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희귀 간질환 치료 포기하지 마세요… 간 이식받고 새삶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선천성 소아 간질환과 간 이식
인경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

태어나자마자 황달이 지속돼 병원을 찾은 여아. 검사 결과 희귀질환인 ‘담도폐쇄증’ 진단을 받았다. 간에서 생성되는 담즙이 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독성으로 인한 심각한 간 손상이 우려됐다. 결국 꽉 막혀 제 기능을 못 하는 담도를 잘라내고 간과 소장을 직접 연결하는 수술까지 받았다. 하지만 간경변증으로 악화됐고 수차례 합병증이 이어졌다. 생명을 위협하는 간부전 위기에 처한 아이를 살린 건 천신만고 끝에 받은 ‘뇌사자 간 이식’이었다. 소아 뇌사자의 간을 아이가 이식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야말로 행운이었던 셈이다. 건강을 회복한 아이는 의료진의 보살핌 속에 돌잔치를 하고 엄마 품으로 돌아갔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외과 인경 교수는 9일 “국내에서 성인 간 이식은 연간 1500건 안팎 이뤄지는 반면 소아 간 이식은 매년 40~50건 수준으로 매우 적다”면서 “아이에게 적합한 뇌사 기증자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인데, 2023년 기준 5세 이하 뇌사 기증자는 4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담도폐쇄증, 선천성 대사질환, 급성 간부전, 선천성 간경변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간 손상이 회복 불가능한 단계로 진행돼 간 이식이 불가피해진다. 인 교수는 “특히 어린이 환자는 질환의 진행 속도가 빠르고 증상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어 이식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 교수로부터 성인보다 수술이 까다롭고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소아 간 이식에 대해 들어봤다.
-소아 간 이식은.
“간 기능을 상실한 아이에게 새로운 삶을 제공하는 치료다. 단순히 생존을 연장하는 수술이 아니라 정상적인 성장과 발달, 이후의 삶의 질까지 고려해야 하는 고난도 의료 영역이다. 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다학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수술 이후에도 평생에 걸친 관리와 보호자의 지속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대상이 되는 질환은.
“담도폐쇄증이 가장 많다. 국내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간 이식의 약 46%를 차지한다. 출생 전후의 염증성 손상과 면역 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진행성 질환이다.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소장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간에 정체되면서 염증과 섬유화(딱딱해짐)가 진행되고 결국 간경변과 간부전으로 이어진다. 태어날 때부터 담도가 완전히 막혀 있거나 출생 후 염증 반응으로 담도가 파괴되기도 한다. 담도폐쇄증은 국내에서 연간 약 40~60명 진단받는다. 성인에게는 발생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많은 질환이 급성 간부전인데, 바이러스 감염이나 약물 중독, 원인 불명의 면역 반응 등으로 짧은 시간 내 간 기능이 급속히 소실된다. 선천성 대사질환은 특정 효소가 결핍돼 독성 물질이 몸속에 쌓이는 것이다. 간이 독소를 처리하지 못해 간세포 손상이 누적된다.
선천성 간경변은 태어날 때부터 간 구조 이상이나 대사 이상으로 섬유화가 진행된 것이다. 이들 질환은 초기엔 보존적 치료나 수술, 약물 치료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손상된 간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근본적 치료는 현재로선 간 이식뿐이다.”
-간 이식을 받지 못하면.
“간경변이 진행되고 복수, 출혈, 감염, 성장 부진, 의식 장애 등이 나타난다. 결국 생명을 위협하는 간부전 상태로 악화된다. 소아의 경우 전신 상태 악화 속도가 빨라 예후가 더 나쁘다.”
-소아 뇌사자 간 기증이 부족한데.
“그래서 국내에선 생체 간 이식이 약 77% 수준이다. 공여자는 대부분 부모(특히 어머니)가 가장 흔하고 상황에 따라 성인 친족도 가능하다. 소아는 체구가 작아서 기증 간의 좌외측 구역만으로도 필요한 기능을 충족한다. 공여자의 수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간 이식 시기는.
“개인별로 다르지만 생후 수개월에서 만 2세 전후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담도폐쇄증 환아는 영유아기에 이식이 필요하다. 이식 시기를 놓치면 성장 부진, 발달 지연, 반복 감염, 뇌 손상 등 전신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간 이식 자체의 성공률도 떨어진다.”
-간 이식 성공률은.
“세브란스병원이 시행한 2023년 8월 이후 18세 이하 소아 간 이식 37례 중 36례가 현재 생존해 생존율 97.3%를 보였다. 국내 기반 장기 성적은 1년 90.6%, 5년 86.7%, 10년 85.8% 생존으로 보고됐다.
이식이 잘 되면 황달, 복수, 출혈 위험이 줄고 영양 상태가 개선되면서 성장과 학교생활 등 일상 기능이 상당히 회복된다. 단 면역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고 감염, 거부 반응, 약제 부작용을 조기에 잡기 위해 정기 추적 검사가 필수다. 따라서 ‘완치’ 보다는 장기 생존과 정상 생활이 가능한 ‘만성 관리 질환’으로 볼 수 있다.”
인 교수는 “소아 간 이식이 필요한 질환을 진단받는 순간,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과 혼란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질환이 아니다”면서 “생존은 기본 목표가 됐고, 이젠 아이가 성장 과정에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예측하고 관리해 삶의 질을 지키는 시대가 됐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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