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꼭 잡고 만다…” 계좌까지 터는 ‘초법적’ 부동산감독원

김진욱 2026. 2. 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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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초법적인 권한을 가진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을 발의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안대로라면 이 기관은 명의 신탁(실제 소유자가 아닌 제3자에게 명의만 넘기는 것) 등을 악용한 부동산 증여 등 각종 불법 행위의 혐의 입증을 위해 금융권에 특정인의 금융 거래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주가 조작 등 자본 시장 범죄를 다루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보유한 수준의 강력한 조사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소속 직원은 특별사법경찰 지위를 받아 시세 조작 등 법령 위반 행위 26개를 직접 수사하게 된다. 사실상 ‘부동산 검찰’이 출범하는 셈이다. 금융 당국과 국토교통부, 경찰 등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데 모아 ‘단 1원의 불법적인 이익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부동산감독원의 정보 접근권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데다 행정 허들도 있어 여당의 청사진처럼 큰 활약을 펼칠지는 미지수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대표 발의한 부동산감독원법은 이 기관이 ‘금융사의 특정 점포에 조사 대상자의 거래 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요구를 받은 곳은 반드시 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개인 금융 거래의 비밀을 보장하는 금융실명법 위에 있다. 개인 신용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때 동의를 받도록 하는 신용정보법도 초월, ‘신용정보집중기관인 한국신용정보원이 조사 대상자의 정보를 내줘야 한다’고도 강제하고 있다.

금융권이 특정인의 계좌를 영장 없이 추적하겠다는 감독원의 무리한 요구에 응하더라도 비밀 누설 책임을 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항들이다. 덕분에 부동산감독원은 개인의 금융 거래 정보를 비교적 원활히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정보가 이미 특정된 사건의 사후 검증용이라는 것이다. 특정인의 거래 내역이 이상하다는 ‘감지 신호’는 금융권 전반의 의심 거래나 고액 현금 거래 등 자금 세탁 방지(AML) 보고가 집중되는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낸다. FIU가 부동산감독원의 레이더가 돼줘야 하는 것이다.

FIU는 AML 정보를 비밀 유지와 제공 요건, 제공 대상 기관의 범위 등을 특금법 등 별도의 법규로 깐깐하게 관리하고 있다. 부동산감독원법은 국가 기관에 공공 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게 해뒀지만 대상에 FIU의 AML 정보를 명시하지 않았다. 감독원 출범 후 AML 정보를 요청하면 FIU가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부동산감독원법이 ‘금융사 등’이 아니라 ‘금융사의 특정 점포’에 거래 정보를 요구하도록 설계돼 있는 점이 이 문제를 더 키운다. 예를 들어 한 감독원 실무자가 특정인 A씨의 이상 거래를 포착한 뒤 ‘그가 차명으로 은행 5곳에 분산해둔 자금을 이용했다’고 추정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느 은행, 어느 점포에 정보를 요구할지 단서가 부족하다면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부동산감독원은 ‘부동산감독협의회 사전 심의’라는 짐까지 지고 있다. 감독원이 요구할 특정인의 금융 거래 정보 내용과 목적을 미리 협의해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감독원 직원의 개인 정보 열람권 남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지만 FIU의 AML 정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라면 그야말로 족쇄에 가깝다.

결국 부동산감독원이 제보에 의존하는, 속도 느린 행정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법안은 부동산불법행위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운영을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 기관에 맡길 수 있도록 했다. 금융권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법안에서 그리는 감독원은 대상을 특정한 뒤 금융 거래 정보를 들여다봐 사건의 실체를 입증하는 능력이 크다”면서 “FIU를 통한 사건 탐지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센터 제보나 타 기관의 통보, 언론 보도 등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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