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 이 대통령 직설적 경고가 남긴 외교적 교훈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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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일 이재명 대통령이 올린 sns 글. 이 대통령은 이 글에서 캄보디아 당국이 외국인 범죄 가담자 2220여명을 검거했지만, 이 가운데 한국인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코리아 전담반과 국정원의 활약을 칭찬했다. |
| ⓒ 이대통령 캡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캄보디아 정부의 대규모 스캠(온라인 사기) 범죄 단지 급습 소식을 공유하며 남긴 발언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외국인 범죄 가담자 2200여 명을 검거했지만, 이 가운데 한국인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내 안전망과 수사 역량을 부각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게시글에서 "경찰 코리아 전담반과 국정원의 활약 덕분"이라며 "한국인을 건들면 패가망신"이라는 강한 경고 메시지를 덧붙였다. 함께 링크한 기사는 <오마이뉴스>가 지난 2일 보도한 "캄보디아, 하루 만에 범죄 가담 외국인 2천명 검거 '역대 최다'"로, 한국 경찰의 끈질긴 추적과 정보 공조가 중국계 범죄 조직의 인력 모집 구조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기자가 보도한 '한국 경찰 들쑤셔서... 중국인 범죄조직도 이제 한국인 안 받아'(https://omn.kr/2gud9)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한국어와 크메르어로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 대한민국은 한다면 합니다! 끝까지"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국내 여론에서는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각종 온라인 스캠 범죄에 대한 단호한 국제적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현지에서는 외국 정상의 발언 어조와 외교적 의미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강력한 메시지가 성과와 안전 확보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한편, 해당 국가인 캄보디아 현지 사회에서는 자국의 주권과 존엄을 건드린 표현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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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1일 오전(현지시각) 캄보디아 국가경찰과 바벳시 경찰이 합동으로 외국인 범죄단지 소탕작전에 나서고 있다. |
| ⓒ 캄보디아국가경찰청 |
이 매체 보도에 따르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캠 범죄 조직의 주축은 중국계인데, 왜 크메르어로 경고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고는 중국어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여야 간 시각차와 갈등이 캄보디아 현지 언론을 통해 그대로 전달된 것이다.
<프놈펜 포스트>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가 이후 삭제됐음에도 불구하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주요 국제 매체들이 이를 인용 보도하며 캄보디아의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왜 크메르어였나" 외교 당국 해명이 논란 키워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일 이 대통령의 관련 게시글 삭제 이유에 대해 "이미 널리 확산됐기 때문"이라고 간략히 설명했다.
또한 김창룡 주캄보디아 한국대사는 일부 국내 언론을 통해 "범죄 조직이 영어도, 한국어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크메르어로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한 발언이 보도됐다. 이후 이 발언은 <프놈펜 포스트> 기사에 인용되며 현지 논쟁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 대사는 같은 날 2일 프락 소콘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국제협력부 장관과 만나 온라인 스캠 단속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나, 캄보디아 외교부 공식 보도자료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크메르어 메시지에 대한 언급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대통령 메시지와 관련한 외교적 초치 여부 논란까지 제기되며 논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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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룡 주캄보디아한국대사가 지난 2월 2일 캄보디아 쁘락 소콘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을 만나서 양국간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
| ⓒ 주캄보디아대한민국대사관 |
한 현지 독자는 이렇게 썼다.
"한국 대통령은 캄보디아 지도자를 향해 일부러 크메르어를 사용해 경고했다. 설령 글을 삭제하더라도 디지털 기록은 남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댓글은 범죄 구조의 책임을 지적했다.
"범죄자들이 중국인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훈 센의 허락 없이는 중국 범죄자들이 캄보디아 전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김창룡 대사의 해명을 겨냥한 듯한 댓글도 이어졌다.
"그렇다면 범죄자들이 영어도 한국어도 쓰지 않는다는 말은, 곧 캄보디아어를 쓴다는 뜻인가?"
언어 선택 자체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많았다.
"맞는 말이다. 경고는 중국어(만다린)로 했어야 했다. 사기 범죄의 배후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들은 크메르인이 아니다."
일부는 외교적 결례를 넘어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그건 변명이 될 수 없다.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 번영하는 국가의 지도자라면 더 신중했어야 한다."
"이건 경고가 아니라 캄보디아에 대한 괴롭힘(Bullying)이다."
"캄보디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가 캄보디아와 캄보디아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성론도 공존… "우리 정부 책임을 외면할 수 없다"
반면 일부 현지 독자들은 보다 냉정한 시각을 보였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연루된 사건을 다룰 때는 여러 언어로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언제나 그래 왔으며, 이것이 곧 비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나라에는 범죄자가 있다. 그러나 좋은 정부라면 그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되며, 권력을 가진 자들이 조직 범죄로부터 이익을 얻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이 같은 댓글 반응은 외국 정상의 직설적 발언이나 언어 선택 논란보다, 캄보디아 내부의 제도적 허점과 부패 문제야말로 사태의 본질이라는 인식을 드러낸다. 외부의 비판을 둘러싼 감정적 논쟁을 넘어, 자국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현지 여론 속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셈이다.
오늘 아침 만난 현지인 직장인 삼랑(가명)씨는 "이런 온라인 스캠 사태를 너무 오래 방치해 우리나라가 이런 국제사회의 망신을 산 것이다", "(굳이 외국 정상의 발언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번 사건 여파로 양국간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가 주도한 초국가범죄 척결 성과와 이번 논란 사태가 가져다 준 교훈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언급한 '패가망신'이라는 표현은 국제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사기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와 질타가 있긴 했지만, 국내 여론은 이를 범죄 척결을 위한 단호한 메시지로 받아들이며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한국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와 해외 공조는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일대 범죄 조직의 활동 방식과 구조에 적지 않은 압박을 가해왔으며, 한국인 피해자를 양산해온 범죄 생태계에 실질적인 균열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설득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아쉽게도 곧바로 외교적 공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게 사실이다. <프놈펜 포스트> 보도와 현지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범죄 대응의 실효성보다 발언의 어조와 맥락이 캄보디아의 주권과 국가적 존엄을 건드렸다는 인식이 더 크게 남아 있다. 범죄 문제의 심각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외국 정상의 직설적 표현이 자국 사회 전체를 낙인 찍는 듯한 인상을 줬다는 불편함이 동시에 표출된 것이다.
이번 사례는 초국경 범죄라는 복합적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언제나 따라붙는 딜레마를 보여준다. 강력한 메시지는 내부 결속과 범죄 억제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상대국 사회에서는 간섭이나 압박으로 받아 들여질 위험성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특히 범죄의 근원이 단일 국가나 집단으로 환원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단호함과 함께 세심한 외교적 언어가 요구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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