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탓에 탈출’은 거짓이지만… 韓 최고세율 OECD 2위

권지혜,박상은 2026. 2. 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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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땐 60%까지
상속세 과표 27년째 그대로 유지
물가·집값 오르며 대상자 13배 ↑


이재명 대통령이 7일 대한상공회의소 보도자료를 직접 거론하며 “고의적 가짜뉴스”라고 공개 질타했다. 자료 내용 중 ‘상속세 부담 때문에 한국을 떠난 고액 자산가들이 2024년 1200명에서 2025년 2400명으로 1년간 2배 급증했다’는 대목을 문제 삼았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6월 영국의 투자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H&P)가 낸 보고서의 주요국 자산가 순유출 규모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50~60%에 달하는 상속세가 자본의 해외 이탈을 가속화하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대한상의 관계자 발언도 담았다.

그로부터 나흘 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한 언론사 칼럼을 첨부하며 “법률에 의한 공식 단체인 대한상의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인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적었다. 이어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말했다.

실제 H&P 보고서는 이미 해외에서도 불신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해외 조세정책 분석기관인 TPA는 지난해 7월 조사 방식이 부실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 현지 매체들도 비슷한 시기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질타 하루 만인 이날 국세청도 최근 3년간 신고된 해외 이주자를 전수분석한 결과 한국을 떠난 10억원 이상 자산 보유자는 연평균 139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상공업계를 대표하는 대한상의는 부실한 통계를 검증 없이 인용한 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연구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다만 가짜뉴스 지적과는 별개로 한국의 명목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30년 가까이 세율 변화 없이 세 부담 규모가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건 사실이다. 세계법제정보센터가 분석한 세계 각국의 상속세 제도에 따르면 한국의 현행 상속세는 최고세율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여기에 기업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상속할 때 그 주식의 가치를 일반 주식보다 높게 평가하는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세율은 60%까지 높아진다. 또 유산세(고인의 재산 총액에 대해 과세) 방식으로 상속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인데 이중 한국을 제외한 세 나라는 배우자 상속분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이런 구조로 인해 납세자의 세금 부담이 과도하고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를 가로막는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 정부에서도 공제한도 확대 등 상속세 개편 논의가 진행됐지만, 실질적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인적공제, 가업상속공제 등 각종 감면 혜택을 적용하면 명목세율 50%는 상징적인 숫자일 뿐 평균 실효세율은 20%대로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 1999년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30억원 초과로 낮추고 최고세율을 50%로 상향 조정한 뒤 30년 가까이 그 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물가와 주택가격 등이 상승하면서 과세대상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문제의 보도자료에서 상속세 과세 인원이 2002년 1661명에서 2024년 2만1193명으로 약 13배 급증했고 총세수 대비 상속세수 비율도 같은 기간 0.29%에서 2.14%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속세 완화에 대한 국회 논의가 공전하고 유족 개인이 취득한 재산에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도입과 같은 상속세제 개편에도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우선 납부 방식 개선부터 검토해보자고 제안했다.

대한상의는 상공회의소법에 근거한 법정 경제단체다. 정부 위탁 업무에 대해선 예산을 지원받지만, 기본적으로는 회원사가 내는 회비와 회관 임대료 수입 등으로 운영된다.

대한상의는 대통령의 직격과 정부 감사 예고 등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H&P 수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이미 지난해 7월 제기됐지만, 보고서 담당 부서는 이런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책임 있는 기관인 만큼 면밀히 데이터를 챙겼어야 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지혜 박상은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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