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위의 '생존 동거'…극장가, 부동산 털고 '체험' 입나
'공룡' 탄생보다 '군살 빼기' 주목
부채비율 1400% 육박한 '벼랑 끝 연합'


국내 멀티플렉스 업계 2위 롯데시네마와 3위 메가박스의 '한 지붕 두 가족'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아이엠엠크레딧앤솔루션(IMM CS)이 두 회사의 통합 법인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 중이다.
합병이 성사되면 신설 법인은 롯데시네마(133개)와 메가박스(115개)를 합쳐 상영관 248개를 보유하게 된다. 숫자만 놓고 보면 업계 1위 CJ CGV(184개)를 단숨에 앞지르는 '공룡'이 탄생한다. 그러나 거대 연합 추진의 이면에는 처절한 재무적 위기감이 깔려 있다. 양사는 부채비율이 지난해 나란히 1400%를 웃돌며 자본잠식 단계에 진입했다. 엔데믹 뒤에도 관객 수가 회복되지 않아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모기업의 수혈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구조적 한계가 외부 자본 유치와 합병이라는 극약처방 논의를 가속했다고 볼 수 있다.
빚더미 위 '공룡'…확장 아닌 '줄여야 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합병 논의의 핵심 키워드로 확장이 아닌 압축과 효율을 가리킨다. 두 브랜드가 인접 상권에서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을 벌이던 비효율을 걷어내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당장 물리적 통합은 아니더라도 운영 시스템 일원화나 인접 지점 간 기능 재배치 등 뼈를 깎는 경영 효율화 작업이 뒤따를 수 있다.

합병 법인은 장기적으로 248개에 달하는 사이트를 대폭 줄이는 고강도 다이어트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가치를 높여 투자금 회수에 나서야 하는 재무적 투자자 입장에서, 중복 비용을 덜어내는 선택과 집중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군살 빼기는 비용 절감을 넘어, 한국 영화산업의 패러다임을 '스크린 수 경쟁(부동산)'에서 '관람 경험 경쟁(콘텐츠)'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보편화로 '일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관객은 크게 줄었다. 반면 압도적 시청각 경험을 제공하는 아이맥스(IMAX), 돌비 시네마 등 특수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합병 법인이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유동성을 특수관 리뉴얼에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OTT나 안방극장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압도적 몰입감을 제공하지 못하면, 극장의 존립 근거가 사라진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이 투영돼 있다.
배급 시장까지 '지각변동'… 공정위 판단이 최후 변수
이번 딜이 태풍의 눈으로 지목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롯데컬처웍스의 배급사업부(롯데엔터테인먼트)와 메가박스중앙의 콘텐츠 부문(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이 통합될 경우, 투자·배급 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진다. '서울의 봄'과 '범죄도시' 시리즈 등을 통해 신흥 강자로 부상한 플러스엠과 전통의 배급 명가 롯데의 만남은, 그 자체로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초대형 배급사의 탄생을 의미한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가능해진다. 거대 사업자 탄생에 따른 독과점 논란은 여전한 뇌관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시장의 정의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변수다. 경쟁 상대를 단순히 다른 멀티플렉스가 아닌 넷플릭스 같은 OTT나 유튜브로 넓게 해석한다면, 독점이 아닌 '글로벌 공세에 맞설 생존 경쟁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물론 공정위 승인은 '법적 허가'일 뿐, '시장의 생존'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합병 법인이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한 수익성 개선에만 몰두할 경우, 관객 이탈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이 거대 연합의 성패는 사모펀드의 계산기가 아닌, 관객이 기꺼이 지갑을 열 만한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통합은 단순히 재무적 덩치를 키우는 물리적 결합을 넘어, '즐겁지 않은 공간'으로 전락한 극장이 대중문화의 중심지라는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마지막 체질 개선이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합병 법인이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자산으로 노후화된 일반관의 한계를 과감히 걷어내고, OTT가 결코 모방할 수 없는 '현장성'과 '심미적 몰입'을 제공하는 '라이프스타일 거점'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극장의 실질적 부활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 집무실서 창틀에 다리 '척'…일광욕한 고위 공무원에 멕시코 '와글와글'
- "35세 넘으면 양수 썩는다" 발언 가수, 43세 임신에 日 '갑론을박'
- "사진 촬영, 신체 접촉 금지"…이효리 요가원에 올라온 공지사항, 무슨 일?
- 순댓국집 논란에 입 연 이장우 "4000만원 미수금, 중간업체 문제로 발생"
- "구급대원이 성추행, 몰래 촬영까지" 유명 여배우 폭로에 태국 '발칵'
- "포장 뜯자마자 버렸다" "인분 냄새" 난리에 전량 회수…알고보니 "그럼 딴 빵 아닌가?"
- "버릇 고쳐놓겠다"…흉기로 14살 아들 찌른 엄마 입건
- '직원 657명 회사' 연봉 두 배 뛰었다…"한국 꺼 살래" 열풍 불더니 '평균 1억'
- "잠들기 전 이 행동, 심장 망친다"…전문가가 경고한 4가지 습관
- "AI의 아첨, 합리적인 존재도 망상 빠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