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시대, 주식 투자 위해 노인들이 매일 찾는 의외의 장소
[백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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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2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본사 1층 영업장 모습 |
| ⓒ 백진우 |
"맞아요. 5% (손해) 정도면 금방 오를 것 같아요."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증권사 객장에서 염아무개(남·75)씨와 직원 간 이같은 대화가 오갔다. 염씨는 이날 보유 주식 평가액을 출력하고자 객장을 찾았지만 방문한 김에 간단한 상담도 받았다.
그는 "근래 주변에서 주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며 "주식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전화가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날 객장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코스피 지수가 지난 1월 22일 장중 5000을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주주 친화 정책을 펼치며 주식 시장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스마트폰 앱 주식거래가 상식이 된 오늘날, 어르신은 어떻게 투자하고 있을까.
예전에는 증권사 객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 시시각각 바뀌는 주식 시세 전광판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에도 주식 투자 열풍에 객장이 어르신으로 붐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9일과 10일, 서울 객장 곳곳을 둘러보니 노년층의 주식 투자를 위한 발걸음은 증권사 대신 카페와 도서관 등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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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2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본사 1층 영업장 입구 옆 주식 현황판이 장 개장을 앞두고 있다. |
| ⓒ 백진우 |
첫 고객 김자오(남·78)씨는 9시 19분쯤이 되어서야 번호표를 뽑았다. 그는 "주식에서 손해를 보고 있어서 투자 종목을 바꾸러 왔다"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자주 이곳을 찾냐는 질문에 "1년에 한두 번 방문한다"며 "오늘 스마트폰으로 주식하는 방법을 배워 앞으로는 앱으로 거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취재 과정에서 직접 주식을 거래하려고 객장에 방문했다는 어르신은 그가 유일했다. 9일 여의도 일대 객장 6곳을 방문했지만 대부분 붐비지 않는 모습이었다. 노년층이 다수이긴 했지만 중년층도 많았다. 대부분 일반 은행처럼 작은 대기 공간과 창구만 있어 오랜 기간 자리 잡고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나마 한국투자증권 본사 내 영업점 대기 공간이 넓어서인지 이곳에서 핸드폰으로 주가창을 보고 있는 노인 대여섯 명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주식 매매보다는 자산 평가 및 상담 등을 목적으로 방문한 모양새였다.
한국투자증권 홍보실 관계자는 "요즘 객장에 직접 주식 거래를 하기 위해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오시더라도 대부분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상담받기 위해 오신다"고 말했다. 그리고 "앱 사용이 어려우신 분들께는 저희가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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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2월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국투자증권 본사 1층 영업장 입구 옆 주식 현황판 앞에서 기자가 ETF(상장지수펀드) ‘코덱스 코스피’ 1주를 구매하기 위해 현금을 들고 있다. 이미 온라인 전용 계좌가 있어 현금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증권사를 찾아야 했다. |
| ⓒ 백진우 |
현금 6만 원을 건넸다. 직원은 주식 거래 의사에 대한 녹음이 필요하다며, 책상에 있는 검정 전화기로 기자에게 전화했다.
"사시려는 종목 코덱스 코스피 ETF 맞으세요?"
"네, 맞습니다."
"지금 바로 체결되고 5만 4735원인데 해드릴까요?"
승낙하자 카카오톡으로 주식 체결 안내가 왔다. 그리고 현금 4990원을 돌려받았다.
1970년대부터 주식에 투자해 왔다던 염씨는 "10년 전부터 앱으로 주식을 거래했다"며 "직접 객장에서 하는 것보다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오전 9시마다 1시간 정도 핸드폰으로 주식투자를 한다. 다만 "평가액을 종이로 보는 게 좋아 주마다 한 번씩 증권사에 들른다"고 이날 방문 목적을 설명했다.
예전에는 증권사에서 투자했지만… 지금은 휴대폰 들고 '카페' '도서관'
코로나 이전만 해도 '전광판 객장'을 찾으면 노인들의 주식투자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국내 최초 디지털 전광판이 2016년 철거되는 등 전광판은 자취를 감추었고 더 이상 노인들도 객장에 많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주식에 투자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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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2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동역 인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김아무개씨(여·77) 노트북과 메모 |
| ⓒ 백진우 |
그리고 오후 2시까지 계속 시세 변화를 지켜보며 거래 여부를 판단한다. 그의 매매 방식은 담당 직원을 통한 전화 주문이다. 그는 "앱을 쓰는 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실수할 수 있다"며 "수수료를 더 내지만 숫자를 잘못 쓰는 것보단 낫다"고 했다. 매일 거래하지는 않는다. 마지막 주문은 지난주였다고 했다.
그가 주식을 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처음부터 카페를 찾지는 않았다. 예전에는 증권사 자리가 넓어 증권사로 갔지만, 최근 공간이 좁아져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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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2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도서관 2층 사회과학자료실에서 이용자들이 신문을 보고 있다. |
| ⓒ 백진우 |
그에겐 책과 신문, 그리고 유튜브가 선생이다. 매일 오전 8시, 그는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로 향한다. 국회도서관에 가기 위해서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책은 의무적으로 국회도서관에 납본되기에 원칙적으로는 국내 모든 도서를 이곳에서 구할 수 있다. 그리고 신문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다.
9일 오후 국회도서관은 물품 보관함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수험서를 공부하는 청년층과 각종 자료를 보는 노년층이 많았다. 2층 사회과학자료실 20여 개의 신문 열람대에는 대부분 어르신이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류씨는 "반도체주 동향과 같은 전반적인 경제 흐름은 신문이나 뉴스로 보고, 실력 있는 애널리스트의 유튜브도 참고한다"면서도 "경제 방향이라든가 깊은 지식은 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높아진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에 "급하게 투자하면 안 된다"며 "투자하고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오르는 게 아니라 트렌드도 읽고 뉴스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들에게 주식투자는 삶의 활력이기도 했다. 김씨는 주식투자가 용돈벌이도 되지만 "치매 방지에 도움이 된다"며 "재밌고 시간도 잘 간다"고 말했다. 류씨도 "매일 밖으로 나와 1만 보를 걷고, 책을 읽고, 때로는 투자도 한다"라며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라고 했다.
주식투자에 참여하는 노인은 많아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70대 이상 상장법인 개인 소유자는 2021년 약 70만 명이었으나 매해 꾸준히 늘어 2024년 98만 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체 개인투자자 대비 비중도 약 5%에서 7%로 늘었다.
이들의 국내 주식 선호도 높다. 9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이상은 증권 상품 보유 금액을 기준으로 약 80%를 국내 주식에 투자해 30%가량에 불과한 20대와 대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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