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SNS 중독, 설계 탓인가’… 인스타·유튜브 美 재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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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 최고경영자(CEO)들이 곧 미국 법정에 선다.
청소년 SNS 중독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배심원단이 SNS 설계 방식과 청소년 정신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인정할 경우 과거 미국 거대 담배 회사들이 흡연의 유해성를 은폐했다는 이유로 수조 원대 합의금을 물어야 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을 빅테크 기업들이 맞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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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패소 시 천문학적 배상금
1990년대 ‘빅 토바코’ 소송 비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주요 소셜미디어(SNS) 최고경영자(CEO)들이 곧 미국 법정에 선다. 청소년 SNS 중독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 결과의 파급력이 1990년대 ‘빅 토바코’ 소송과 맞먹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심원단이 SNS 설계 방식과 청소년 정신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인정할 경우 과거 미국 거대 담배 회사들이 흡연의 유해성를 은폐했다는 이유로 수조 원대 합의금을 물어야 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을 빅테크 기업들이 맞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NBC 방송과 AFP통신 등은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1심 주 법원에서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와 유튜브를 상대로 한 재판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재판의 쟁점은 기업들이 의도를 갖고 청소년이 플랫폼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구조를 설계했는지 여부다. 소송을 제기한 20세 여성 케일리 G.M은 자신이 10년 넘게 SNS에 중독된 상태이며 이로 인해 불안과 우울증, 신체적 장애를 겪게 됐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콘텐츠 소비를 유도하는 ‘무한 스크롤’이나 ‘좋아요’ 버튼, 영상 자동 재생, 알고리즘 추천 등이 중독을 유발한다고 본다. 소송대리인 마크 래니어 변호사는 “메타와 유튜브는 표면적으로 아동 보호와 플랫폼 이용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하지만, 내부 문서를 보면 전혀 다른 입장이 드러난다”며 “어린이를 주요 고객층으로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짚었다.
피고 기업들은 이를 완강히 부인한다. 메타는 지난달 발표한 성명에서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의 책임을 SNS 기업에 돌리는 건 심각한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 하는 것”이라며 “원고 측은 메타의 내부 문서를 선별적으로 인용해 잘못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SNS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주 겸 CEO는 조만간 증언대에 설 것으로 보이며,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도 이르면 오는 12일 법정에 출석할 전망이다.
SNS 설계 방식과 중독 사이의 연결성이 인정되면 빅테크 기업들은 엄청난 배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수익 모델의 핵심인 알고리즘을 대폭 수정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수천 건의 유사 소송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벨웨더 재판’(시험 재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SNS가 청소년의 우울감과 불안감 등을 야기한다며 개인과 교육청, 각 주 정부 등이 줄소송에 나선 상황이다.
SNS 중독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미성년자 이용을 제한하는 조치들이 이뤄지는 상황이다. 호주와 말레이시아는 최근 16세 미만의 SNS 접속을 전면 금지했다.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체코 등에서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14세 이하 청소년에 한해 ‘중국판 틱톡’ 도우인의 하루 이용 시간을 40분으로 제한했다. 한국도 정부 차원에서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전면 차단을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일 정책 간담회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SNS 문제는 일방적인 규제로 해결할 수 없다”며 “실제 이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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