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노인일자리'도 바꿔 놓겠네

이혁진 2026. 2. 1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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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미스매칭'으로 작은도서관 환경미화 일을 하며 생각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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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환경미화원은 마대와 대걸레 등 청소도구를 잘 관리해야 한다.
ⓒ 이혁진
정부가 추진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은 지자체 일자리 운영 전담기관이 참여자를 모집해 이들을 관내 일자리 수요처에 알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필자가 희망한 분야는 '공공기관지원사업'으로 도서관, 주민센터, 세무서 등의 행정사무와 서비스를 지원하는 업무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작은도서관이 요구하는 일은 사서 보조가 아니라 도서관 청소를 돕는 환경미화 작업이다. 사실 이전에 일자리 전담기관이 본인의 이력과 적성에 맞춰 여러 공공기관을 추천했는데 까닭 없이 취소되면서 작은도서관에서 이러한 일이 생겼다. 소위 '일자리 미스매칭'이다.

행정사무와 서비스 지원했는데 청소를?

뜻밖의 일자리 제안에 난감했다. 일자리 전담기관과 수요처 간의 입장이 간혹 다를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업무를 접하니 당황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다른 일자리를 계속 바꿔달라고 할 상황도 아니었다.

결국 포기하려던 마음을 접고 청소 작업에 도전하겠다고 의향을 전했다. 이에 도서관장은 놀라면서 내가 과연 낯선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미덥지 않은 눈치를 보였다. 이렇게 상황이 정리되고 첫날부터 2층 규모 작은도서관의 건물계단과 화장실 청소 등 환경미화 작업을 시작했다. 필자로서는 일자리 미스매칭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처음 며칠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좁은 화장실에서 청소하느라 허리와 어깨가 아프고 쑤셨는데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다. 이를 지켜본 관장도 내게 품은 미심쩍은 걱정을 모두 내려놓은 듯 표정이 밝아졌다.

한편 2024년 12월, 대한민국은 총인구에서 65세 이상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를 맞았다. 하지만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5'에 따르면, 66세 이상 노인 소득 빈곤율(중위소득의 절반 미만을 버는 비율)은 39.7%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5월 나온 국회예산정책처의 '인구·고용동향 &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5세 이상 고용률은 37.3%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이는 노후 소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고령자 고용동향 자료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고령자(55~64세) 고용률이 70.5%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란다. 정부도 매년 노인일자리를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AI(인공지능)와 로봇이 노인일자리 상당 부분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도전은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필자의 환경미화원 도전도 과거 이력과 경험이 곧 사장될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 할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도전과 용기 중요

나 뿐만 아니라 전직 교장이 동네 쓰레기를 수거하고 전직 고위공무원이 교통안전 지킴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의 전직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세상은 급변하고 직업관도 달라졌다.

앞으로 본인이 원하는 노인일자리는 줄어들고 필자처럼 '불편한 선택'을 요구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것이다. 노년에도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와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가만 생각하면 환경미화작업에 도전할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다. 적응하지 못하고 실패할지라도 다시 시도해보겠다는 삶의 각오가 스스로도 대견하다.
 공기청소기 등 다양한 청소도구를 잘 관리해야 한다.
ⓒ 이혁진
이번 기회에 청소작업을 보다 전문화 할 요량이다. 청소 고수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현장에 시도하는 것이다. 은퇴 후 집에서 꾸준히 하던 쓰레기 분리수거와 화장실 청소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청소업무라는 편견을 버리고 자존심도 내려놓았다. 환경미화원은 건강하고 체력이 받쳐준다면 노인들에게 적합한 직종이다. 청소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도서관 환경에 일조한다는 사명감에 일하는 보람도 있다.
 작은도서관 내부 서가, 청소를 마치고 쉬는 시간에는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 이혁진
'호강에 겨우면 사서 고생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청소를 마치고 대걸레 탈수기를 이용할 때의 기분은 상쾌하고 행복하다. 환경미화원이 '신의 한 수'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일자리에 대한 도전과 용기가 중요하다.

올해 호기롭게 시작한 노인일자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작은도서관 특성상 책을 가까이하는 즐거움도 있을 것이다. '독서하는 환경미화원', 새로운 역할에 거는 기대와 희망으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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