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칩통신]"AI 수요 때문"이라지만…TSMC, 日 '제2허브'로 키우는 속내는

권현지 2026. 2. 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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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구마모토 2공장 3나노로 격상
투자비 122억→170억달러로 증액
미·중 갈등 속 지정학적 요충지 확보 전략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제2공장의 생산 공정을 최첨단 3나노(nm·나노미터) 공정으로 격상한다. 표면적으로는 급증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그 이면에는 미·중 갈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격적인 3나노 공정 일본 이전 소식에 업계에서 기술 유출 우려가 확산하자 대만 정부는 "첨단 공정의 핵심은 여전히 본토"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TSMC, 日 구마모토에 '3나노' 심는다

7일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지난 5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면담하고 구마모토 제2공장에서 3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 공장에서 6~12나노 공정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앞당겨 생산 공정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한 것이다.

웨이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일본 지역 경제 성장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더 중요한 점은 일본 AI 산업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나노 공정은 생성형 AI 및 고성능 컴퓨팅(HPC) 칩 생산에 필수적인 최첨단 기술이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는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결정으로 TSMC의 구마모토 제2공장 투자 규모는 대폭 확대된다. 기존 6~12나노 공정 생산을 위해 책정됐던 122억달러(약 18조원)의 설비 투자비는 3나노 전환에 따라 170억달러(약 25조원)로 40%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이는 일본 내에서 생산되는 역대 최첨단 반도체 공정이 된다. TSMC는 조만간 이 계획을 공식 확정하고 일본 경제산업성과 세부 사항을 협의할 예정이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소니 등 파트너사들과 합작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제1공장은 2024년 말 양산을 시작했으며, 제2공장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대만 TSMC가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짓고 있는 공장 전경. 연합뉴스

업계 "기술유출 우려"…정부 "본토 중심 변함없다"

시장에서는 TSMC의 이번 행보를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와 고객사 요구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로 풀이하고 있다. 애플과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은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AI 서버용 최첨단 칩 확보를 위해 TSMC에 대만 외 생산거점 다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TSMC가 보조금과 인프라 지원에 적극적인 일본을 최적의 대안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TSMC의 구마모토 제1공장에 약 4760억엔(약 4조 4000억 원)을 지원했으며, 제2공장에는 약 7320억엔(약 6조 8000억원)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다만 대만 내에서는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도 교차하고 있다. 그간 TSMC는 2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은 대만 본토에서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대만 행정원(중앙 정부)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리후이즈 행정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만의 첨단 공정 생산능력 중 약 80%는 여전히 국내에 유지될 것"이라며 "'대만을 기반으로, 세계를 목표로'라는 원칙 아래 반도체 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TSMC의 글로벌 첨단 공정 전략의 중심은 여전히 대만이며, 리더십도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궁밍신 대만 경제부 장관도 "2036년까지 대만 내 첨단 공정 생산 점유율이 8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이 회장 역시 "모든 결정은 고객 수요에 따른 것이며, 해외 투자는 대만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여선묘·주자청 기자 / 번역=아시아경제

※이 칼럼은 아시아경제와 대만 이코노믹데일리뉴스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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