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일확천금 노린다? 사실, 투자하는 MZ 큰 그림은...

정누리 2026. 2. 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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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시대, 나는] MZ세대 투자법

코스피 지수가 연일 새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주식 시장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지금, '더 넣을 걸' 하는 아쉬움과 '이제라도 들어가야 하나,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조급함과 불안함이 뒤섞이고 있습니다. 경제 기사에선 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주식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정누리 기자]

 지난 1월 1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 경제·주식투자 코너를 찾은 시민들이 관련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1월 29일, 금 1g이 26만 원을 넘었다는 기사가 떴다. 작년 쯤이었던가. 처음 금 3g을 샀을 때가 생각난다. 코 묻은 돈을 야금야금 모아 금을 샀다. 친구들은 장난스레 "입김 불면 날아가겠다"며 웃었다. 그랬던 금이 1년 사이에 날아가면 큰일 날 정도로 무섭게 올라버렸다.

사실 나의 투자 시작은 또래에 비하면 조금 늦은 편이었다. 코로나 이후 MZ세대 사이에 '재테크 붐'이 불면서 친구들은 이미 주식, 채권, 코인 등 저마다 야금야금 재테크를 하고 있었다. 겁이 많던 친구들도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계좌만 만들면 돼", "적금 이자율이 너무 낮아"라며 대기업 주식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다. 그 흐름에 올라탔다기엔 난 꽤 늦은 축이었다. 아마 내게 투자란 돈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돈이 날아가지 않게 '잡아주는 것'이어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돌부처, 모험가, 모범생... 각자의 투자법
 금현물KRX
ⓒ 정누리
남들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살 때, 난 조용히 '금현물 KRX' 계좌를 만들었다. 투자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1g씩 콩알만 한 금을 야금야금 사 모으는 여정이었다. 나의 철칙은 하나, '내가 사기로 정한 날이 아니면 아무리 오르고 내려도 거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금을 산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너답다"고 했다. 꾸준히,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고 무던히 살아가는 내 모습에 어울린다는 뜻이었으리라. 덕분에 난 관망하듯 상승과 하락을 초연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비싸게 사도 아깝지 않고, 싸게 팔아도 배 아프지 않았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는 게 1차 목표였으니까.

어느 날 부모님께 문득 "요즘 금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는 "금이 어디 있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들에게 금이란 돌반지나 귀걸이 같은 실물이었으니까. 나는 스마트폰 어플을 켜서 보여드렸다. 이건 '금현물 KRX'라는 것이고,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도 없고, 실물 금이 아니라서 보관할 필요도 없다고. 처음 계좌 만들 때 꽤 애를 먹었다는 무용담도 덧붙였다.

부모님은 왠지 감동한 눈치였다. 밥 먹이고 세수시켜야 했던 아이가 언제 이렇게 어른이 되어 경제 활동을 하는지, 묘한 존경심까지 느끼시는 듯했다. "진작 우리도 이렇게 재테크를 알았다면 좋았을걸." 아쉬운 웃음 끝에 두 분은 생활비를 아껴 내가 금을 살 수 있도록 조금씩 보태주겠다고 하셨다. 왠지 내가 이 집안의 '은행장'이 된 기분이었다. 투자하는 MZ세대의 무리에 낀 것과 동시에, 어느 순간 내가 이 집안의 가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내가 이렇게 '무던한 돌부처' 타입이라면, 내 주위엔 다양한 유형의 투자자 친구들이 있다. '모험가형'인 친구는 미국 경제 침체를 예측하며 공격적인 베팅을 했다. 주가가 떨어져야 돈을 버는 '인버스'에, 수익률을 몇 배로 뻥튀기하는 '레버리지'까지 걸었다. 남들은 이런 일을 저지르고 나면 잠도 안 올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잠도 잘 자고 업무도 성실하게 하고 있다. 수익보다는 자신의 예측이 맞는지 기다리는 쾌감이 더 큰 괴짜 같기도 하다.

반면 '모범생형' 친구도 있다. 100만 원이 넘는 강의료를 내며 재무제표와 고용지표를 공부한다. 주식은 둘째 치고, 이 기회로 경제 분야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그는 돈을 버는 것을 넘어 경제의 흐름을 읽고, 본인의 커리어 청사진까지 그려낸다. 이 친구 옆에서 얻는 귀동냥 지식은 내게도 덤이 된다.

젊은 날 투자는 인생의 예방주사
 주식을 공부하는 한 친구의 노트
ⓒ 정누리
기성세대는 MZ세대의 투자를 우려하기도 한다. 일확천금을 노리다 삶의 방향을 잃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다. 나만 해도 투자를 시작하며 경제 뉴스를 챙겨 보게 되었다. 아빠가 왜 신문을 펴는지, 식당 옆 테이블 어른들이 왜 부동산 얘기만 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무엇보다 투자는 솜사탕처럼 녹아 없어질 돈을 묶어두는 훌륭한 '잠금장치'가 되어준다. 주식을 하려면 기업을 알아야 하고, 기업을 알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결국 워렌 버핏의 말처럼, 모든 투자금은 노동의 가치 위에 세워진다는 것을 배우는 과정인 셈이다. 올라가는 집값 앞에서 좌절했던 청년들은 저마다 다시 시동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다시 첫 문단으로 돌아가보자. 1월 29일, 금값이 아주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제 내 수익은 얼마일까? 아쉽게도 몇 달 전 목돈이 필요해 한번 금을 팔았다. 결국 현재 수익률은 40%지만 불어난 돈은 20만 원 남짓이다. 누군가는 '안 뺐으면 얼마인데...' 하며 아쉬워할지 모른다. 나 또한 잠깐 속이 쓰렸다. 하지만 금세 괜찮아진다. 결국 우리가 투자하는 이유는 '필요할 때 쓰려고' 하는 것 아니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 금들은 내 삶을 위해 제 역할을 하고 사라졌다.

투자로 얻는 것은 돈 뿐만이 아니다. 인생의 달고 쓴 맛을 매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상실감은 훌륭한 예방주사다. 인생이 늘 우상향하는 것은 아님을, 때로는 이유 없이 위아래로 튀기도 하는 것임을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날의 투자는 인생 공부인지도 모른다. 바람에 쓸려 나가는 1g의 금 앞에서, 나 만큼은 흔들리지 않도록 뿌리를 더욱 깊게 뻗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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