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산책]별을 다시 부르는 기술…윤동주의 詩는 왜 지금, AI를 만났을까

김희윤 2026. 2. 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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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시는 늙지 않았다.

윤동주의 시가 다시 태어난 방식은 인공지능(AI)이었다.

다만 윤동주의 언어가 품었던 감정의 밀도가 시각적으로 번역된다.

그 배경에 대해 작가는 "윤동주의 시를 새롭게 해석하기보다, 그 시가 지닌 침묵과 윤리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내고 싶었다"며 "AI는 창작의 주체가 아니라, 시를 바라보는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하나의 도구이자 매개였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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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시인 윤동주, 그리고·쓰고·노래하다'展
회화·음악·AI가 한 공간서 시가 되는 전시

시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시는 늙지 않았다. 다만 읽히는 방식이 변할 뿐이다. 윤동주의 시가 다시 태어난 방식은 인공지능(AI)이었다.

윤동주의 '서시'를 표현한 김연식 작가의 동명작.

서울 종로 인사동의 갤러리 모나리자산촌에서 열린 김연식의 AI 아트 특별전은 묻는다. "윤동주의 시는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불릴 수 있는가. 기술은 시의 적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번역기인가."

이번 전시는 윤동주 서거 81주기를 기념해 기획됐다. 출발점은 분명하다. 윤동주가 남긴 116편의 시. 김연식은 이 시편들을 '해석'하기보다 '다시 호흡하게' 하는 방식을 택했다. 회화, 음악, 설치, 그리고 AI 이미지가 하나의 공간 안에서 겹쳐진다. 전시는 제목 그대로 세 개의 동사 '그리고, 쓰고, 노래하다' 로 구성된다.

'그리고'의 영역에서 관객은 별과 어둠, 고독과 희망이 교차하는 이미지들과 마주한다. 인간의 형상은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빛을 품거나, 어둠 속에 서 있다. 설명은 없다. 다만 윤동주의 언어가 품었던 감정의 밀도가 시각적으로 번역된다. AI는 여기서 창작의 주체라기보다, 시적 정서를 증폭시키는 장치에 가깝다.

'쓰다'의 구간에서는 시가 다시 문장으로 환원된다. 디지털 이미지와 함께 배치된 텍스트는 독서라기보다 응시에 가깝다. 시는 읽히기보다 머문다. 관객은 시를 따라가기보다, 시 앞에 서게 된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노래하다'다. 윤동주의 시에 곡을 붙인 음악이 공간을 채운다. 회화와 음악, 조명과 설치가 동시에 작동하며, 전시는 하나의 무대처럼 변한다. 감상은 선형적이지 않다. 보고, 듣고, 다시 돌아보는 과정에서 시는 하나의 경험이 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AI를 '창작의 주인공'으로 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시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도구로 활용한다. 그 배경에 대해 작가는 "윤동주의 시를 새롭게 해석하기보다, 그 시가 지닌 침묵과 윤리를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불러내고 싶었다"며 "AI는 창작의 주체가 아니라, 시를 바라보는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하나의 도구이자 매개였다"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AI는 시의 언어를 대체하지 않는다. 다만 시가 도달할 수 있는 감각의 범위를 확장한다. 이 점에서 이번 전시는 기술 전시라기보다, 시에 대한 태도에 가깝다.

윤동주의 시를 AI아트로 재해석한 특별전을 개최한 정산 김연식 작가.

전시장 연출 역시 메시지를 뒷받침한다. 블루 톤의 간접 조명, 바닥을 가르는 빛의 선, 설치물 사이를 흐르는 음악은 관객을 '읽는 사람'에서 '머무는 사람'으로 바꾼다. 그래서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다. 오히려 천천히 걸을수록 윤동주의 언어가 더 또렷해진다.

이 전시는 윤동주를 새롭게 해석했다기보다, 윤동주를 지금의 시간으로 다시 불러낸다. 기술은 그 호출을 가능하게 한 매개일 뿐이다. 별은 여전히 밤하늘에 있고,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는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시는 여전히, 그 질문을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던진다. 전시는 23일까지.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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