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서울시 교육감 13년째... 왜 교육행정은 달라지지 않았나

하성환 2026. 2. 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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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성공한 서울시 교육감이 되려면, 교육 정의를 실행하고 개혁 주체를 바로 세워야

[하성환 기자]

▲ <공교육정상화>를 열망하며 초등학교 교문 옆에 내건 펼침막 2023년 7월 서이초 교사 비극 이후 <공교육 정상화>를 열망하며 교육공동체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희구한 펼침막이 2024년 3월 서울지역 어느 초등학교 교문 옆에 걸려 있다.
ⓒ 하성환
바야흐로 지방 선거가 넉 달도 채 안 남았다. 6·3 지방 선거에서 서울시 교육감을 뽑는다. 벌써 교육감 후보로 여러 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직선제 최초 서울시 보수 교육감이었던 공정택은 특목고를 확대하고 학교선택제를 도입했다. 경쟁을 강조하면서 고등학교까지 서열화 했다. 한 마디로 오늘날까지 교육을 고통에 빠트린 교육감이다. 그는 뇌물을 받고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4년 형 만기 복역했다.

서울시 최초의 진보 교육감이었던 곽노현은 취임 일성으로 100여 년간 유지되었던 학교 체벌을 없앴다. 인권연대 인권운동가다운 행보다. 조희연 교육감도 2014년 취임과 동시에 "1만원 이상 촌지 받은 교사 바로 파면"이라고 선언하며 100년 넘게 횡행한 촌지를 금지했다. 이듬해 김영란법이 제정되면서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촌지는 완전히 사라졌다.

교사가 꿈꾸는 교육철학대로 가르칠 수 없나

그럼에도 학교는 여전히 고통스럽다. 교육 주체인 교사도, 학생도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핀란드, 덴마크처럼 행복발전소는 되지 못할망정 학교가 '고통'이라면 이를 해결하는 게 교육감 소명이다. 학생들은 극한 경쟁 속에서 시험 성적으로 고통 받는다. 교사는 고립된 채 신분 불안 속에 살아간다. 2023년 학부모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비극 이후에도 2025년 제주 A중학교 현승준 교사의 죽음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육현장에서는 교사가 꿈꾸는 교육 철학대로 아이들을 소신껏 가르치고 사랑하는 게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이러한 교육 환경, 학교 풍경은 왜 생겨난 것일까? 잇따른 교사들 죽음은 명백히 사회적 타살이다. 직접적으론 법과 제도가 부실한 탓이다. 보다 근원적으론 교육계 역사 청산이 전무한 탓이다. 다시 말해 국가주의 관료행정이 청산되지 못한 결과다.

서울시는 2014년 7월부터 조희연 교육감에 이어 정근식 교육감까지 연속 13년째 진보 교육감이 교육행정의 수장이다. 그러나 식민 잔재인 권위주의 교육 행정은 여전하다. 교육이 가능한 학교는커녕 법정 교원 수 확보, 학급 당 학생 수 감축은 요원하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28일 교원 감축안을 법령으로 입법예고했다. 오는 3월 1일부터 초등 2269명, 중등 1412명, 유치원 25명이 각각 줄어든다. 저출산은 공교육 정상화를 넘어서 학교를 행복발전소로 만들 최적의 기회다. 그럼에도 학급 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에 대한 얘기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 교사 1인이 주당 평균 처리하는 공문 등 행정 업무 건수(출처 : 한국교육개발원 보도자료) 2025년 10월 10일 한국교육개발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한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비교 조사(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에서 조사 대상국 54개국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 교사가 세 번째로 공문 등 행정업무 처리 건수가 높다.
ⓒ 한국교육개발원
이유는 간단하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관료들이 교육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교육정책은 100년 전이나 21세기 민주화된 시기나 별반 차이가 없다. 그 결과 교사의 행정 업무는 가중됐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2024 OECD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 비교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이 행정관련 업무에 소요하는 시간은 8시간에 달한다. OECD 평균인 주당 4.7시간보다 3.3시간 더 많이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핀란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높은 이유

2024년 10월 사망한 인천 학산초 김동욱 특수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꿈 많던 청년이었다.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은 무엇일까? 바로 권위주의 교육행정이다. 주당 29시간 수업과 연간 166건 공문을 생산하게 만든 게 누구인가? 교사를 단지 지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매우 관료행정의 민낯이다.

핀란드는 국가주의 관료행정의 유물인 장학감사제도를 1990년대 중반 전격 폐지했다. 교육감은 교육계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권위주의 관료행정은 박물관 속 식민지 교육행정의 유물이다. 낡고 고루한 의식으로 진보를 내세우고 혁신을 외친들 교육을 망쳐왔다는 점에선 도긴개긴이다.

북서유럽은 교사의 자율성을 높게 존중한다. 교과서 선택권을 존중하고 수업에서 교과서 사용도 자율이다. 교육부 민주시민교육 정책중점연구소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수학, 과학 교과서 사용 비율이 5%~10% 정도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독일은 동일 학년 수행평가에서 두 명의 교사가 각기 다른 주제를 제시하며 논술형으로 평가해도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동일학년 평가주제가 달라도 그만큼 교사의 권위를 인정한다. 우리는 어떠한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에 교육청이 매 학년 초 수행평가 비율까지 세세히 제시하며 통제한다. 동일학년 평가주제를 달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권위주의 관료행정 탓에 학교는 그만큼 경직돼 있다.

핀란드는 의무 연수도 없고 교원성과급 제도도 없다. 그럼에도 교사들 99% 이상이 스스로 연수에 참가한다. 끊임없이 연구할 때 교사로서 자기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느 직업군보다 핀란드 교사에 대한 사회적 존경심이 높은 이유다. 우리처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감독하듯이 S급 교사, A급 교사, B급 교사로 통보하지 않는다.

물질을 앞세워 연수를 종용하고 인간의 영혼을 잠식하면 그 순간 교육자의 소명은 왜곡된다. 진보든 보수(?)든, 권위주의 관료행정을 깨트릴 생각이 없다면, 교육감 자격이 없는 것이 아닐까.
▲ 배울 점이 많은 <핀란드 교육혁명>(살림터, 2010) 89전교조 해직교사인 이용관 선생님, 안승문 선생님, 고 박원순 서울 시장 등 교육개혁을 꿈꾸는 30명이 넘는 교육전문가들이 핀란드를 직접 방문, 견학한 뒤 펴낸 책으로 교육개혁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다.
ⓒ 하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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