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군 더 빨리 찾도록… 자궁경부암 검진 권고 바뀐다

민태원 2026. 2. 10.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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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25~70세 여성 HPV 검사
게티이미지뱅크

부인종양학회 등 10년만에 손질
호주·영국·네덜란드 등도 채택한
고위험 HPV의 DNA 검사 도입

세포 검사 완전 대체 아니라 병행
진단 효율성 제고·과잉 시술 줄여
국가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반영

자궁경부암 검진 가이드라인이 10년 만에 바뀐다. 만 20세 이상 여성에서 2년 간격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기본 권고로 유지하되, 25~70세에선 '고위험 HPV의 DNA 검사'로 대체하거나 세포 검사와 병행해 3~5년마다 받는 방식으로 변경될 전망이다. 일정 연령 이상에서 민감도 높은 HPV 검사가 새로 도입되는 게 특징이다. 200여 가지 HPV(인간유두종바이러스) 중 16·18형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를 차지하는 최상위 위험 유형이다.

흔히 ‘팹 스미어(Pap Smear)’로 불리는 세포 검사는 자궁경부 표면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이상 유무를 직접 살피는 것이고 HPV 검사는 원인 HPV의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법이다.

1990년대 초 국가 암검진이 시작되며 마련된 학계의 자궁경부암 검진 가이드라인 개정은 2016년 이후 두 번째다. 대한부인종양학회와 산부인과학회 등 유관 학회는 이런 내용의 한국형 자궁경부암 진료 지침 개정 최종안을 조만간 확정하고 오는 4월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전문 학회의 개정 가이드라인은 향후 국가 자궁경부암검진 권고안 개정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대한부인종양학회 회장 겸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고려대구로병원 교수·사진)은 9일 “HPV 검사가 본격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진 전략에 포함되면 전(前)암, 초기 병변 단계에서 더 많은 환자를 발견해 진행성 암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이는 수술 범위를 줄이고 방사선·항암치료의 필요성을 낮춰 환자의 생식 능력과 삶의 질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장기적으로 자궁경부암 자체의 발생을 크게 줄여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퇴치’ 기준에 근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WHO는 100만명당 연간 자궁경부암 발생이 4건 이하로 유지되는 상태를 공중보건학적 의미의 퇴치로 정의한다.

초기·전암 발견 늘어…“조기 진단 중요”

최근 발표된 2023년 중앙암등록통계를 보면 자궁경부암은 지속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3144명이 새로 발생해 전체 암 순위에서 17위(여성암 11위)를 차지했다. 1999년 6위(여성암 3위)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순위가 떨어져 2014년부터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학계는 정기 세포 검사를 통해 전암 병변과 조기 암을 많이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진행암으로 가는 환자를 줄인 결과로 해석한다. HPV 국가예방접종 확대도 일정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근래 자궁경부암은 상피내암과 이형성증 등 초기, 전암 단계 진단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 상피내종양(CIN) 1·2단계 발생은 최근 5년 새 30% 이상 증가했다. CIN 1·2단계의 호발 연령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 젊은 여성층이다. CIN은 자궁경부 상피에만 비정상 세포가 존재하고 기저막을 뚫고 들어가지 않은, 이른바 전암 단계에 해당된다. CIN은 위험 등급에 따라 1~3단계(저·중·고)로 나뉘는데, 2·3단계는 방치하면 침윤암(1~4기)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수술 등 적극 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젊은 여성인 경우 임신을 고려한 자궁 보존과 과잉 치료 방지를 함께 고려한다. 이 회장은 “CIN3단계와 침윤 자궁경부암은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이거나 정체 양상을 보여 진행암 이전에 더 많이 발견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기 진단 덕분”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이번 검진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기존 세포 검사에 더해 HPV 검사를 새로 도입함으로써 조기 진단의 효율을 더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세포 검사는 이미 나타난 세포의 변형을 보는 것이라 민감도에 한계가 있다. HPV 검사는 암의 원인 바이러스를 먼저 찾아내는 것으로, 고위험 병변·암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이다. 음성일 경우 검진 간격을 늘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단계적 HPV 기반 검진, 퇴치 앞당길까

호주와 영국, 네덜란드 등 여러 국가가 고위험 HPV 검사를 이미 자궁경부암 검진의 기본 전략으로 채택했다. 일부 국가는 세포 검사와 HPV 검사를 병행하거나 연령·위험도에 따라 혼합 전략을 취하는 등 과도기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6년 지침 개정 당시 HPV 검사로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국내 장기 데이터, 검사 인프라, 비용·재정, 수용성 측면에서 신중론이 우세해 도입되지 못했다. 이후 관련 연구와 경험이 많이 쌓인 상태다.

학계는 HPV 검사 도입이 자궁경부암 검진의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자궁경부암 국가검진 참여율은 2000년대 초 약 15%에서 2009년 41.1%, 2014년 51.5%까지 꾸준히 상승해 왔다. 최근 조사에선 전체 여성의 자궁경부암 검진 비율은 약 58~60% 수준으로 보고됐으나 20·30대 젊은 층에선 이보다 낮은 참여율을 보인 바 있다.

학회는 연령대, 위험도, 인프라를 고려한 ‘단계적 HPV 기반 검진 전략’을 임상 현장에 먼저 적용해서 평가받는 현실적인 방식을 택했다. 이 회장은 “HPV 검사가 기존 세포 검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20세 이상 여성에서 2년 간격 세포 검사를 기본 권고로 유지하면서 25~70세에선 고위험 HPV 검사를 대체 또는 병합 옵션으로 제시하는 형태”라며 “‘세포 검사+HPV 검사’가 일정 연령에서 선택 가능한 전략으로 추가되는 구조이지, 세포 검사를 한 번에 없애는 방식은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회장은 “다만 고위험 HPV 검사를 도입하면 세포 검사에 비해 양성자가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2단계 선별 전략이 필수”라며 “16·18형 양성자는 곧바로 정밀 검사(질 확대경)에 들어가고 그 외 고위험형(31·33·35·45·52·58형 등)은 세포 검사나 이중염색 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해 한 번 더 걸러서 진짜 고위험군만 질 확대경 검사를 받도록 하는 구조로, 불필요한 시술은 줄이면서 고위험군은 놓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단순 HPV 양성만으로 모두 추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바이러스 유형, 지속 여부, 동반 세포 이상 등을 고려해 추가 선별함으로써 과잉 검사·진단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 변경이 국내 자궁경부암 퇴치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의 권고안을 유지할 경우 한국은 WHO가 제시한 자궁경부암 퇴치 기준을 대략 2040년대 중반에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수학적 모델 연구에선 HPV 기반 검진과 예방접종 확대를 병행하면 퇴치 시점을 약 10년 앞당길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회장은 “단, 이는 수검률이나 접종률, 검사 성능 등에 대한 가정 기반으로 한 예측이므로 실제 달성 여부는 정책 실행과 국민 참여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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