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일확천금 노린다? 사실, 투자하는 MZ 큰 그림은...
코스피 지수가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지금, '더 넣을 걸'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들어가야 하나,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조급함과 불안함이 뒤섞이고 있습니다. 경제 기사에선 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식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정누리 기자]
|
|
| ▲ 지난 1월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제·주식투자 코너를 찾은 시민들이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
| ⓒ 연합뉴스 |
사실 나의 투자 시작은 또래에 비하면 조금 늦은 편이었다. 코로나 이후 MZ세대 사이에 '재테크 붐'이 불면서 친구들은 이미 주식, 채권, 코인 등 저마다 야금야금 재테크를 하고 있었다. 겁이 많던 친구들도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계좌만 만들면 돼", "적금 이자율이 너무 낮아"라며 대기업 주식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 그 흐름에 올라탔다기엔 난 꽤 늦은 축이었다. 아마 내게 투자란 돈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돈이 날아가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어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
| ▲ 금현물KRX |
| ⓒ 정누리 |
어느 날 부모님께 문득 "요즘 금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는 "금이 어디 있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들에게 금이란 돌반지나 귀걸이 같은 실물이었으니까. 나는 스마트폰 어플을 켜서 보여드렸다. 이건 '금현물 KRX'라는 것이고,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도 없고, 실물 금이 아니라서 보관할 필요도 없다고. 처음 계좌 만들 때 꽤 애를 먹었다는 무용담도 덧붙였다.
부모님은 왠지 감동한 눈치였다. 밥 먹이고 세수시켜야 했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어 경제 활동을 하는지, 묘한 존경심까지 느끼시는 듯했다. "진작 우리도 이렇게 재테크를 알았다면 좋았을걸." 아쉬운 웃음 끝에 두 분은 생활비를 아껴 내가 금을 살 수 있도록 조금씩 보태주겠다고 하셨다. 왠지 내가 이 집안의 '은행장'이 된 기분이었다. 투자하는 MZ세대의 무리에 낀 것과 동시에, 어느 순간 내가 이 집안의 가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이렇게 '무던한 돌부처' 타입이라면, 내 주위엔 다양한 유형의 투자자 친구들이 있다. '모험가형'인 친구는 미국 경제 침체를 예측하며 공격적인 베팅을 했다.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버는 '인버스'에, 수익률을 몇 배로 뻥튀기하는 '레버리지'까지 걸었다. 남들은 이런 일을 저지르고 나면 잠도 안 올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잠도 잘 자고 업무도 성실하게 하고 있다. 수익보다는 자신의 예측이 맞는지 기다리는 쾌감이 더 큰 괴짜 같기도 하다.
반면 '모범생형' 친구도 있다. 100만 원이 넘는 강의료를 내며 재무제표와 고용지표를 공부한다. 주식은 둘째 치고, 이 기회로 경제 분야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그는 돈을 버는 것을 넘어 경제의 흐름을 읽고, 본인의 커리어 청사진까지 그려낸다. 이 친구 옆에서 얻는 귀동냥 지식은 내게도 덤이 된다.
|
|
| ▲ 주식을 공부하는 한 친구의 노트 |
| ⓒ 정누리 |
무엇보다 투자는 솜사탕처럼 녹아 없어질 돈을 묶어두는 훌륭한 '잠금장치'가 되어준다. 주식을 하려면 기업을 알아야 하고, 기업을 알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워렌 버핏의 말처럼, 모든 투자금은 노동의 가치 위에 세워진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인 셈이다. 올라가는 집값 앞에서 좌절했던 청년들은 저마다 다시 시동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다시 첫 문단으로 돌아가보자. 1월 29일, 금값이 아주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제 내 수익은 얼마일까? 아쉽게도 몇 달 전 목돈이 필요해 한번 금을 팔았다. 결국 현재 수익률은 40%지만 불어난 돈은 20만 원 남짓이다. 누군가는 '안 뺐으면 얼마인데...' 하며 아쉬워할지 모른다. 나 또한 잠깐 속이 쓰렸다. 하지만 금세 괜찮아진다. 결국 우리가 투자하는 이유는 '필요할 때 쓰려고' 하는 것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 금들은 내 삶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사라졌다.
투자로 얻는 것은 돈 뿐만이 아니다. 인생의 달고 쓴 맛을 매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상실감은 훌륭한 예방주사다. 인생이 늘 우상향하는 것은 아님을, 때로는 이유 없이 위아래로 튀기도 하는 것임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날의 투자는 인생 공부인지도 모른다. 바람에 쓸려 나가는 1g의 금 앞에서, 나 만큼은 흔들리지 않도록 뿌리를 더욱 깊게 뻗어본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폭력 피해자의 수상 소감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결국 나아갈 것"
- 미국 유학파 건축가가 주차장서 벌인 일, 성수동이 뒤집어졌다
- 2년 전 800만 원이 지금 2천... 시집갈 때까지 기다릴 걸
- "그대를 못 믿겠다"... 대통령 물러난 이후 민주화운동 뛰어든 사람
- 이 대통령 "가짜뉴스" 호통에 결국 고개 숙인 대한상의
-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 이 대통령 직설적 경고가 남긴 외교적 교훈
- 치료 받지 말라, 고기 먹지 말라... 암환자에게 이런 게 진짜 위험합니다
- 장생탄광 추모식 중 날아든 또 하나의 비극... 유족들 침통
- "다주택자들 못 버티게 하는 방법은 보유세밖에 없다"
- 박정현 부여군수 출판기념회 "바람은 변방에서부터 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