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알바 생활] 쿠팡의 과대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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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 포장에서 '리비너(rebiner)'라는 일을 했다.
그러면 포장을 하는 작업자가 여러 개의 상품을 하나의 포장지에 포장해서 출고한다.
여러 개의 상품을 하나의 포장지에 담으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지구 환경 보호에 좋은데 왜 이렇게 할까.
따라서 한 명의 고객이 여러 물건을 주문해도 각각 포장해서 내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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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할 때 포장에서 ‘리비너(rebiner)’라는 일을 했다. 리비너는 한 고객에게 갈 여러 가지 상품을 모으는 일을 한다. 포장 작업대가 놓여 있는 라인 옆 복도에 200개 정도가 되는 칸이 있는 선반대가 놓여 있고 각각의 칸에는 번호가 적혀 있다. 리비너는 집품장으로부터 레일을 타고 올라온 상품의 바코드를 손에 든 단말기로 찍어 단말기 화면에 나타난 번호의 선반에 상품을 넣으면 된다.
이걸 반복하며 선반 한 칸 안에 한 명의 고객에게 갈 여러 개 상품이 모이게 된다. 그러면 포장을 하는 작업자가 여러 개의 상품을 하나의 포장지에 포장해서 출고한다. 리빈 작업의 이점은 포장지를 줄이는 데 있다. 쿠팡에서 물건을 8개까지 주문해 봤는데 8개가 각각의 포장지에 다 따로 포장되어 와서 포장을 뜯다가 화가 나고 그걸 분리해 버리다가 짜증이 난 적이 있다. 리빈 작업을 하며 8개 상품이 하나의 포장지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도 조그만 과자 5개를 한 번에 주문했는데 엄청나게 큰 박스에 5개가 각각 포장되어 와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도 초콜릿 15개를 한 번에 주문했는데 15개가 각각 커다란 박스 15개에 포장되어 배달한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여러 개의 상품을 하나의 포장지에 담으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지구 환경 보호에 좋은데 왜 이렇게 할까. 쿠팡은 기본적으로 ‘로켓 배송’ 즉 물건을 1초라도 빨리 배달하는 것이 제1원칙이다. 따라서 한 명의 고객이 여러 물건을 주문해도 각각 포장해서 내보낸다. 그러면 1초라도 빨리 물건을 배달할 수 있다. 단 신선 제품의 경우 프레시백에 여러 개가 모아서 온다. 그 점이 좋다.
겨우 1초 빨리 배달받으려고 이렇게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야 할까. 나는 문 앞에 쌓인 8개의 종이박스와 커다란 비닐 포장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포장을 뜯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구에 미안했다. 더구나 쿠팡 포장지에는 송장 종이가 붙어 있어서 비닐 포장의 경우 송장을 잘라 내야 하고 종이 포장의 경우에는 송장을 뜯어내야 재활용 배출함에 넣을 수 있다. 일일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포장 작업대에서 물건을 포장할 때는 컴퓨터가 하는 지시를 따르는데 대개는 물건보다 훨씬 큰 포장지를 추천한다. 그래서 조그만 초콜릿 하나가 라면박스 크기에 들어가게 된다. 왜냐하면 포장 작업자들이 출고 마감을 맞추기 위해 손에 잡히는 아무 박스나 골랐던 데이터가 컴퓨터 알고리즘 안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리빈 작업을 할 때 자동 기계처럼 빨리하려고 노력했다. 포장지를 아끼는 작업은 정당성이 있었고 기계보다 빨라야 한다고 생각해 이리저리 뛰며 숨을 헉헉거렸다.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며 일했다. 그러나 기계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더구나 쿠팡 앱에서 여러 개의 상품을 주문해도 1개의 포장에 모아 오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1초를 아끼는 것보다는 종이박스나 비닐을 하나 아껴 지구를 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
김로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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