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시즌2 제작 확정... 우리는 장애인을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유경림 2026. 2. 11. 12:0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장] 정보와 경험 제한될수록 편견 강해져... 함께하는 경험이 차별 완화의 출발점

[유경림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포스터
ⓒ KT ENA
인기리에 종영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즌1을 재미있게 본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러다 문득, 지인과 나눴던 한 대화가 떠올랐다.

"자폐가 있는 사람들은 우영우처럼 행동해?"
"다 그런 건 아닌데, 우영우처럼 상동행동이나 반향어는 나타나기도 해."
"그럼 너희 학교에 있는 자폐 학생들도 우영우랑 비슷해? 한번 본 걸 다 기억하고 그래?"

지인의 질문에는 악의가 없었다.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인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드라마 속 우영우의 모습을 보통의 장애인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체감한 순간이었다.

서번트는 자폐의 '대표 모습'이 아니다

우영우처럼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를 '서번트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서번트 증후군은 매우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도 10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재도 드문데, 그중에서도 소수의 장애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자주 봐왔던 지인은 이를 보통의 모습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천재 변호사 우영우, <굿닥터>의 천재 정형외과 의사 박시온,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피아니스트 진태까지, 이들 모두 서번트 증후군의 특징인 뛰어난 기억력과 특정 능력이 강조된 캐릭터들이다.

물론 이러한 미디어 콘텐츠가 장애 인식 개선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방영 이후 자폐성 스펙트럼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고, 장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그러나 장애인 주인공이 자주 등장한다고 해서 곧바로 장애 인식 개선으로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평범한 장애인'의 모습을 충분히 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교사끼리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인이 100명이라면, 100명의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인이 있다.'

같은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라고 해도 언어 특성이나 상호작용 방식은 모두 다르다는 뜻이다. 어떤 학생은 구어 표현이 능숙한 반면, 어떤 학생은 그림 카드로 의사소통을 한다. 특정 자극에 둔감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소리에 예민해 헤드셋을 착용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학생도 있다.

다른 장애 역시 마찬가지다. 지적장애, 시각장애 등 같은 장애 유형이라 하더라도 의사소통 방식이나 선호하는 활동은 개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결국 같은 장애 유형이라도 그 모습은 다양하기 때문에 장애의 단일적 특성으로 당사자를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장애인 만날 기회가 없는 사회

문제는 사람들이 장애의 다양성을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장애인들과 만나는 것을 고사하고 길거리에서 마주칠 기회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험의 부족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충분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들을 마주하면, 사람들은 기존의 단편적인 이미지나 지식의 틀로 바라보게 되고 막연한 두려움과 거리감으로 이어진다. 지하철에서 장애인이 기분이 좋아 소리를 지르거나 상동행동을 반복할 때, 주변 사람들이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자리를 옮기는 모습처럼 말이다.

이러한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은 개인의 태도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들을 향한 획일적이고 부정적인 시선이 모이면 집단적 여론이 되고, 결국 사회에서 배제하려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애인을 향한 무의식적 경계와 불안은 곳곳에서 사회적 갈등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애인 시설에 대한 님비(NIMBY) 현상이다. 2022년 서울 강서구에서는 장애인 복지시설이 주민 반대로 4년 넘게 지연된 끝에야 공사를 시작했다. 2021년에는 여대생들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 인근에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이 들어오면 학생들이 입주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시선은 교육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2022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특수학급 설치를 두고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들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사례도 있었다. 장애인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 차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단 만나야 인식은 바뀐다

그렇기에 장애 인식 개선에서 핵심은 장애인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장애인을 많이 보고, 많이 만나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활동하고 교류하며 경험을 쌓는 일은 차별과 편견을 완화하는 데 강력한 역할을 한다.

내가 특수교사로 일하며 깨달은 것도 바로 이것이다. 박물관 현장체험학습을 갔던 날, 다른 학교의 비장애 학생들은 처음에는 우리 반 아이들의 행동을 신기하다는 듯 힐끔거리며 쳐다보곤 했다. 하지만 오전 내내 같은 공간에서 여러 차례 마주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반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됐다.

학생들과 지하철을 탔을 때, 우리 반 학생이 신이 나 '갸갸갸' 하고 계속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기분이 엄청 좋구나"라며 그 행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주변의 시선은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장애인을 직접 만나고 이해할 기회가 늘어날수록, 부정적인 인식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했다.

직접 경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이다. 누구나 장애인을 직접 만날 기회를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디어는 장애를 보여주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다양한 장애인을 미디어로 접할 때, 사람들은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여전히 제한적이며, 미디어 속 모습도 현실과 다르거나 동정과 연민 중심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 속에서 '장애인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라는 말이 과연 사람들에게 와닿을 수 있을까? 장애인의 보통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사회에서 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나아가, 장애인이 권리를 요구하고 사회적 문제를 제기할 때, 우리는 과연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장애 인식은 추상적인 이해보다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 장애인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제한될수록 이는 편견과 배제로 이어지기 쉽다. 그렇기에 장애인의 '보통의 모습'을 보는 것, 이들과 함께하는 경험은 단순한 접촉을 넘어 인식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이러한 경험이 사회 전반에 축적될 때, 장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우영우 이후 사회가 진짜 바뀌려면 그 시작은 드라마 속 천재가 아니라 우리 곁의 평범한 장애인을 만나는 데서부터일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