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덕분에 s급 인재가 됐다”...나만의 AI 비서 [AI 딥다이브]
# 서울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손 모 씨(35)는 반도체 담당 연구원이다. 과거엔 매일 쏟아지는 국내외 보고서와 언론 기사를 읽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최근 바이브 코딩 서비스 ‘리플릿(Replit)’을 활용해 이 시간을 크게 줄였다. ‘느낌’대로 코딩한다는 뜻인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사람과 AI가 대화하며 코드를 생성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손 씨처럼 코딩 언어를 전혀 모르는 초보자라도 “구독 중인 국내외 매체 뉴스를 브리핑해줘” “이 뉴스를 더 자세하게 분석해줘” 같은 자연어 지시를 내리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생성해준다. 손 씨는 “프로그램 구축에 필요한 API 이용료와 개설 비용 등 50만원가량을 썼더니 그럴듯한 ‘나만의 업무 비서’가 만들어졌다”며 “업무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 덕분에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 인스파이어드 AI연구원 연구교수는 “AI는 더 이상 실험적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업무 속도와 의사결정 품질을 좌우하는 기본 인프라에 가깝다”며 “AI를 도입한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 간 생산성 격차는 이미 구조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앱이 쏟아지는 한편 정작 생산성을 높여주는 앱을 찾기 어렵다는 직장인 호소 역시 잇따른다. 매경이코노미는 AI 전문가와 현업 개발자 자문을 받아 생산성 높여주는 AI 앱을 엄선해봤다.

공수는 줄이고 품질은 끌어올린다
보고서, 보도자료, 마케팅 문구, 번역 등 텍스트 기반 업무는 AI 도입 효과가 가장 빠르게 체감되는 영역이다. 단순히 글을 대신 써주는 수준을 넘어, 기업 고유 형식과 톤을 학습해 결과물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재스퍼(Jasper)’는 마케팅과 홍보에 특화된 AI다. 블로그 글, 이메일, 광고 카피 등 목적에 맞는 템플릿을 제공해 초안 작성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홍보팀에서는 과거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를 예시로 입력해 ‘이 톤을 유지해 새 문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면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 기업 환경에서는 한컴오피스(HWP)와 글로벌 협업 툴을 동시에 다룰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폴라리스 오피스 AI’는 HWP, 워드, PDF 포맷을 모두 지원해 문서 내에서 요약·번역·이미지 생성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나 국내 대기업에서 활용도가 높은 이유다.
국내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와 업스테이지가 운영하는 ‘뤼튼’은 문서 작성 때 빛을 발한다. 자기소개서, 보도자료 등 한국 업무 서식에 맞춘 템플릿이 풍부해 실무 진입 장벽이 낮아서다. 반복적인 문서 저장, 공유, 알림 작업은 잽피어를 활용해 자동화하면 업무 흐름이 매끄러워진다. 방대한 사내 매뉴얼이나 계약서를 대상으로 질문·답변이 필요하다면 업스테이지 ‘솔라(Solar)’처럼 문서 기반 질의응답에 특화된 모델이 적합하다.
해외 IR 자료나 계약서를 검토해야 한다면 ‘딥엘(DeepL)’을 초벌 번역에 활용해볼 만하다. 단순 번역을 넘어 상황별(격식·비격식 등) 뉘앙스까지 살리는 것이 강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안티 파워포인트’를 외치며 2023년 출시된 AI 슬라이드 제작 서비스 ‘감마(Gamma)’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디자인된 파워포인트(PPT) 장표로 변환해준다. 기획팀과 영업팀의 시각화 부담을 덜어준다.


시안 검증 비용 줄이는 효과
디자인 AI의 핵심 가치는 ‘빠른 검증’에 있다. 타 부서나 외부 대행사에 맡기던 시안 작업을 내부에서 빠르게 소화하면 시간과 비용을 눈에 띄게 낮출 수 있다.
대표 사례로 ‘미드저니(Midjourney)’는 광고 시안이나 제품 콘셉트 이미지를 실사 수준으로 구현해 디자인 방향성을 잡는 데 유용하다. 외주를 주기 전에 여러 콘셉트를 내부에서 먼저 검토하면 수정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캔바’는 비전문가도 쉽게 사용할 수 있어, 총무나 인사팀이 공지 포스터나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데 적합하다. ‘미리캔버스’는 한국 정서에 맞는 템플릿과 폰트로 홍보물 제작에 유용하다.
생성형 비디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디시아’는 텍스트만으로 AI 아바타 영상을 제작할 수 있어 사내 교육용 콘텐츠에 적합하다. ‘런웨이’는 기존 영상을 다른 스타일로 변환하거나 새로운 영상을 생성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힉스필드 AI’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영상 제작 플랫폼이다.
과거 AI에 무언가를 시키려면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힉스필드는 이 공식을 파괴했다. 복잡한 텍스트 대신 직관적인 클릭만으로 영화 같은 영상을 만들 수 있게 한 게 특징이다. 카메라 무빙과 캐릭터 동작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어 숏폼 마케팅에 최적화돼 있다. 영상에 한국어 자막을 자동으로 달고 싶다면 TTS(Text To Speech) 기능이 우수한 ‘브루(Vrew)’를 써볼 만하다.
영상 제작을 업(業)으로 하는 전문가라면 기존에 흔히 사용하던 프로그램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이미지·영상 편집 전통 강자인 어도비가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에 이어 ‘프리미어프로’와 ‘애프터이펙트’ 등 영상 제작 툴에 AI 기능을 추가하면서다.
핵심은 프리미어프로의 AI 기반 마스킹 기능과, 어도비 ‘파이어플라이(Firefly)’의 연동이다. 프리미어프로에서는 움직이는 피사체의 윤곽을 프레임마다 직접 따서 분리하는 로토스코핑 작업을 수 초 만에 처리할 수 있다. 기존에 시간 소모가 컸던 후반 작업 부담을 줄였다. 또 파이어플라이 웹 앱에서 간단한 프롬프트나 음성 녹음을 통해 원하는 오디오와 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다른 생성형 AI 모델과 마찬가지로 저작권 이슈 없이 상업적으로 안전하게 활용 가능하다.
(3) 인사·회계·법무·영업도 척척
개발·업무 자동화로 반복 업무 ‘0’
인사·회계·법무처럼 정확성과 보안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범용 챗봇보다 특화형 AI가 적합하다. 이들 부서는 단순히 글을 잘 쓰는 AI보다, 정해진 규칙과 데이터 흐름을 안정적으로 처리해주는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채용 관리 솔루션 ‘그리팅’은 이력서 접수부터 지원자 커뮤니케이션까지 채용 전 과정을 자동화해 인사팀의 행정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인사 담당자는 반복적인 연락이나 서류 관리에서 벗어나, 지원자 평가와 인터뷰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엘리싯(Elicit)’이나 ‘알파센스’는 논문과 금융 시장 데이터를 요약·분석해 기획과 재무팀의 리서치 시간을 단축한다.
해외 영업 비중이 큰 기업이라면 ‘공닷아이오(gong.io)’을 통해 영업 통화와 미팅 데이터를 분석하고, 성과가 좋은 영업 방식과 그렇지 않은 패턴을 비교·코칭하는 것도 가능하다. 공닷아이오는 전화·화상회의·이메일 등 영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분석해, 성과가 높은 영업 담당자의 대화 구조와 질문 방식, 고객 반응 패턴을 도출한다. 예를 들어, 계약 성사율이 높은 영업 통화에서는 가격 언급 시점이나 질문 비중이 어떻게 다른지까지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관리자는 이를 바탕으로 개인별 맞춤 코칭을 제공하고, 조직 차원에서는 성공 공식을 표준화할 수 있다.
개발과 자동화 영역에서는 AI가 개발자뿐 아니라 비개발자의 생산성까지 끌어올린다. 이와 함께 최근 기업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개념이 바이브 코딩(vibe coding). 바이브 코딩은 코딩 문법을 정확히 아는 대신, 자연어로 ‘이런 기능을 만들어달라’고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생성해주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개발자만 다룰 수 있던 자동화나 간단한 프로그램 제작을, 이제는 기획자·마케터·운영 담당자도 시도할 수 있게 됐다. 대표 플랫폼이 ‘리플릿(Replit)’이다. 리플릿은 브라우저 환경에서 바로 코드를 생성·실행할 수 있어, 간단한 업무 자동화나 내부용 도구를 빠르게 만들어보는 데 적합하다. 예컨대 “매주 들어오는 엑셀 파일을 정리해 보고서로 만들어달라”는 요청만으로도 기본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리플릿 외에도 선택지는 늘고 있다. ‘글라이드(Glide)’나 ‘버블(Bubble)’은 코딩 지식이 없는 사용자도 데이터 기반 웹 앱을 만들 수 있는 노코드·로우코드 플랫폼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생성형 AI가 결합되면서, 자연어 지시만으로 화면 구성과 기능 설계까지 가능해졌다. ‘커서(Cursor)’는 개발자를 위한 도구지만, 기존 코드 수정이나 간단한 기능 추가를 자연어로 요청할 수 있어 비개발자와의 협업에 강점이 있다. 이들 플랫폼의 공통점은 완벽한 상용 서비스를 만드는 데 목적이 있기보다, 반복 업무를 줄이거나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는 점이다.
바이브 코딩이 개인 업무 자동화를 넓혔다면, 개발 현장에서는 한 단계 진화한 ‘운영형 AI’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바이브래니움랩스의 ‘바이브 AI’는 서버 장애 대응을 자동화하는 AI 에이전트다. 데이터독 같은 모니터링 도구와 연동해 서버 로그를 실시간 분석하고, 과거 비슷한 장애 사례를 바탕으로 원인과 대응 방안을 즉시 제시한다. 엔지니어가 새벽에 알람을 받고 깨어나기 전에 AI가 1차 분석을 끝내는 구조다. 바이브 AI는 단순 챗봇이 아니라, 장애의 비즈니스 영향과 후속 조치까지 정리해 보고하는 ‘AI 당직 엔지니어’에 가깝다. 세일즈포스·스플렁크와 함께 AWS의 AI 에이전트 파트너로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4) 리서치·데이터·검색
‘환각’ 없이 팩트만 척척 찾아줘
AI 검색을 업무에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출처와 신뢰성이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정보를 요약하고 맥락을 설명하는 데 탁월하지만,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사실과 다른 정보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 문제가 여전하다. 특히 기업 전략 보고서, 투자 판단, 시장 분석처럼 사실 검증이 핵심인 업무에서는 검색형 AI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줄리어스 AI’는 데이터 분석과 시각화에 특화된 도구다. 엑셀이나 CSV 파일을 업로드한 뒤 자연어로 질문하면, AI가 통계 분석과 그래프를 자동으로 생성해준다. 데이터 분석 인력이 부족한 조직에서도 빠르게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영업 실적 분석이나 설문조사 결과 정리처럼 반복적인 분석 업무를 맡은 실무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국내 시장을 분석할 때는 한국어 데이터 커버리지가 중요하다. 바이브컴퍼니의 ‘썸트렌드’ 기술은 국내 소셜미디어와 뉴스 데이터를 분석해 시장 흐름과 소비자 반응을 파악하는 데 강점이 있다. ‘딥서치’는 AI 기반 기술을 활용해 국내 상장·비상장 기업 정보, 공시, 뉴스 등을 결합해 기업 분석과 리스크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증권사, 금융사, 전략 부서에서 기업 발굴이나 산업 분석용으로 쓰기 좋다.
‘라이너’는 정보 수집 과정을 정리해주는 AI 워크스페이스에 가깝다. 웹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하이라이트하고, 이를 바탕으로 출처가 명확한 답변을 제공한다. 자료 조사부터 정리까지 한 흐름으로 관리할 수 있어, 보고서 작성 전 단계의 리서치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
큰 규모의 기업이라면 ‘팔란티어’를 눈여겨봄직하다. 팔란티어는 말하자면 데이터를 모으는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를 ‘써먹게’ 해주는 회사다.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묶어 의사결정을 돕는 기업용 운영체제 ‘팔란티어(Palantir)’는 데이터가 방대하고 복잡해 의사결정에 병목이 생기는 대기업에 효과적”이라며 “전 세계 수천 대의 항공기 센서 데이터와 정비 이력, 부품 공급망 데이터 등 항공 데이터를 통합한 플랫폼 ‘스카이와이즈(Skywise)’ 역시 팔란티어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지 공포를 없애는 브레인 파트너
사실 AI를 업무에 도입할 때 가장 먼저 손대는 영역은 대개 기획과 아이디어 생산 단계다. 다만 이 분야는 이미 ‘챗GPT’나 ‘클로드’처럼 널리 알려진 도구들이 빠르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영역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새롭다’기보다는, 제대로 쓰느냐 못 쓰느냐에 따라 성과 격차가 벌어지는 구간에 가깝다. 회의 안건 정리, 신사업 기획, 제안서 초안 작성처럼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업무는 여전히 사람의 판단이 핵심이지만, 각 AI 특징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고의 출발선이 달라진다.
이미 널리 쓰이는 챗GPT는 사업 기획안 구조를 잡거나 방대한 자료를 요약·정리하는 데 강점이 있다. 기획팀이나 전략 부서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단순히 ‘기획안을 써달라’고 요청하기보다는, ‘이 시장에 진입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는 무엇인지’ ‘위험 요인(리스크)만 추려서 임원 보고용 문서를 다시 정리해달라’처럼 단계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다. 초안을 만든 뒤에는 ‘이 안의 논리적 약점은 무엇인가’라고 되묻는 식으로 활용하면 사고의 사각지대를 점검하는 도구로 쓸 수 있다.
‘클로드’는 자연스러운 문장과 한국어 문맥 이해도가 강점이다. 대외 문서나 내부 보고서에서 표현을 다듬을 때 유용하다. 특히 여러 부서가 함께 보는 기획서라면, ‘공격적인 표현을 중립적으로 바꿔달라’거나 ‘임원 보고용 톤으로 수정해달라’는 식의 요청이 효과적이다. ‘뤼튼’은 국내 포털 검색과 연동돼 있어, 국내 트렌드나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적합하다. 신사업 아이디어 회의 전, 최근 이슈나 키워드를 빠르게 훑는 용도로 활용하면 회의 준비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이디어 회의를 잘 마친다 해도 회의록 작성은 직장인 일과에 부하가 걸리는 대표 업무다. 글로벌 시장에서 ‘오터’는 줌이나 구글 미트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와 연동해 회의 내용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기업이라면 한국어 인식률이 높은 ‘클로바노트’가 실용적이다. 화자 분리와 요약 기능이 뛰어나 회의 후 정리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다글로’와 ‘티로’는 다양한 외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해 요점 정리까지 제공해 좀 더 유연하게 쓸 수 있다.
재택 근무를 하거나 화상 회의가 잦다면 ‘줌 AI 컴패니언’을 써보자. 별도 설치 없이 줌 유료 계정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회의 도중 놓친 내용을 ‘방금 김○○ 부장이 뭐라고 했어?’라고 물으면 즉시 요약해준다. ‘티엘디비(tl;dv)’는 구글 미트, 팀즈에서 진행한 회의의 중요한 순간을 클립으로 잘라 공유하는 데 특화돼 있다. 장시간 회의 내용을 팀원들과 빠르게 공유할 때 유용하다. 실무에서는 회의 직후 “오늘 결정된 사항과 후속 과제를 정리해달라”고 요청해 바로 실행 리스트를 만드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전화 업무가 많은 영업직이나 고객센터(CS) 담당자라면 통화 녹취를 문자로 변환해주는 ‘비토(Vito)’가 유용하다. 상담 내용을 눈으로 확인하고 검색할 수 있어 민원 대응이나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좋다.
토큰 비용 간과하다 배보다 배꼽 더 커질 수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보안이다. 이는 데이터를 다루는 환경이 ‘공원 벤치’인지 ‘우리 집 안방’인지 구분하는 것과 같다. 무료나 저가형 AI 서비스는 공원 벤치와 같다. 내가 입력한 기밀 정보를 AI 개발사가 학습 데이터로 가져가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 기업이라면 비용이 더 들어도 문을 걸어 잠글 수 있는 ‘우리 집 안방’, 즉 기업용 보안 환경(Enterprise Grade)이나 사내 구축형(On-premise)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 회사 데이터는 학습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약관이 보장된 환경인지 확인하는 것이 첫 단추다.
비용 산정 방식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AI 도입 비용은 ‘프린터와 잉크’ 관계와 비슷하다. 월 구독료라는 프린터 기기 값은 싸게 느껴질지 몰라도, 실제 사용량에 따라 붙는 토큰(Token) 비용, 즉 잉크 값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직원이 AI를 많이 쓸수록, 질문이 복잡할수록 유지비는 치솟는다. 여기에 기존 사내 시스템(ERP 등)과 연동하는 개발비까지 포함한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계산하지 않으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영진이 AI 도입으로 즉각적인 인력 축소와 비용 절감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AI가 업무에 적용돼 실제 효율이 높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즉시 효과를 기대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경영자가 또 하나 반드시 경계해야 할 함정은 ‘데이터 인프라’ 부재다. 이는 시속 300㎞로 달릴 수 있는 ‘최고급 스포츠카’를 샀지만, 정작 달려야 할 도로가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인 상황과 같다. 여기서 스포츠카는 고성능 AI 모델이고, 도로는 AI가 읽어들여야 할 사내 데이터다. 아무리 비싼 AI 솔루션을 도입해도, 사내 데이터가 정제돼 있지 않다면 AI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부서별로 데이터가 흩어져 있는 ‘데이터 사일로(Data Silo)’ 상태에서는 AI가 통합 분석을 내놓을 수 없다. AI 앱 결제 전,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고 디지털화하는 ‘도로 포장 공사’가 선행돼야 한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개인이 쓰는 AI는 업무 속도를 높여줄 수는 있어도 조직 전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는 어렵다”며 “기업 차원의 AI는 내부 데이터와 결합될 때 비로소 의사결정의 질을 바꾸는 도구가 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간과하기 쉬운 점이 조직 내부 심리적 저항이다. 경영진은 AI를 ‘성능 좋은 계산기’로 선물했지만, 직원은 이를 ‘내 밥그릇 뺏는 기계’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경영진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언맨 슈트처럼 인간 능력을 증강시켜주는 ‘보완재’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AI 활용 능력을 인사 평가에 반영하고, 단순 업무에서 해방된 직원이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세심한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가 기술 도입보다 우선돼야 한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목적 없는 AI 도입은 기업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뿐더러, 한국같이 고용에 민감한 국가는 단기간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이 AI를 도입하려면 당위성 확보를 위한 투자자본수익률(ROI)부터 계산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구체적인 업무 목표를 설정하고 작은 분야부터 도입하는 전략이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박수호·정다운 기자, 양유라·이정선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6호 (2026.02.04~0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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