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과 피닉스가 그려낸 영원의 서로 다른 얼굴
[최수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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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에 머물다 마음을 씁니다> 그림 앞에서 마주한 삶과 글쓰기 |
| ⓒ 북도슨트 |
네 명의 화가, 네 가지 죽음. 프리다의 고통, 클림트의 쇠락, 밀레의 피로, 고흐의 초월.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유한함과 마주했다. 서양 미술사는 이렇게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해왔다. 죽음 앞에 선 예술가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유한함과 마주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십장생도로 돌아왔다. 프리다의 찢어진 심장과 이 평화로운 풍경 사이의 거리감이라니. 같은 인간의 염원을 담았지만, 이토록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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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장생도10폭병풍 151.0 x 370.7 cm |
| ⓒ 국립중앙박물관 |
십장생도 앞에 서면 평화롭다. 여기에는 프리다의 절규도, 밀레의 고단함도, 고흐의 고뇌 없다. 해는 그저 떠오르고, 학은 그저 날고, 소나무는 그저 자란다. 영원함이 드라마틱하지 않다. 조용히, 담담하게, 반복된다.
불멸을 향한 염원이 이토록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 동양의 영원을 다루는 방식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서양은 어떻게 불멸을 다뤘을까? 죽음을 그토록 처절하게 그린 그들이, 불멸은 어떻게 상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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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켈로우스의 연회> 피터 파울 루벤스 · 얀 브뤼겔 1세, 1614-1615년 |
| ⓒ 위키미디어 공용 |
복숭아와 암브로시아. 둘 다 불멸을 상징하지만, 복숭아는 시장에서 살 수 있고 암브로시아는 신의 식탁에만 있다. 이 차이가 동서양의 불멸관을 말해준다.
피닉스는 어떤가? 죽지 않는 이 새는 오백 년에 한 번 스스로를 불태워 재 속에서 부활한다. 장엄하고 극적이지만,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공포감도 가지고 있다. 오백 년마다 스스로를 불태워야 한다는 것. 죽음 없는 삶이 아니라, 죽음을 반복해야 하는 삶. 그것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학과는 다르다. 학은 해마다 돌아온다. 조용히, 확실하게.
서양에서 불멸은 도전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었다. 그리스 신화는 이를 반복해서 경고한다. 프로메테우스를 보라. 인간을 사랑하는 그는 올림포스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신들만의 것을 인간과 나눈 죄. 제우스는 그를 카프카스 산에 묶고 독수리가 매일 간을 쪼아먹게 했다. 밤이 되면 간은 재생되고, 다음 날 다시 독수리가 온다. 영원한 고통. 불멸을 향한 도전의 대가였다.
이카루스는 또 어떤가. 미노타우로스의 미로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버지 다이달로스가 만든 밀랍 날개. "너무 높이 날지 마라. 태양이 밀랍을 녹일 것이다." 하지만 젊은 이카루스는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신들의 영역에 가까이 가려 했다. 밀랍이 녹고, 날개가 떨어지고, 그는 바다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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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카루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피터르 브뤼헐, 16세기 중엽 |
| ⓒ 위키미디어 공용 |
나는 다시 십장생도 앞에 선다. 프리다의 고통, 클림트의 황금, 밀레의 피로, 고흐의 별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죽음을 응시한 서양 화가들과, 영원을 일상에 담은 동양의 그림 사이에서. 서양의 화가들은 삶의 끝에서 치열하게 무언가를 붙잡으려 했다. 프리다는 두 개의 심장을, 고흐는 소용돌이치는 별을. 그들의 그림에는 절박함이 있다.
그리고 담담하게 영원을 바라보는 십장생도도 있다. 우리 선조들은 불멸을 신의 영역에 두지 않고, 매일 보는 산과 나무에서 찾았다. 루벤스의 화려한 신들의 연회보다, 마당의 소나무 한 그루가 더 확실한 영원의 증거일 수 있다.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무엇을 쓸까. 피닉스의 불꽃일까. 오백 년에 한 번, 재 속에서 부활하는 그 극적인 순간. 아니면 학일까. 해마다 돌아오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존재.
창밖을 본다. 어쩌면 곧 끝나갈 겨울 하늘이 맑다. 어디선가 학이 날아오를지도 모른다. 올해도, 내년에도, 백 년 후에도. 불타지 않아도, 극적이지 않아도, 그저 날아오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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