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수 협연자들이여! 제주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컨택을!!

황경수 2026. 2. 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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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공주교대 지휘전공 석사과정)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까? 타악기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 그 본래 악기의 특성을 오롯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2026년 제주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이 막을 내렸다. 2월 4일 수요일 저녁,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는 어떤 악기도 타악기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하면 그 악기의 특성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고, 리듬이나 다양한 속도의 변화에 일치율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누가? 제주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2026년 제주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
1부는 중국 연주자들로 구성된 파이브타카토(5Taccato)라는 앙상블팀이 담당했다. '후 성난'이라는 연주자의 타악기 홀로 연주로 선을 보였다. 서양악기인 베이스 드럼(큰 북)을 팀파니에서 롤(roll)을 하듯 말렛을 가지고 연주를 한다. 베토벤이 보았으면 깜짝 놀랄 일이었을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오케스트라편성에서는 생각도 하기 어려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팀파니가 그 역할을 했으면 모를까? 후 성난이라는 연주자는 그 후, 와이어가 풀린 스네어(작은 북)으로 선율을 옮겨온다. 베이스 드럼을 팀파니처럼 눕혔기 때문에 큰 북과 작은 북들이 수평적으로 놓여있어서 슬쩍 횡적 평등을 지향하는 스타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어서 무대 바닥을 스네어 드럼 스틱으로 연주하다가 곡을 마친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형태를 지향해보는 음악가였다. 대중적인 지향을 하되, 구성과 내용은 클래식하다. 혼자 연주했지만 관객 몰입으로 이끄는 역량은 아주 아주 높았다. 
  
"바이칼 호수"라는 곡에서는 파이브타카토 앙상블 팀이 마림바 넉 대와 글로켄슈필 한 대로 구성을 이루어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한다. 러시아 음악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글로켄슈필이 멜로디를 이루거나 혼자 대선율을 만들어낸다. 트레몰로를 하지 않아도 음이 그대로 오래 유지된다. 조용한 선율의 멜로디에 잘 맞는 느낌이다. 무대 공간위로 오래 선율이 머문다. 영혼이 움직이는 듯하다. 그 뒤를 따르는 마림바의 아르페지오는 하프와는 또 다른 질감을 선물한다. 
  
"카르멘 모음곡"에서는 다른 퍼커션까지 합세한다. 종(튜불러 벨)과 함께 마림바로 시작되는 부분에서는 장중함과 함께 성스러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에서는 말렛의 변화가 음색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직접 보여주는 장면들이 여럿 나온다. 소프트 말렛에서 모두가 하드 말렛으로 바꾼다. 다른 음악이 되는 느낌이다. 여러 말렛이 일치된 모습을 처음 보았다.
2026년 제주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
  
연주자별로 그러니까 여러 대의 마림바가 주 선율을 나누어 연주하는 장면에서는 멜로디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또한 수평적이면서 입체적인 느낌이었다. 페르마타로 프레이즈 종결, 혹은 새롭게 시작하는 부분에서 연주자들끼리의 호흡과 말렛의 일치는 타악기 앙상블이 가질 수 있는 큰 장점 중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과 소리의 움직임, 리듬의 변화까지를 시각적으로 사실적으로 동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바네라가 끝났을 때에는 뮤지컬의 '쇼스탑'장면처럼 큰 박수와 더불어 음악이 중지되고, 어쩔 수 없이 쉬어가는 무대가 되었다. 
  
"카르멘 모음곡"의 주 3대 선율이라고 하면 하바네라, 숙명을 알리는 듯한 느낌의 간주곡 선율, 투우사의 합창 멜로디라고 말하고 싶다. 이 세 주제를 선명히 나누어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연주였다. 마림바 중심이어서 그런지 선율에 나타나는 투우사는 착하고 선한 투우사라는 느낌이 슬쩍 들었다. 천사의 세계에서 역할을 맡은 투우사?? 호호호. 선율을 나누고 어려운 테크닉에서도 모든 연주자들이 대등하게 참여한다. 앙상블이 보여줄 수 있는 기량을 최대한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날레에서 마림바의 신중한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모습은 성의껏 호흡하면서도 아주 작은 볼륨을 유지하는 중음의 관악기와도 많이 닮아있었다.  
2026년 제주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
2부는 오승명 선생이 지휘하는, 이번 국제페스트벌의 메인 오케스트라라고 할 수 있는 JIPF(Jeju Percussion Festival Orchestra) 타악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담당했다. 마림바 20여대, 글리콘슈펠 5대, 실로폰 2대 그 외 팀파니, 타악기, 튜불러 벨 3대 정도가 자리했다. 우리 민요가 멜리스마틱하게(수직적 화음 중심이 아니라 멜로디스럽게) 진행된다. 타악기 앙상블이지만 리듬보다는 마림바의 선율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에 음의 연결이 자연스레 관람석을 공명한 듯하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로 글리콘슈펠은 트레몰로에 관심없는 듯 여유있게 멜로디를 진행시키고, 마림바 대열에서는 부지런히 트레몰로로 멜로디를 받아서 진행한다. 국악적 세계를 생각하면서 음악을 들으니 기존의 틀(상징계?)를 벗어나 창의적 세계를 지향하는 바로 그 느낌이었다. 
황경수 /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두 번째 곡으로는 송호섭 교수의 클라리넷 협주이다. 모차르트 클라협주곡 A장조, 622번 2악장이다. 나무(마림바)와 솜털(말렛)이 만남인 타악기 앙상블팀과 클라리넷이 만났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생각나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편안하고 무한정 착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곡이고, 연주이다. 오케스트라가 클라리넷을 이기려하지 않는다. 이끌려고도 하지 않는다. 미녀와 야수에서처럼 미녀를 끝없이 도우려고만 하는 분위기와 연결되는 듯하다. 편안하게 클라리넷이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타악기 앙상블이다. 잔잔한 호수가 종이배를 띄워 안내하듯!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 공연이 유트브로 올라오면 꼭 보시기를 추천한다. 박수소리가 다르다. 
  
"동물의 사육제" 중 백조, '올시 레카'의 첼로 연주였다. 이번 연주에서도 느낀 점은 이것이다. "마림바가 중심이 되는 타악기 앙상블은 협연에서 독주 악기의 특성과 원형소리를 끊임없이 보호하고, 그 소리를 드러나게 해준다"는 점이다. 첼로의 소리에서 백조의 물갈퀴가 만들어내는 물속의 물방울(하나 하나씩의 거품) 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피아노와의 만남보다 훨씬 더 좋았다고 표현하고 싶다. 거듭말씀드리지만 "세계 유수의 협연자들이시여, 여러분의 소리를 그대로 드러내보이고 싶으면 제주 국제 타악기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JIPF와 협연할 기회를 가지시기를!!"
  
다음 곡은 "아프리칸 심포니"였다. 관악하시는 분들은 모르시는 분이 없을 정도의 클래식하면서도 재미있고, 효과있는, 널리 알려진 곡이다. 특히 리듬부분에서는 더욱 더! 어림잡아 75명 정도 되는 타악기 멤버들이 절제 절제하면서도 서귀포 예술의 전당을 흔들어 놓는다. 저에게 인디언 복장 소품이 있다. 알았으면 입고 무대 한 켠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였다. 호호호 아프리카 원주민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들이 일어나 스텝을 밟으면서 포효하는 느낌이 연출되었다. 
  
이어서, "엘 쿰반체로""데킬라" 모두 흥겹다. 드디어 모든 출연자들이 다 출동한다. 콩가, 봉고 등도 들어왔다. 말발굽소리, 목탁소리 등 다양한 효과음이 나타난다. 한 대의 마림바에 세 명이 들어와 다른 파트의 음역라인을 연주하기도 한다. 다양한 라인의 음악들이 동시에 진행된다. 눈을 감으면 다양한 라인이 들리고, 눈을 뜨면 시각적 리듬에 이끌려 하나의 음악으로 엮어진다. 
  
제주라는 크다면 공간적으로 크지만, 작다면 세계 음악에서의 비중이 작은 섬에서 이런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초등학생도 보인다. 이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미래의 악장이겠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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