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라"로 시작해 부동산에서 폭발한 야당 공세

김종철 2026. 2. 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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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여야간 격돌…관세·집값·코스피까지 총망라

[김종철, 유성호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성남시수정구)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10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은 시작부터 거칠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의 첫 질문은 국가채무도, 부동산도 아니었다. 전날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있었던 김민석 국무총리의 발언 태도였다.

윤 의원은 "박충권 의원 질의에 대해 총리가 과도했다"며 사실상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국회의원을 모독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선 안 된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 총리는 "평소 쓰지 않는 톤을 높였다"고 인정하면서도 "국군에 대해 용인하기 어려운 표현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고 맞섰다.

국회 대정부 경제 질문의 문은 그렇게 '정치적 공방'으로 열렸다.

윤 의원은 본격적인 경제 질문에서 국가채무를 꺼냈다. "2025년 한 해만 140조 원이 늘었고, 이재명 정부 임기 말이면 GDP 대비 60%에 육박한다"며 "비기축통화국 기준으로도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국가채무를 두고 '경고 vs 성장 우선론'… 평행선으로 출발한 경제 인식

김 총리의 답변은 명확했다. 그는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면서도 "지금 시점에서는 성장률의 마이너스를 되돌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관리 가능한 부채, 회복해야 할 성장'을, 야당은 '통제 불능으로 가는 재정'을 각각 강조하고 있었다. 정부와 야당간의 경제 인식에 대한 출발은 평행선이었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경남 양산시갑)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윤 의원은 무역 문제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중국과는 매년 100억 달러 이상 적자가 누적되고, 미국에는 400억 달러 이상 흑자가 쌓인다"며 "미·중 패권 경쟁의 반사이익을 본 대가로 관세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25% 인상' SNS 메시지에 대해 김 총리는 "압박은 분명하지만 아직 관보에 게재되는 실제 조치는 없었다"며 한발 물러섰다.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는 상황에서 협상할 수밖에 없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하지만 윤 의원은 "미국 정치권에서 한국을 친중·반미로 규정하는 발언들이 이어지는데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한미관계 전반의 '불신'을 문제 삼았다. 김 총리는 "이미 오해로 정리된 구문(舊文)"이라며 "의원님이 파악하지 못한 대화 채널이 많다"고 반박했다.

"특별법 통과되면 관세 없다?"… 산자 장관 "미 상무장관이 입법되면 정상화 길이라고 답변"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경남 양산시갑)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이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불려 나왔다. 윤 의원은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관세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입법 지연을 언급했고, 미국 상무장관도 '입법이 되면 관세 정상화의 길이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 의원은 곧바로 "외교부 장관은 '비관세 장벽 협상 안 되면 특별법 통과해도 안 될 수 있다'고 했다"며 정부 내 '메시지 불일치'를 파고들었다. 이에 김 장관은 "비관세 장벽 이슈는 별도 트랙에서 관리 가능"이라고 답했다.

중국발 초저가 직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윤 의원은 "알리·테무 등을 통한 소액 물품이 연간 5조 원 규모로 들어온다"며 "소액 면세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과세하고, 미국과 EU도 폐지하는데 한국만 예외"라는 지적이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소비자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에 윤 의원은 "1년에 100만 개씩 사라지는 소상공인과 제조업 보호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같은 민생을 두고도 보호 대상은 갈렸다.

장내 어수선한 분위기는 여당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서며 바뀌었다. 김 의원은 최근 주식시장 호조를 언급하면서도 "성과가 코스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스닥 상장사는 1900개에 달하지만 시총 비중은 14%에 불과하다"면서 "성장하면 코스피로 이전하고 유니콘 기업은 아예 해외로 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코스닥이 '코스피의 2부 리그'가 됐다고 진단하며, 코스피·코스닥 분리 독립과 시장 구조 개편을 제안했다. 김 총리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국부펀드로 화제를 확장했다. 대만 NDF의 TSMC 초기 투자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가 전략산업에 투자해 국부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더 이상 세금 쓰는 정부에 머물 수 없다. 돈을 버는 정부로 가야 한다"는 표현도 나왔다. 김 총리는 "과거와 다른 규모와 방식의 국부펀드를 구상 중"이라며 원론적 공감을 표했다. 다만 구체적 방향은 "경제당국과 논의해 보겠다"는 답변에 머물렀다.

"재탕 대책 아닌가"… 부동산에서 폭발한 야당 공세, 정책보단 정치였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경남 양산시갑)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으로 전선을 옮겼다. "서울 집값 상승률이 역대 최고"라며 "전세·월세·매매가 모두 오른다"고 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는 도심 공공주택 확대 대책을 따져 물었다.

그는 김 장관에게 도심 공공주택 확대 신속화(서울 26곳, 3만2000호)를 묻더니, 곧바로 문재인 정부 8.4 대책(서울 24곳, 3만3000호)과 비교했다. "중복 6곳, 이미 추진하던 4곳 포함… 재탕 대책 아니냐"고 몰아붙였고, 김 장관은 "표현에 따라 재탕이라고 해도 일리가 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부동산 관련 발언을 두고 "다주택자를 마귀 취급한다"며 "이건 부동산 정책이 아니라 부동산 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비교적 차분한 문제제기를 이어갔다. 과학기술인의 열악한 보상 구조를 지적하며 "혁신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독일의 제도를 언급하며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 총리는 "그동안 너무 짜게 보상해 왔다"며 동의했다. 위 의원은 제주에 과학기술원 설립을 제안하며 지역 전략까지 확장했다. 정부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재정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날 대정부질문에는 국가채무, 관세, 부동산, 자본시장, 국부펀드, 규제, 과학기술까지 거의 모든 경제 의제가 총출동했다. 야당은 "오만·독주·불신·재탕"을, 여당은 "구조개혁·혁신시장·돈 버는 정부·과학기술 존중"을 전면에 세웠다. 그러나 질문의 상당 부분은 정책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보다는 정치적 입장에 맞춘 비판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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