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현동 희생자, 26년 만에 '가해자 낙인' 뗀다
'종업원 제외' 조례 탓 죄인 취급
권익위, 이달 제도 개선 의견 표명
인천 중구의회, 내달 임시회서 개정
유가족 “하루빨리 약속 지켜주길”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로 숨졌던 청소년을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이유로 희생자에서 배제한 조례가 26년 만에 개정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제라도 상처를 치유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 개선'을 권고하자 중구는 "명예 회복에 나설 것"이라며 수용할 뜻을 밝혔다. 유가족은 "기나긴 세월을 가슴만 치고 살았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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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는 국민권익위 권고를 받아들여 고 이지혜 학생이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천시 중구 인현동 화재 사고 관련 보상 조례' 개정 절차에 돌입한다고 11일 밝혔다.
김정헌 구청장은 이날 유가족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통을 겪어온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오랜 세월 희생자 인정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는 1999년 10월30일 발생했다. 당시 중구 인현동 상가 건물에서 일어난 불로 57명이 숨지고 80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56명은 청소년이었고,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러 간다"고 했던 고 이지혜(당시 17세) 학생도 숨을 거뒀다.
하지만 참사 이듬해 2월 중구 보상심의위원회는 "추후 방화 가담 및 종업원 여부에 관한 법적 증빙서류 확보 후 보상금 지급을 결정한다"며 고 이지혜 학생에 대해 '보류' 판단을 내렸다. 같은 해 1월 제정된 관련 조례에서 "실화자와 가해자이거나 종업원과 건물주 및 공무 수행 중인 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한 조항이 발목을 잡았다. <인천일보 2024년 10월21·24·28·31일자 12면 '잃어버린 명예'>
가해자와 함께 분류됐던 고 이지혜 학생 명예 회복은 국민권익위 권고로 전환점을 맞았다. 국민권익위는 이달 초 "민원 신청인 자녀 책임을 인정할 만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유사한 대형 화재 사고 지원 조례에서도 종업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없다"며 구에 조례를 개정하도록 제도 개선 의견을 표명했다.
국민권익위 권고를 받아들인 구는 인천시·중구의회 등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고 이지혜 학생이 희생자로 인정받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관련 조례는 내달 17일 시작되는 구의회 임시회에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호 의장은 "국민권익위에서 명확한 판단을 내렸다. 구민 대변자인 구의회도 조례 개정으로 권고를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가족은 "딸을 잃고도 억울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숨죽여 울어야만 했다"며 그간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날 중구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 이지혜 학생 어머니 김영순(70)씨는 "가해자나 마찬가지라는 모진 말들이 비수처럼 날아와 가슴에 꽂힐 때마다 피눈물을 흘리며 우리 지혜는 죄인이 아니라고 속으로만 외쳤다. 부디 하루라도 빨리 조례 개정 약속을 지켜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순민·전민영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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