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AI 도입 전 체크리스트...성능 좋은 AI 앱과 생산성 향상은 별개 [AI 딥다이브]
토큰 비용 간과하다 배보다 배꼽 더 커질 수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보안이다. 이는 데이터를 다루는 환경이 ‘공원 벤치’인지 ‘우리 집 안방’인지 구분하는 것과 같다. 무료나 저가형 AI 서비스는 공원 벤치와 같다. 내가 입력한 기밀 정보를 AI 개발사가 학습 데이터로 가져가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 기업이라면 비용이 더 들어도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는 ‘우리 집 안방’, 즉 기업용 보안 환경(Enterprise Grade)이나 사내 구축형(On-premise)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 회사 데이터는 학습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약관이 보장된 환경인지 확인하는 것이 첫 단추다.
비용 산정 방식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AI 도입 비용은 ‘프린터와 잉크’ 관계와 비슷하다. 월 구독료라는 프린터 기기 값은 싸게 느껴질지 몰라도, 실제 사용량에 따라 붙는 토큰(Token) 비용, 즉 잉크 값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직원이 AI를 많이 쓸수록, 질문이 복잡할수록 유지비는 치솟는다. 여기에 기존 사내 시스템(ERP 등)과 연동하는 개발비까지 포함한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계산하지 않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영진이 AI 도입으로 즉각적인 인력 축소와 비용 절감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AI가 업무에 적용돼 실제 효율이 높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즉시 효과를 기대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영자가 또 하나 반드시 경계해야 할 함정은 ‘데이터 인프라’ 부재다. 이는 시속 300㎞로 달릴 수 있는 ‘최고급 스포츠카’를 샀지만, 정작 달려야 할 도로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인 상황과 같다. 여기서 스포츠카는 고성능 AI 모델이고, 도로는 AI가 읽어들여야 할 사내 데이터다. 아무리 비싼 AI 솔루션을 도입해도, 사내 데이터가 정제돼 있지 않다면 AI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부서별로 데이터가 흩어져 있는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상태에서는 AI가 통합 분석을 내놓을 수 없다. AI 앱 결제 전,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디지털화하는 ‘도로 포장 공사’가 선행돼야 한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개인이 쓰는 AI는 업무 속도를 높여줄 수는 있어도 조직 전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며 “기업 차원의 AI는 내부 데이터와 결합될 때 비로소 의사결정의 질을 바꾸는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간과하기 쉬운 점이 조직 내부 심리적 저항이다. 경영진은 AI를 ‘성능 좋은 계산기’로 선물했지만, 직원은 이를 ‘내 밥그릇 뺏는 기계’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경영진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언맨 슈트처럼 인간 능력을 증강시켜주는 ‘보완재’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AI 활용 능력을 인사 평가에 반영하고, 단순 업무에서 해방된 직원이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세심한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가 기술 도입보다 우선돼야 한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목적 없는 AI 도입은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뿐더러, 한국같이 고용에 민감한 국가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이 AI를 도입하려면 당위성 확보를 위한 투자자본수익률(ROI)부터 계산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구체적인 업무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분야부터 도입하는 전략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박수호·정다운 기자, 양유라·이정선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6호 (2026.02.04~0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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