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재테크]AI는 혁명일 수 있다, 그러나 코스피는 이미 미래를 선반영했다

조슬기나 2026. 2.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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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부풀고 있다. 한쪽에서는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술"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다른 쪽에서는 "닷컴버블의 재현"이라고 경고한다. 이 두 주장 모두 일정 부분 진실이다. AI는 실제로 산업과 경제 구조를 바꿀 가능성이 있지만, 주식시장은 이미 미래를 선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술의 위대함이 아니라, 그 기술을 둘러싼 자산 가격의 움직임이다. 자산시장은 언제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작동한다. 지금의 AI 붐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재 시장이 과열 상태에 진입했음을 '4가지 O(Over)' 프레임으로 진단했고, 투자 거장 하워드 막스는 이런 과잉이 반복되는 이유를 역사적으로 설명한다.

첫째는 고평가(Over-valuation)다. AI 테마주 급등 이후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고점에 가깝다. 일부 기업은 실제로 이익을 내고 있지만, 시장 전체가 장밋빛 미래를 지나치게 앞당겨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둘째는 과잉 소유(Over-ownership)다.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절반 이상이 주식이며, 상당 부분이 기술주와 AI 관련 종목에 집중돼 있다. 'AI에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면서, 시장은 점점 분석이 아닌 군중 심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막스는 이런 국면을 "위험이 가장 낮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실제로는 가장 위험한 때"라고 경고한다.

셋째는 과잉 투자(Over-investment)다. 이번 사이클의 특징은 대규모 자금이 실제 인프라 투자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전력망, 반도체 설비 등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 이는 '버블의 순기능'일 수도 있다. 실제로 닷컴버블 이후 인터넷 인프라가 남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AI 인프라는 축적될 것이다. 그러나 자본 회수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넷째는 과도한 레버리지(Over-leverage)다. 현재 수준은 아직 2008년 금융위기 직전만큼은 아니지만, AI 인프라 투자는 점점 부채 중심 구조로 옮아가고 있다. 데이터센터 특수목적법인(SPC), 회사채 확대, 신용스프레드의 미세한 변화 등은 위험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 네 가지 조건이 동시에 나타날 때, 시장은 대체로 버블의 중·후반부에 있었다. 즉, 지금이 꼭 붕괴의 시점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기대 수익은 줄어들고 충격에 대한 민감도는 커진다는 신호다.

한국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코스피는 76% 상승했고, 올해 1월에도 24% 오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법 개정, 배당세 분리과세 등 제도 개편이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밸류에이션 지표는 이미 과열 국면을 넘어섰다. 1월 말 기준 코스피(5224.36)는 장기 추세선(HP 필터) 대비 약 29% 고평가됐으며, 시가총액 대비 광의통화(M2) 비율은 108.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하는 명목 GDP(4.9%)와 비교해도 50% 이상 고평가 상태다. 수출과의 괴리도 크다. 1월 수출은 일평균 28억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기반한 적정 코스피와 비교하면 약 74% 고평가됐다. 이는 IT버블 당시보다도 심각하다.

경기 선행지표도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국 선행지수와 국가데이터처의 순환변동치는 2026년 1분기를 정점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지수의 상승을 견인할 수는 있으나, 실물경제의 하방 압력은 점차 강해질 것이다.

하워드 막스는 이번 AI 국면을 '평균회귀형 버블'이 아니라 '변곡점(inflection) 버블'일 수 있다고 본다. 기술은 살아남지만, 지금의 주도 기업이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 시장에서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위대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는가?"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절제다. 미래에 투자하는 가장 위험한 방식은, 그 미래가 이미 보장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중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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