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불영어’ 이유 있었다… 막판 19문제 교체 ‘날림 출제’

이도경 2026. 2. 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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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오류 등으로 45개중 42% 바꿔
출제·검토 부실탓 난이도 조절 실패
교사 출제위원 비율 45%로 올리고
AI가 지문 만드는 시스템 도입키로
연합뉴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과정에서 영어 문항 19개가 막판에 교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항 10개 가운데 4개를 급히 바꾼 ‘날림 출제’ 탓에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이다. 출제위원 선정부터 문항 검토까지 출제 과정 전반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출제·검토 절차를 강화하고 인공지능(AI) 영어 지문 생성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11일 이런 내용의 ‘안정적 수능 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11월 시행된 2026학년도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에 따른 후속 조치다. 특히 절대평가인 영어의 경우 1등급 비율이 3.11%에 불과해 상위 4%를 1등급으로 하는 상대평가보다 난도가 더 높았다. 수시 전형에 설정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속출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수능 출제를 담당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대상으로 난이도 조절 실패 원인을 조사했다. 영어는 출제 과정에서 45개 문항 가운데 19개(42%)가 교체됐다. 국어 1개, 수학 4개에 비해 훨씬 많았다. 교체 이유는 사교육 유사 문항, 고교 교육과정 이탈, 문항 오류 등 다양했다.

많은 문항이 교체되자 검토 절차에도 과부하가 발생했다. 사교육 유사도와 난이도 측정 등이 충실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 카르텔을 막기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인력은행(인력풀) 내에서 출제 위원을 무작위로 선정하다보니 역량이 떨어지는 위원이 포함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현행 무작위 선정 방식을 유지하되 역량과 전문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또 교사 출제위원 비중을 현행 33%에서 45%로 끌어올린다. 교사가 교수보다 수험생 학력 수준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이유다. 현직 교사들로 구성된 ‘수능 출제점검위원회’의 권한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수능 출제를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먼저 저작권 문제와 사교육 문항 판박이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해 AI로 영어 지문을 생성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평가원은 출제 과정에서 학원 등에서 만드는 문항을 골라낸다. 출제가 한창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교육에서 유사 문항이 발견될 경우 급히 교체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본 연구를 완료했고 현재는 시스템의 설계도 격인 정보화계획(ISP) 단계”라면서 “올해 하반기 시스템을 개발하고 내년(2028학년도) 모의평가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실제 수능에는 충분한 검증이 이뤄진 뒤 활용한다.

또 안정적인 출제 환경을 위해 ‘교육평가·출제지원센터’(가칭) 설립을 추진한다. 현재는 출제진과 보안 인력 수백명이 40일가량 민간 숙박시설에서 문제를 만들고 있다. 민간 시설이어서 보안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교육부는 2030년 센터 설립을 목표로 2분기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방침이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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