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 대통령 “법왜곡죄 아주 중요” 호응… 與, 입법 속도낼 듯

한웅희,이동환 2026. 2. 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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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공감대… 법안 도입 힘 실려
李, 원내대표단 만찬서 “아주 공감”
의도적·잘못된 법령 적용 등 엄벌
야당·법원선 고소·고발 남발 우려
위헌 비판도 해소해야… 난관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5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왜곡죄’에 대해 “아주 중요하다”며 공감대를 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회 강경파 위주로 의지가 강한 데다 대통령 의중까지 확인한 만큼 법왜곡죄 도입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러나 여당 내부는 물론 국회 법사위, 야당, 법원행정처까지 모두 법왜곡죄의 위헌성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어 도입 작업이 본격화되면 파장이 예상된다.

李 “법왜곡죄 중요”

1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박찬대 전 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만찬 자리에서 법왜곡죄 도입이 필요하다는 율사 출신 한 의원의 제언에 “법왜곡죄 또한 아주 중요하다”며 호응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국민일보에 “이 대통령이 법왜곡죄를 포함해 해당 의원과 여러 사안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며 “그중 법왜곡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주 공감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 전 박 전 원내대표와 별도로 이야기를 나눈 뒤 만찬장에 함께 등장했고, 이 대통령 맞은편에 법왜곡죄를 언급한 의원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해당 발언을 직접 듣진 못했지만 법왜곡죄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평소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만찬 다음 날인 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위례신도시 1심 재판 무죄 선고를 언급하며 “검찰 수사는 오직 ‘이재명 죽이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법왜곡죄가 왜 필요한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이처럼 법안 도입 가능성에 더욱 힘을 실은 것도 이 같은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법왜곡죄를 본회의에서 조속히 처리해 주시기를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는 게 법사위 입장”이라고 힘을 보탰다.

판검사 ‘법왜곡’ 시 최대 징역 10년

현재 법왜곡죄가 포함된 형법 개정안은 김용민·이건태·민형배·박찬대·신장식 의원 안을 병합 심사한 추 위원장의 대안이 본회의 안건으로 부의돼 있다. 대안은 형법 제123조2에 법왜곡을 정의하고 요건을 세분화해 규정했다. 법안은 우선 법관·검사 또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일정 행위’를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게 했다.

일정 행위는 세 가지로 구분된다.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 일방을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경우, 사건 관련 증거를 은멸·은닉·위변조하거나 위변조된 증거임을 알면서 재판·수사에 사용한 경우,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하거나 증거 없이 혹은 논리나 경험칙에 현저히 반해 범죄 사실을 인정한 경우다.

법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부터 검사, 수사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법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하면 자격이 정지될 뿐 아니라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했다’는 부분이 주관적 가치판단의 영역인 점이 문제다. 수사·재판 당사자가 스스로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법왜곡을 주장하며 불필요한 고소·고발을 남발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직무 수행에 심대한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

법사위·사법부·야당 ‘위헌’ 한목소리

법왜곡죄가 도입되려면 전방위적인 위헌 비판을 뚫어내야 한다. 지난달 15일 민주당 정책위 차원에서 작성된 사법개혁 관련 보고서엔 법왜곡죄가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며 “법사위 대안을 신속히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명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엔 법왜곡죄가 위헌 논란이 매우 크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및 사법권 독립 침해 우려 중대 등의 외부 법률 자문 내용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법사위와 사법부 또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환철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2024년 9월 이 의원이 발의한 법왜곡죄 관련 형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입법 취지는 인정되나 불명확한 구성 요건은 수사기관에 대한 고소·고발 남용으로 이어져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 영역에서 인정되는 ‘자유심증주의’ ‘기소편의주의’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영재 신임 법원행정처장 또한 지난 4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전임 법원행정처장은 ‘고소, 고발로 계속 이어지면서 사법 독립의 침해 소지가 크고 법왜곡 등 요건이 너무 주관적이어서 곤란하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같은 입장”이라고 답했다.

해외는 사실상 독일·스페인뿐


법왜곡죄 도입을 주장하는 이들은 ‘우리나라만의 법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입법례를 살펴보면 독일과 스페인 정도만 법왜곡죄를 운영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사실상 법왜곡죄 규정이 사문화됐다. 사법절차에 의해 번복된 판결이 아닌 이상 법왜곡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그 적용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역사적으로 정치체제 격변 과정에서 극단적인 사법불법을 경험한 특수한 역사적 배경에서 법왜곡죄가 도입됐다. 스페인은 구성 요건과 형벌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과실범도 처벌하는 등 강력하게 법왜곡을 처벌하고 있다. 다만 적용 대상은 ‘판사’에 한한다.

한웅희 이동환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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