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도 “레버리지 ETF 사달라”…코스닥 연기금 동원령까지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6. 2. 9.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최근 A대형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지점을 찾은 70대 고객을 상담하다 한숨을 내쉬었다. 계좌만 갖고 있었을 뿐 그동안 거래가 거의 없던 고객이었는데, 코스닥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목록을 줄줄이 적어와 주문 상담을 해서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 등 기초자산 하루 변동률을 배수로 추종한다. 국내에서 레버리지 금융투자 상품을 거래하려면 사전 의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1시간가량 온라인 교육을 듣고 수료 번호를 증권사에 등록해야 매수할 수 있다.

A증권사 PB는 “사전 교육에는 레버리지가 위험하다는 말만 담겨 있을 뿐 위험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개인 고객이 위험관리 방식을 제대로 인지하고 레버리지 투자에 나서고 있는지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이 삼성전자 등 국내 우량주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2배 레버리지 ETF 도입을 추진한다. 국민연금기금·고용보험기금·공무원연금기금 등 67개 연기금을 대상으로 벤처·중소기업 기반 코스닥 투자를 늘리도록 유인책도 편다. 이는 해외 증시로 빠져나간 개인투자자 자금을 국내로 돌려 원·달러 환율을 정상화하겠다는 고육지책에서 나온 정책으로도 평가된다. 다만, 단일 종목 2배 레버리지 ETF나 코스닥 연기금 동원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특정 산업을 콕 집어 투자하는 테마 ETF조차도 해당 산업이 흔들리면 수익률이 와르르 무너진다. 개별 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이보다 더한 변동성에 노출된다. 적자 기업이 수두룩한 코스닥에 연기금을 동원해 지수를 30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발상도 입길에 올랐다.

변동성 관리 난제

개별 종목 주가 ‘왝더독’ 우려

금융위원회가 국내 증시에서도 우량 단일 종목 수익률을 최대 2배까지 추종하는 ETF·ETN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이를 위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3월 11일까지 입법예고에 나선다. 개정안에는 그동안 ETF는 10개, ETN은 5개 이상 종목에 분산 투자해야 했던 요건을 완화해 국내 우량주식 단일 종목 ETF·ETN 상장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레버리지 배율은 ±2배 이내로 유지한다.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ETN 투자 시 기존 1시간 사전교육 외에 1시간의 심화 교육을 추가로 의무화한다. 분산투자가 아님을 명확히 하기 위해 상품 명칭에도 단일 종목임을 표시하도록 한다.

금융당국이 앞장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우려 섞인 시각이 많다. 물론 미국이나 홍콩 등에는 유사한 단일 종목 ETF가 상장돼 있다. 이 탓에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를 마냥 문제삼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우려가 따르는 것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이나 홍콩을 비롯한 해외 주요 시장에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돼 있지만, 이들 시장과 우리 시장은 성숙도와 투자자 구성 등에서 차이가 크다. 미국이나 홍콩의 경우 기관투자자 중심 가격 발견 구조가 뿌리 깊은 데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와 위험 관리 경험도 축적돼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단기 매매 성향이 강하다.

둘째,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구조적으로 수익률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 국내 운용사가 우후죽순 내놓는 특정 산업 테마형 ETF조차 분산 투자와 거리가 멀다. 엄밀히 말해 테마형 ETF는 집중 투자에 가깝다. 투자한 산업이 흔들리면 수익률이 와르르 무너진다.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는 이보다 더 큰 변동성에 노출된다.

셋째, 일각에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으로, 개별 종목 주가 변동성이 확대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왝더독은 현물 주가가 기업 실적이나 중장기 전망보다 파생상품 수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배경을 풀어보면 이렇다. 레버리지 ETF는 개인투자자 매수·매도 주문에 대응해 증권사 같은 유동성공급자(LP)가 기계적으로 물량을 공급한다. 크게 레버리지 ETF 개인 매수 → 유동성공급자의 ETF 매도 → 유동성공급자 현물 헤지 매수로 이어진다.

쉽게 말해, 증권사 등 유동성공급자는 ETF 거래가 원활하도록 개인들이 팔 때는 사고 살 때는 팔아주는 역할을 맡는다. 가령, 유동성공급자가 개인 투자자 순매수에 대응하려 ETF를 매도하면 손실 위험을 줄이려 기초자산인 현물 주식이나 선물을 매수하는 헤지 포지션을 취한다. 최근 개인 순매수와 금융투자 순매도가 대비를 이룬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수형 레버리지 ETF는 이런 기계적인 헤지 거래가 여러 종목에 분산되지만,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에 집중된다. 기초자산 주가가 기업 실적이나 정보 변화보다 ETF 자금 유출·입과 유동성 공급자 리밸런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연기금 동원해 코스닥 부양

일각에선 버블 우려도

사실상 연기금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코스닥 부양에 나선 것을 두고도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많다. 산업 구조조정이나 체질 개선 없이 유동성만으로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 만만찮은 제약이 따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3000을 실적이 아닌 유동성·정책에 의존해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자칫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선이 벌써부터 고개를 든다.

주가는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수익비율(PER)의 함수다. 코스닥 지수가 3000에 도달하려면 EPS와 PER 재평가가 필수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올 2월 초 기준 코스닥 12개월 선행 PER은 약 28배다. 이는 지난 5년 평균(약 18배) 대비 56%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현 수준 PER을 유지한 채 코스닥 3000에 도달하려면 전체 EPS가 지금보다 2.5배 이상 증가해야 한다. 한국 증시 구조적 저평가가 일정 부분 해소돼 코스닥 PER이 30배 이상으로 뛴다는 낙관적인 가정을 해도 EPS는 최소 2배 이상 뜀박질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2024사업연도 결산’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10곳 중 4곳은 이익은커녕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구조 아래 코스닥 EPS가 단기간 2배 이상 늘어나려면 적자 기업 대규모 퇴출과 다수 기업의 동시다발적 수익성 개선이 필수다.

코스닥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시장요구수익률(COE)을 비교해봐도 코스닥 3000은 간단치 않은 과제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기업에 대한 요구수익률이 최소 10%를 웃돌 것으로 본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 평균 ROE는 5~7% 수준에 그친다. 흑자 지속 기업만 놓고 보더라도 8~10%를 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ROE가 요구수익률보다 낮으면 기업은 현재 이익을 내고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자본가치를 훼손하게 되고 이는 결국 기대 프리미엄 축소로 이어진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코스닥 기업 ROE로 30배에 가까운 PER 배수를 정당화하려면, 성장률이 매우 높거나 일시적 버블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며 “코스닥 ROE가 지금보다 최소 5%포인트 이상은 뛰어야 그나마 지수 2000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우려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7호·설합본호(2026.02.11~02.24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