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숭배 수준의 홍보영상인가, 진솔함 담은 다큐인가 [이게 이슈]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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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아마존 MGM 스튜디오의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 월드 프리미어 행사에서 미국 영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연설을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 |
| ⓒ AFP 연합뉴스 |
이 영화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태생적으로 지울 수 없는 정치색에 있다. "영부인 숭배 수준의 홍보영상에 불과하다"는 평론가들의 혹평에 "영부인의 우아함과 진솔함을 보게 되었다"는 지지자들의 반응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겉으로는 미국 영부인의 일상을 그린 다큐멘터리지만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호불호가 심한 남편 트럼프를 온전히 덜어내진 못한 모양새다.
이 같은 정치색 논란은 '로튼 토마토'의 평점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비평가 점수는 8%로 처참한 수준이지만 관객 점수(Popcornmeter)로는 영화 <대부>를 뛰어넘어 무려 99%에 달한다. 미국대중문화지 <롤링스톤>은 이 수치를 '로튼 토마토' 역사상 가장 큰 평론가와 관객의 평점 격차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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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멜라니아>의 비평가 점수(Tomatometer)는 8%이지만 관객 점수(Popcornmeter)는 99%에 달한다. |
| ⓒ 로튼 토마토 |
하지만 이전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주목할 만한 점은 관객 편향성이다. 미국 시골 지역에서 46%, 플로리다와 텍사스, 애리조나주를 포함한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판매 수익의 53%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심지어 클리블랜드의 한 극장의 경우 인근 노인복지센터에서 동원된 버스 두 대 분량의 노인들로 관람석을 채웠다는 사실도 꼬집었다.
공화당 우세 지역, 특히 고령의 백인 여성들이 이 영화 흥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텍사스의 뉴스매체인 <크론>에 따르면 이 영화의 주 관객층은 백인(75%), 여성(70%) 그리고 55세 이상의 고령이며, 고령의 백인 여성들이 구매한 영화표가 판매된 60만 장 가운데 70%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크론>은 달라스제일침례교회 담임목사이자 트럼프 지지자인 로버트 제프리스의 사례를 들며 보수성향 교회와 같은 친트럼프 기관들이 단체로 영화를 관람했을 가능성도 내비쳤다. 실제로 제프리스 목사는 영화 개봉 전후 자신의 설교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했고 "미국 역사상 가장 품격 있고 신앙심 깊은 영부인 중 하나"라며 멜라니아를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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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루이스빌에 있는 <멜라니아> 상영관에서는 <멜라니아> 영화 포스터도 걸려있지 않았다. |
| ⓒ 이영훈 |
이날 기자가 주목한 영화 외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공화당 텃밭으로 꼽히는 텍사스에서 여전히 개봉 초반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는지, 아울러 실제로 고령의 단체관람객들이 찾아오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싱거웠다. 미리 예매를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화관은 텅 비어 있었고 영화가 시작될 무렵 입장한 백인 노부부 4쌍과 중년의 백인 가족 4명이 전부였다. 정치적 구호를 외치거나 박수를 치는 등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 없이 조용히 관람하는 분위기였다. 극장 안팎으로 <멜라니아> 영화 포스터도 걸려있지 않아 여기가 텍사스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라운지 의자 덕분에 편하지만 지루한 2시간이 흘러갔다.
영화 <멜라니아>에서 멜라니아 트럼프의 하이힐은 높았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열정적이었지만 아직 모델의 모습을 벗지는 못했다. 멋진 모자를 쓰고 디자이너들의 도움으로 화려한 의상을 제작해 가며 바꿔 입었다. 경호원들의 보호를 받고 사람들 앞에서 남편 팔짱을 끼는, 늘 보던 세련된 미국 영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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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버스 정류장에 다큐멘터리 영화 <멜라니아>의 포스터가 훼손된 채 붙어 있다. |
| ⓒ AFP 연합뉴스 |
자신의 영화 개봉을 앞둔 지난 1월 2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멜라니아 트럼프는 희생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보다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염두에 둔 듯 '비폭력,' '통합,' '국경을 넘어온 범죄자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등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영화 말미에서 멜라니아 트럼프는 "어디서 왔든 모든 이는 똑같은 인간"이라고 한다. 이 말이 극단적으로 분열하고 있는 미국에서 얼마나 진심 있게 들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오래전 미국으로 건너온 슬로베니아 출신 이민자의 억양을 트럼프 지지자들이 참아내는 것을 보면 멜라니아가 "트럼프가 좋아하는 유일한 이민자"라는 <뉴욕타임스> 설명이 잘 맞아떨어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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