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막대 들고 해변 훑자 '삐삐'…금·은 폭등에 짭짤해진 '보물찾기'

이규림 2026. 2. 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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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강원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에서 사람들이 금속탐지를 하고 있다. 이규림 기자


기온이 영하 3도로 떨어지고 풍랑주의보까지 발효된 지난 6일 오전 강원 동해시 망상해수욕장. 긴 장화와 두꺼운 장갑, 모자 등으로 무장한 성인 네 사람이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거센 바람이 불어닥치는 모래사장을 누볐다. 손에는 자동차 핸들 모양의 동그란 물체가 달린 긴 막대기와 모래를 거를 수 있게 구멍이 숭숭 뚫린 삽을 들었고, 허리춤엔 작은 플라스틱 통이 달려 있었다.

이들은 동그란 물체로 바닥 구석구석을 훑었고, 때때로 ‘삐삐’ 소리가 울리면 모래를 퍼내고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그렇게 2시간, 플라스틱 통에선 짤그랑 소리가 연신 새어 나왔고, 뚜껑을 열어보니 금색과 은색 동전 등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이들의 정체는 금속탐지 동호회 '금속탐지기 여행' 소속 회원들. 손에 든 막대기 모양의 금속탐지기로 모래 더미에 파묻힌 귀금속이나 동전을 찾기 위해 궂은 날씨를 뚫고 동해까지 온 것이었다.

6일 오전 오씨는 약 1시간 동안 금속탐지로 동전 18개를 찾았다. 이규림 기자


경기 용인시 집에서 2시간 40분을 달려 왔다는 오모씨(닉네임 인디아나웁스, 42)는 모래사장을 훑던 탐지기에서 “삐삐” 소리가 나자 곧장 삽으로 모래를 파내며 “수치를 보니 500원일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그의 손에는 2008년에 발행된 500원짜리 동전이 쥐어져 있었다. 오씨는 1시간 동안 동전 18개를 찾았고 소주병 뚜껑, 캔 고리, 나사 등 쓰레기도 수거했다. 그는 “금속탐지는 낚시와 비슷한 매력이 있다”며 “기계음이 울리며 ‘입질’이 오면 흙을 파내 수확물을 확인하는 ‘손맛’이 짜릿하다”고 했다.

기본적으론 취미 생활이지만, 많이 건져 올리면 꽤 짭짤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낚시와 비슷한 점. 특히 금값이 한동안 고공행진을 한 덕에 금속탐지 취미 생활로 얻은 수익이 적지 않았다. 오씨가 지난해 찾은 물건 중 금이 들어간 물건의 가격은 총 250여만원. 그는 “지난 9월엔 충남 한 해수욕장에서 18k 금반지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라며 “곧 6개월이 지나는데, 그때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소유권이 발견한 사람에게 넘어오게 된다”고 말했다.

금속탐지 동호회 회원들은 이처럼 정기적으로 탐사를 함께하고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탐사 습득물을 자랑하기도 한다. 해변에서 금속을 찾는 ‘바탐(바다에서 탐사)’뿐 아니라 ‘산탐(산에서 탐사)’, 사금 탐사 등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탐사를 진행한다. 동호회 운영진인 B씨(46)는 “매주 장소를 정해 탐지를 나가는데, 매번 회원들을 만난다”며 “어제는 을왕리에 갔는데 거긴 이미 금속탐지의 ‘성지’가 됐다”고 했다.

오씨가 1년간 매주 금속탐지를 하며 모은 동전들. 1리터짜리 통을 반 넘게 채웠다. 이규림 기자


해외에서 시작된 취미인 금속탐지는 최근 금·은의 가격이 5년 전과 대비해 각각 250%·400% 이상까지 오른데 힘입어 국내에서도 점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과 충북 청주에서 금속탐지기 판매점을 운영하는 C씨는 “지난해엔 2024년에 비해 금속탐지기 판매량이 약 51.1% 늘었다”며 “올해도 판매량은 증가세”라고 했다. 그는 “탐지기 가격이 100만원 선부터 시작해 비싸면 300만원을 넘기도 하지만, 요즘은 금 한 돈만 찾아도 본전이니 고가라도 잘 팔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망상해수욕장에 모인 동호회 멤버는 4명에 불과했지만 전체 회원수는 2만 4000명에 달한다. 수만명이 가입된 다른 동호회 카페도 30개 이상 개설돼 있다. 관심이 커지면서 ‘금속탐지사 전문가’ 자격증을 주는 민간 자격 시험도 등장했다. 탐지 장비와 사용법, 습득물 신고 요령, 탐지 장소 사전 조사 방법 등을 숙지해 시험을 통과하면 발급 받을 수 있다.

6일 오전 강원 동해시 망상해수욕장에서 오씨가 금속탐지를 하고 있다. 이규림 기자


다만 금속탐지에 나선 사람들이 늘어나면 논란이 함께 발생할 수 있어 오랫동안 동호회 활동을 해온 사람들 중심으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선 아무 곳에서나 금속탐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문화재보호구역, 국립공원, 군사시설 등은 금속탐지를 위해 허가 없이 출입하는 것만으로 처벌될 수 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변은 다른 장소에 비해 탐지가 자유롭지만 과도한 토지 훼손으로 공유수면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속탐지를 통해 발견한 물건을 7일 이내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마음대로 가질 경우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될 수 있다. B씨는 “파낸 곳은 반드시 원상 복구하고, 발견한 귀금속 등은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에 제출하도록 회원들에 적극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림 기자 lee.gyu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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