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다녀 오며 닥친 일, 감동 받았던 순간

박호진 2026. 2. 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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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가득한 장거리 이동... 외교부 영사콜센터 사무관들의 도움을 받다

[박호진 기자]

필자는 지난해 11월27일에서 지난 1월 25일까지 페루 리마를 다녀왔다. 정확히는 정부 지원 프로젝트를 수행하러 갔으니 업무 여행일 것이다. 중남미에서 5년 유학하고 거기서 대학 강의도 한 바 있으니 처음 남미 여행을 꿈꾸는 여행객에게는 필자는 중남미 지역 전문가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남미 여행은 부담스럽다. 미국 어느 도시를 경유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까지 최소 10시간이 넘는 비행도 피곤한 데다가 다시 미국 공항에서 장시간 남미행 비행기를 타는 것이 여간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중미에 위치한 멕시코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체력적으로 버틸만한 비행 시간이라면, 페루 리마까지 장시간 비행기 타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 페루 리마 야경 페루 리마 야경
ⓒ 박호진
게다가 스페인어를 하고 중남미 문화를 안다고 하여도 여행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변수들은 동반한다. 그러한 변수가 별 것이 아니면 즐거운 헤프닝내지 추억으로 남을지 모르지만, 아주 드물게는 그 변수들이 사건, 사고들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수틀리면 돌아가 버리면 그만이지만, 동남아, 유럽, 미국 등지에 비해 남미는 수틀린다고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비행기값도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드는 데다가 다시 장시간 비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중남미 여행을 할 때는 주로 언제나 혼자 여행하였다. 같이 여행하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현지 경험의 제 맛은 혼자 여행할 때 오롯이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 페루 리마 여행에서도 나이와 상관없이 혼자 여행하는 한인 관광객들이 몇몇 눈에 띄었다.

그러나 혼자 여행할 때는 더 많은 위기와 변수가 온다. 필자는 이번 여행에서 귀국 며칠 전에 페루 출입국 관리소에서 발행하는 입출국 카드를 분실해서 많이 당황했다. 페루를 출국하는 마당에 페루 체류를 승인하는 입출국 카드를 보자고 공항 출입국 관리 직원들이 따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걱정이 되어 외교부 영사콜센터에 문의하니 한 사무관이 진심이 느껴질 정도로 조언을 해주고 페루 대사관에 연락을 해주었다. 이후 페루 대사관에서 상세히 대책을 마련해주어 많이 놀랐다.

언제부터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외교부 영사콜센터의 사무관들이 과거 경험했던 의무적인 응대가 아니라, 진심과 정성어린 답변을 해주는 것이다. 필자는 대부분 중남미 국가에서 체류 허가 날짜가 표시된 입출국 카드가 없는 것이 출국 시 문제가 될 리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외교부 영사콜센터나 페루 대사관의 도움이 없었다면 공항 출입국 관리소를 통과할 때까지 마음이 불안했을 것이다.

페루 리마에서 출국하는 순간 필자의 여행이 다 끝났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그저 경유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미국 애틀랜타 공항 응급구조사(paramedic)로부터 비행기 탑승 연기를 권유받을 줄 몰랐던 것이다.

리마를 떠나 애틀랜타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타려고 하는데 과로 때문인지 혈압이 오른다는 생각이 들어 미국 애틀랜타 공항 응급구조사를 불러 진료를 부탁하였다. 친절한 응급구조사는 혈압이 높으니, 혈압이 낮아질 때까지 해당 미국 항공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호텔에서 하루 묵었다 가라고 제안하였다. 항공사가 숙식 제공 등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응급구조사의 친절함과 항공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훌륭한 서비스라는 말에 다음날 비행기를 타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 항공사의 무료 서비스는 미국 응급구조사의 추천과는 많이 달랐다. 필자를 휠체어로 태워 가던 항공사의 용역 직원은 택시를 부른다며 약 영하 7도의 애틀랜타 공항 실외에서 필자를 5분 정도 기다리게 했다. 막상 호텔로 가니 30분 정도 로비에 세워두고 체크인을 해주지 않았다. 필자가 정말로 중증 혈압 환자였다면 이는 불친절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외진 호텔이라 두끼를 굶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영사콜센터에 전화하고 오후 비행기라도 타야겠다고 싶어 다시 공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해당 항공사 측은 당신이 표를 바꿨으니 내일 타고 가라고 한다. 다급해 국내의 한 항공사에 전화하고 사정이 급하니 편도 요금이라도 내고 타고 가겠다고 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립무원의 여행객이 되어버린 것이다. 필자는 중남미는 많이 다녀봤지만, 경유지였던 미국에는 아무 연고도 없고 애틀랜타는 미지의 도시였다. 더군다나 미국인 응급구조사의 진단이 맞다면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였다. 평생 여행 중 손꼽히는 위기의 순간이었고 당황함이 앞섰다.

그런데 뜻밖에도 외교부 영사콜센터의 한 사무관이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었고, 애틀랜타 총영사는 현명한 도움을 주었다. 그는 걸어서 한국식당이 가까운 호텔을 추천해주고 진심 어린 조언을 마다하지 않았다. 필자의 건강 상태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상태에서 총영사의 말 한마디 말 한마디가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되었다.

국내에 돌아와서 확인하니 혈압은 정상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아마 나이도 있는 데다 과로와 긴장으로 혈압이 일시적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두 달간의 여행에서 받은 감동 중 하나는 대한민국 외교부가 많이 변했다는 것이었다. 세금 내는 국민으로서 제대로 대우를 받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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