대금과 증여·상속 자금을 활용해 상급지인 강남 3구로 이동하는 사람이 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똘똘한 한 채’가 주거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찬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서민의 정서적 박탈감을 유발하고, 강남 3구의 높은 집값을 다른 지역이 따라가며 ‘갭 메우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사회적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지역의 집값 안정을 이루는 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게 유의미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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