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사우디 호위함… 한국·EU ‘방산 라이벌’ 격돌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는 한국과 독일이 중동 최대 방산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의 호위함 도입 사업에서도 맞붙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우디 호위함 수주전에는 프랑스 스웨덴 이탈리아도 가세할 것으로 보여 올해도 ‘해양 방산 라이벌’인 한국과 유럽 간 방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11일 해외 방산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는 최근 사우디 측에 MEKO A-200 호위함 도입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MEKO A-200은 3950t급의 중형 호위함으로, 구매국 요구에 맞춰 무장·센서·전투체계를 비교적 쉽게 바꿀 수 있는 모듈식 설계가 특징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사우디 왕립해군(RSNF)과 TKMS가 호위함 도입 가능성을 두고 접촉한 정황이 보도됐는데, 비공식 논의에서 사업 제안 단계로 발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2010년대 중반부터 홍해와 아라비아만의 해상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SNEP II)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노후 전력 교체와 함께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통해 자국 방산 산업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030년까지 국방 조달의 50% 이상을 현지 생산 제품으로 대체하려는 사우디의 ‘비전 2030’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는 평가다.
사우디의 호위함 도입 규모는 6000t급 호위함 5척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르면 올해 중에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사업 규모를 호위함 1척당 4~5억 달러(약 6000~7000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2024년 호주 정부가 발주한 10조원 규모의 신규 호위함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호주 정부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독일 TKMS를 최종 후보로 낙점했고, 지난해 미쓰비시중공업을 최종 계약자로 선정했다.
이후 지난해 12월에는 8조원 규모의 폴란드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화오션과 TKMS를 비롯한 6개 업체가 다시 맞붙었고, 스웨덴 업체 사브가 최종 선정됐다. 한국이 탈락한 이유를 두고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바이 유러피안’ 정책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 관계 등 지역적·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과 TKMS는 현재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다시 일대 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수주전은 사업 규모가 최대 60조원에 달해 단순한 잠수함 수출을 넘어 양국의 외교력과 산업 역량을 시험하는 ‘국가대항전’으로 번지고 있다. 캐나다는 다음 달 2일까지 최종 제안서를 제출 받고 올 상반기 중에 최종 계약자를 선정한다.

한국이 세계 주요 해양 방산시장을 끊임없이 두드리는 상황에서 사우디 호위함 수주전은 한국이 중동 지역에서 해양 전력 분야의 입지를 확대하는 시험대로 평가된다. 사우디는 연간 100조원대의 국방비를 지출하는 중동 최대 방산 시장이다. 이번 호위함 수주전은 향후 구체화될 사우디의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우디 수주전에는 독일 TKMS뿐 아니라 유럽의 전통 강호인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이탈리아 핀칸티에리가 모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유럽 방산 기업들과 다시 한번 글로벌 수주전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나발그룹은 2019년 사우디 국영 방산기업인 SAMI와 해군 함정 건조 관련 파트너십을 맺는 등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고, 나반티아는 사우디와 2200t급 초계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럽 업체들은 이러한 실적을 호위함 수주전의 강점으로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은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12일까지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중동 최대 방산전시회 ‘2026 국제방산전시회(WDS)’에 참가해 사우디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사우디 요구 조건을 최적화한 6000t급 수출형 호위함 ‘HDF-6000’을 포함해 총 8종의 함정을 선보였다. 현지 국방 산업을 육성하려는 사우디 정부 기조에 맞춰 단계적 현지화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IMI 조선소를 중심으로 HDF-6000의 현지 건조 비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외에도 HD현대중공업은 WDS 기간 중에 사우디 투자부 및 LIG넥스원, STX엔진 등 국내 기업 12개사와 함께 ‘사우디 현지 공급망 구축을 위한 공동 MOU’를 체결한다.

국내 방산업계는 한국이 독일 등 유럽의 전통적인 해양 방산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글로벌 수주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한국의 달라진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이 주도하는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과 HD현대중공업이 주도하는 사우디 호위함 수주전에서 한국이 각각 승기를 잡는다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유럽을 넘어선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캐나다 정부는 한화오션과 TKMS의 잠수함 성능이 비슷해 자국에 대한 경제적 기여도가 수주전 성패를 가를 거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상태다.
사우디 역시 함정의 설계·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에 더해 현지 건조와 산업협력 전략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 IMI 조선소와 연계돼 있는 HD현대중공업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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