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주는 중국 vs 이자 막는 미국 코인 [홍익희의 비트코인 이야기]

2026. 2. 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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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디지털화폐, 예금인가 현금인가

글로벌 디지털화폐 전쟁의 한복판에서, 뜻밖의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은 “디지털화폐에 이자를 붙이겠다”고 하고,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에는 이자를 붙이지 말자”고 한다. 얼핏 정책의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그 본질은 훨씬 깊다. 디지털화폐 시대의 돈을 ‘현금’으로 볼 것인가, ‘예금’으로 볼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는 화폐 철학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이 논쟁의 승패가 향후 CBDC와 스테이블코인 중 누가 글로벌 표준이 될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화폐 시대의 돈을 ‘현금’으로 볼 것인지, ‘예금’으로 볼 것인지를 두고 화폐 철학의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된 AI 이미지)
중국의 선택

“디지털위안은 디지털 예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 1월 1일부터 디지털위안(e-CNY)에 요구불 예금 수준의 이자를, 분기별로, 보유자 전자지갑에 직접 지급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이는 단순한 인센티브 정책이 아니다. 중국은 디지털위안을 ‘결제용 현금(M0)’이 아니라 ‘국가가 보증하는 디지털 예금(M1)’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민간 결제 플랫폼이 이미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상황에서, 디지털위안은 사실상 그저 또 다른 결제 인프라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인민들의 관심이 없었다. 결국 중국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이자였다. 국가가 통제하고, 국가가 이자를 주고, 국가가 신뢰를 보증하는 디지털화폐. 이것이 중국식 CBDC의 설계다. 현재 137개국이 CBDC를 연구 중인데, 중국의 이자 지급형 CBDC 모델이 글로벌 기준을 재정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선택

“스테이블코인은 예금이 아냐”

반면 미국은 정반대의 길을 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용 현금’으로 남겨두려 한다. 최근 논의 중인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 법안(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클래리티 법안)’에는 스테이블코인이 보유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예금적 성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다.

그 논리는 단순하다. 은행 예금과 경쟁하게 되면 금융 시스템이 불안해지고, 예금 이탈과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규제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이 돈의 기능을 넘어 예금·투자 상품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고 싶어 한다. 그래서 “혁신은 허용하되, 화폐의 성격은 ‘현금’에 묶어두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중국은 유인책을 택했고, 미국은 안정성을 택했다.

투자자의 시선

이자 없는 달러 vs 이자 붙는 위안

일반 투자자나 자산 보유자의 관점에서 보면 선택은 직관적이다. ‘이자 없는 디지털달러와 이자 붙는 디지털위안’, 장기간 보유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가? 이 질문 때문에 미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이자를 금지하면 디지털화폐 경쟁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보유해도 손해 보지 않는 화폐’가 강하다. 중국의 디지털위안 전략은 단지 내수 정책이 아니라 국제 화폐 질서를 겨냥한 장기 포석으로 읽힌다.

옆길 찾는 금융

‘이자’가 아니라 ‘수익 공유’라는 틈

그렇다면 미국의 규제가 이 싸움에서 우위를 확보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금융사(史)는 늘 반복된다. 규제가 길을 막으면 돈은 옆길을 찾는다. 그 옆길에서 등장한 것이 수익형 스테이블코인이다.

수익형 스테이블코인들은 한 가지를 철저히 피한다. 바로 ‘이자’라는 표현이다. 대신 이렇게 정의한다. “우리는 예금이 아니다. 자산운용에서 발생한 수익을 보유자와 나눈다.” 이 차이는 법적 의미가 크다. 예금 이자는 은행업, 수익 분배는 투자·증권의 영역이다. 이 구조 덕분에 규제의 벽에는 균열이 생겼다. ‘USDL’은 단기 국채 수익을 분배하고 ‘YLDS’는 증권 형태로 제도권 승인을 받았으며 ‘USDe’는 파생상품 기반 수익을 공유한다. ‘sDAI’는 국채 수익이 가격에 자동 반영된다.

이 흐름에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도 가세했다. BUIDL, BENJI 같은 토큰화 자산은 형식상 스테이블코인이 아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매달 수익이 들어오는 디지털 달러와 다르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붙이지 말라면, 자산 자체를 토큰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시장은 늘 규제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다.

클래리티 법안 논쟁

찬반 엇갈리는 이유

클래리티 법안의 스테이블코인 이자 금지 조항은 그 자체로 논쟁의 중심이 됐다. 이 조항을 둘러싸고 업계와 금융권의 이해관계가 정면충돌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수단을 넘어, 예치·대출·레버리지 거래의 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논쟁은 단순히 이자 유무를 넘어 재정·금융 정책과 혁신 정책의 충돌을 의미한다.

찬성 측 의견은 이렇다. 규제기관과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 수익 지급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과 대체 경쟁함으로써 금융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안정적 금융 시스템을 유지하고 예금 기반 은행 신용과 대출 기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이자 금지 조항이 혁신을 억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는 “현재 법안은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며 나쁜 법안보다 법이 없는 편이 낫다”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금융 혁신의 역사적 사례를 들며 금융 규제가 새로운 기술의 생존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향후 전망은

규제의 방향과 글로벌 경쟁

클래리티 법안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규제의 방향성을 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현재 법안 심의는 연기된 상태이며, 주요 쟁점이 정리될 때까지 입법 시한은 불투명하다. 만약 이자 지급 금지 조항이 유지된다면 미국 스테이블코인 업계는 다른 설계 모델로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시장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글로벌 디지털 달러 경쟁에서 중남미와 중동 기반 수익형 스테이블코인들에 주도권을 내줄 위험을 내포한다. 반면 규제가 완화되어 ‘보상 기반 메커니즘’이 허용된다면, 미국은 제도권과 혁신의 균형을 이루며 세계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책 설계의 지혜와 시장의 역동성이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경쟁은 단순한 금리 논쟁이 아니다. 디지털화폐 전쟁의 핵심 질문은 여전히 같다. “디지털 시대의 돈을 가만히 두느냐, 아니면 일하게 하느냐.” 중국은 국가가 설계한 ‘이자 붙는 돈’을 택했고, 미국은 민간 혁신을 허용하되 ‘울타리 안의 돈’을 택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그 울타리에는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틈으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돈이 스며들고 있다. 그 결과는 머지않아 우리 지갑 속 돈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

[홍익희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6호 (2026.02.04~0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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