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민주도서관에 '이승만 미화' 책이?... 초등 딸의 부끄러운 질문
[조명호 기자]
얼마 전 딸과 함께 2·28민주운동기념도서관을 찾았다. 어린이자료실에서 책을 고르던 딸이 한 권을 들고 다가왔다. <이승만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한 눈에 쏙쏙 역사노트>였다. 한참 페이지를 넘기던 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 이 책 읽어봤는데, 이 도서관하고 좀 안 맞는 거 아냐?"
초등학교 6학년 아이도 느낄 수 있는 위화감이었다. 위화감(違和感)은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 혹은 어떤 상황이나 사물이 평소와 달라 어색하고 불편한 기분을 말한다. 딸은 그 책이 이 도서관과 어울리지 않고, 어색하며, 불편하다고 느낀 것이다.
이승만 독재에 맞서 거리로 나섰던 학생들을 기리는 공간에, 그 독재 권력을 '건국 대통령'으로 재평가하는 책이 놓여 있었다. 아이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는 우리가 던져야 할 본질적인 물음이 담겨 있었다. 기념의 공간에는 무엇을 두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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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8민주운동기념회관도서관 소장정보 캡쳐 <이승만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 한 눈에 쏙쏙 역사노트> <시간을 달리는 남자: 건국대통령 이승만의 7가지 선물>이 이승만 독재에 저항한 2.28민주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다 |
| ⓒ 2.28민주운동기념도서관 |
나는 특정 도서를 금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념도서관이라는 특수한 공간의 공적 성격에 비추어 어떤 기준과 맥락으로 장서를 구성해야 하는지 그 원칙을 묻고자 한다.
이승만 평가의 쟁점: 공과 과의 비대칭성
학술적으로 볼 때, 이승만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공(功)으로는 1948년 정부 수립의 초대 대통령으로서 국가 체제 출범을 이끈 점, 전후 안보 질서 형성에 영향을 준 외교·동맹 구도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과(過)는 어떨까? 제주 4·3 진압 과정에서의 대규모 민간인 희생, 한국전쟁 전후 예비검속과 집단 희생 사건, 장기 집권을 위한 헌법 개정, 언론과 야당 탄압, 그리고 3·15 부정선거로 귀결된 권위주의적 통치는 이승만 정권의 대표적인 과오다. 이러한 국가폭력과 민주주의 파괴의 책임은 이미 국가기관의 조사와 다수의 역사 연구를 통해 공인된 사실이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이승만 독재 말기는 헌법적으로도 '불의(不義)'였다는 뜻이다. 2·28과 이어진 4·19는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시민적 저항의 결과였다.
따라서 이승만 독재와 3·15 부정선거, 그리고 그 귀결로서의 4·19혁명은 단순한 정치 사건이 아니라 헌법적 평가가 내려진 역사다. 오늘의 민주공화국은 바로 그 역사적 판단 위에 서 있다.
논쟁적 인물을 다룬 도서는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과 과의 비중을 어떻게 배치하는지, 특히 국가폭력의 책임을 어떻게 서술하는지는 단순한 관점 차이를 넘어 공적 역사 인식의 문제로 이어진다. '재평가'라는 이름으로 과오를 상대화하거나, 반공이라는 시대적 명분으로 민주주의 파괴를 정당화하는 서술은 학술적 균형과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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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8민주운동기념관 전경 1960년 대구 지역 고등학생들이 독재에 항거하며 일으킨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인 2·28민주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된 곳이다 |
| ⓒ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 |
2·28은 한국 현대사에서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독재 권력에 공개적으로 저항한 최초의 집단행동으로 평가된다. 이 불씨는 3·15 부정선거에 대한 전국적 저항과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2·28은 단순한 지역 시위가 아니다. 학원의 자유와 참정권,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려는 시민적 각성의 출발점이었다. 오늘날 2·2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운동은 '건국'의 신화를 기념하는 사건이 아니라 권력 남용에 대한 저항을 기념하는 사건이다.
헌법은 사상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보장한다. 특정 도서의 출간이나 일반 공공도서관의 소장을 문제 삼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기념도서관은 일반 도서관과 성격이 다르다. 그 존재 이유는 특정 역사적 사건과 가치를 교육적으로 전달하는 데 있다.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사례는 존재한다. 미국 홀로코스트 추모박물관은 나치의 저작인 <나의 투쟁>을 연구 목적으로 소장하지만, 이를 아무 맥락 없이 '추천 도서'로 제시하지 않는다. 해당 텍스트가 어떤 선동과 혐오를 담고 있는지 분명한 비판적 설명과 함께 다룬다. 소장은 가능하되, 맥락과 해제가 전제된다는 원칙이다.
마찬가지로 2·28민주화운동기념도서관이라면, 독재 권력을 미화하는 서사가 있을 경우 비판적 해제와 사료적 대조를 병행하거나, 별도의 연구 자료로 분리 배치해 기념 공간의 핵심 가치와 혼동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념의 공간에서 아무런 주석 없이 독재자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재현하는 텍스트를 전면 서가에 배치하는 것은 2·28의 정신과 맞지 않다. 이승만 독재에 항거한 운동을 기념하는 도서관에 이승만을 찬양하는 서적을 아무 설명 없이 놓아두는 것은 지나치게 무성의하다. 혹은 의도된 선택은 아닌지 묻게 된다.
기억은 중립이 아니다
기억의 공간은 백지(白紙)가 아니다. 그곳에 놓이는 책은 단순한 종이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이승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저작이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이 민주사회다. 그러나 2·28의 이름을 단 기념도서관이라면, 독재에 맞서 거리로 나섰던 학생들의 외침을 중심에 두는 장서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기억의 장소에서는 책임이 자유를 이끈다.
2·28민주화운동을 안다면, 그 도서관은 적어도 독재의 미화를 '중립적 견해'로 오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책을 놓아서는 안 된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도 알아챈 그 위화감을, 우리 어른들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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