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분노"… '왕사남', '서울의 봄' 잇는 영화 밖 흥행 공식 [D:영화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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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기세가 초반부터 예사롭지 않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4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첫날 11만 779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데 이어, 첫 주말인 2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76만여 명의 화력을 집중시키며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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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 왕릉과 한명회 묘소, 온라인 방문자 리뷰 등에 악플
영화 '과몰입' 현상, '서울의 봄' 흥행 과정과 유사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기세가 초반부터 예사롭지 않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월 4일 개봉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첫날 11만 7792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데 이어, 첫 주말인 2월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76만여 명의 화력을 집중시키며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

단종과 그의 곁에서 시신을 보필하고 끝내 시신까지 수습했던 엄홍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 이토록 빠르게 관객이 몰린 것은, 비극적인 역사와 이를 끝까지 지켜낸 인물의 서사가 대중의 보편적인 정의 관념과 공분을 강하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지점은 이러한 흥행 성과가 단순히 작품 자체에 대한 호평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이 영화를 매개로 역사적 비극을 현재의 언어로 재해석하며 스스로 흥행의 판을 키우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객들은 이제 스크린 속 서사를 현실의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당기며, 감상의 주체를 넘어 자발적인 참여의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
이 감정은 온라인 공간에서 세조 왕릉과 한명회 묘소가 표기된 온라인 지도 방문자 리뷰 등에 악플을 달거나, 직접 찾아가 응징을 예고하는 글로 표출하고 있다. 또 단종 역의 박지훈 부친이 극장을 찾은 영상에 '문종이 왔다'는 식의 댓글을 달며 '한명회를 혼내달라'고 요구하는 과몰입 문화로 번지고 있다.
관객들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단종 관련 역사 기록과 사료를 직접 찾아 후기를 남기거나, 영화가 미처 설명하지 않은 감정의 공백을 메우는 2차 창작을 생산하며 서사를 확장하고 있다.
나아가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으로 알려진 김남길·박보검 주연작 '몽유도원도'와 '왕과 사는 남자'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엮어 해석하는 등, 개별 작품을 넘어 역사 인물과 사건을 하나의 흐름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도 온라인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3년 1312만 명을 동원했던 ‘서울의 봄’의 흥행 과정과도 유사하다. 극장보다 숏폼 콘텐츠와 코미디, OTT 시리즈에 익숙해진 2030세대를 다시 극장으로 불러들인 배경에는, 당시 영화가 지닌 강력한 흡입력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분노와 긴장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참여형 관람 문화를 만들어낸 점이 함께 작용했다.
신군부 세력의 반란 모의와 육군참모총장 납치, 대통령 재가 시도, 병력 이동과 대치, 정권 탈취의 과정을 숨 돌릴 틈 없이 밀도 높게 그려내며 스릴러 영화 이상으로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평가가 2030 관객층을 중심으로 이어졌고, 관람 중 치솟는 심박수를 스마트워치로 인증하는 '심박수 챌린지'와 분노가 섞인 감상평 공유는 영화 감상 자체를 하나의 놀이 문화로 확장시켰다.
관람 전후로 12·12 군사 반란을 공부하는 이른바 '에듀테인먼트' 열풍이 불었던 것처럼, 현재의 관객들 역시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단종의 비극을 현재의 언어로 소환해 공유하며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 될 역사라는 인식을 집단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비극을 그저 슬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존 인물에 대한 탐구와 밈, 후기와 2차 창작으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 구조가 영화의 생명력을 키우는 셈이다.
관객들이 만들어낸 이 열기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초반 흥행에 탄력이 붙은 가운데,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260만 관객을 넘어 더 넓은 흥행 지형을 그릴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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