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인공지능의 대답, 인간의 응답

2026. 2. 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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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올림픽의 정신은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다.

두려움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믿어 왔던 언어를 통한 추론과 판단을 인공지능이 탁월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해 지구의 새로운 지배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동반자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위기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는 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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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


근대 올림픽의 정신은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다. 이 구호는 스포츠를 넘어 근대 이후 인간 문명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더 빠른 답을 요구하고, 더 넓은 세계로 이동하며, 더 높은 성취를 향해 경쟁해 왔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지금 이 경쟁의 가장 앞자리에 서 있는 존재처럼 보인다.

인공지능의 발달 앞에서 사람들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경이로움은 인공지능이 다양한 계산과 판단의 영역을 매우 빠르게 장악하고 있으며,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인간을 넘어서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두려움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라고 믿어 왔던 언어를 통한 추론과 판단을 인공지능이 탁월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해 지구의 새로운 지배종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동반자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질문 속에서 자주 생략되는 것이 있다. 바로 우리는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자연과학적 세계의 원리에 따라 설계되고 작동한다. 측정 가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확률 계산과 인과적 추론, 반복 학습을 수행하는 체계다. 물론 이러한 체계는 점점 정교해지고 있으며, 장기 계획이나 목표 수정처럼 보이는 행동도 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과 목표는 여전히 인간이 설계한 구조와 데이터 환경 안에서 이루어진다.

반면 인간은 자연 세계가 아니라 일상 세계를 살아간다. 인간 역시 계산하고 예측하며 확률적으로 판단하지만 그 판단의 결과를 의미로 해석하고 책임으로 떠안으며 다시 자기 경험 속에서 수정해 나간다. 예컨대 나에게 2026년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이나 2025년과 2027년 사이에 놓인 시간의 양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한 사건과 선택, 실패와 후회, 그리고 의미의 재구성을 포함하는 삶의 시간이다. 인공지능은 2026년을 시간 정보로 처리할 수는 있지만 그 시간 속에서의 선택을 자기 삶의 일부로 회고하고 책임지는 주체로서 그 해를 살았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인간의 경험은 더 많은 양질의 정보를 얻는 데 있지 않고, 더 다층적으로 살아가는 데 있다.

진정한 위기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는 순간이 아니다. 위기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 가치와 삶을 오직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라는 기준으로만 평가할 때 발생한다. 속도와 효율, 성과와 영향력만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인공지능은 인간을 손쉽게 능가할 것이다. 그때 인간은 주체에서 사용자로, 사용자에서 의존자로, 마침내는 모든 데이터의 평균값으로 축소된다. 인간의 가치가 사라지는 이유는 인공지능의 탁월성 때문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질문하고 해석하는 역할을 포기할 때다.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답은 ‘가장 효과적인 지시’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확장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해야 한다. 빠른 반응, 효율적인 문제 해결, 높은 점수를 받는 답은 삶의 응답이 될 수 없다. 인간의 삶은 다양한 해법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 보고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후회, 모순과 고통, 아쉬움과 염려가 삶을 귀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인간은 질문에 응답하는 존재다. 실수와 후회, 망설임과 실패 속에서 자신만의 응답을 구성해 가는 방식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한다. 우리는 개인에게 실수할 수 있는 권리, 서툴 수 있는 권한, 자신의 방식으로 질문을 붙들고 나아갈 수 있는 역량을 존중해야 한다.(이 글은 인공지능과 대화하며 작성했습니다)

차명호 평택대 상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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