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용은 옛말… 부모 자산·수도권 거주가 계층 가른다

박세환 2026. 2. 11.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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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나는 게 가능한 시대일까. '개천용'은 물론이거니와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여유롭게 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나왔다.

개인의 노력보다 출생 환경이나 부모의 재력, 수도권 이주 선택 등이 자녀의 경제적 지위를 좌우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수도권 부모 자산 하위 25% 자녀의 수도권 이주 확률은 상위 25% 자녀에 비해 43% 포인트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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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이주 소득백분위 6.5%p↑
고향 머물면 오히려 2.6%p 떨어져
교육·주거 등 지역 간 불균형 연관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가능한 시대일까. ‘개천용’은 물론이거니와 자녀세대가 부모세대보다 여유롭게 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나왔다. 비수도권에 사는 부모 소득이 하위 50%인 1986~90년생 10명 중 8명의 소득은 부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상위 25%로 도약한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지방에서 계층의 고착화는 굳건했다. 부모와 함께 고향에 남은 자녀의 소득은 부모세대보다 소득 수준이 낮았다. 지방을 개천이 아닌 ‘큰 강’으로 탈바꿈시키는 구조적인 변화가 절실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세대 간 경제력 대물림’ 보고서에 따르면 비수도권에서 태어난 1971~85년생 가운데 부모 소득이 하위 50%였던 경우 자녀세대의 소득이 비슷한 수준에 머문 비율은 58.9%였고, 상위 25%로 소득 수준을 높인 경우는 12.9%였다. 하지만 같은 지역 조건을 가진 86~90년생의 경우 100명 중 4명만 소득 상위 25% 진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지방에서 태어나 고향에 계속 남은 저소득 가정 자녀들에게 가난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보고서에서는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의 이동 여부가 세대 간 대물림을 완화 또는 심화하는 핵심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데이터를 보면 비수도권에서 태어난 자녀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 평균 소득백분위는 부모보다 6.5% 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부모를 따라 그대로 고향에 남은 경우 소득이 오히려 2.6% 포인트 하락했다. 개인의 노력보다 출생 환경이나 부모의 재력, 수도권 이주 선택 등이 자녀의 경제적 지위를 좌우하는 경향이 점점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격차는 교육 환경과 주거 비용, 소득 수준에서 벌어진 지역 간 불균형과 맞물려 있다. 2005~2025년 사이 서울 아파트 실질매매가는 19.6% 상승했다. 수도권도 15.4% 올랐다. 반면 비수도권은 3% 하락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1인당 본원소득(실제로 벌어들인 소득 수준의 평균값) 격차 역시 2005년 320만원에서 2023년 550만원으로 200만원 넘게 확대됐다.

하지만 지방에 사는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비수도권 부모 자산 하위 25% 자녀의 수도권 이주 확률은 상위 25% 자녀에 비해 43% 포인트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권 이주를 통한 계층 상승의 기회마저 소득에 따라 갈린다. 광역권 내 이주에 따른 경제력 개선 효과가 과거에 비해 축소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비수도권의 산업기반과 일자리 강화를 위한 거점대학 육성과 균형발전 전략 도입을 주문했다. 정민수 한은 지역경제조사팀장은 “지역별 부익부 빈익빈이 개인에게 그대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며 “지방을 작은 개천에서 큰 강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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