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삶부터 20대 성장 이야기까지, 내 책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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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기자]
지난 1월 31일, 충남 당진시 신평면 '한선예 꿈꾸는 이야기' 책방에서 당진시립 1인 1책쓰기 프로젝트 3기 출간 기념 작가 강연의 일환으로 김보성 작가의 강연이 진행됐다. 평소 책을 읽던 조용한 공간은 이날 사진과 기록, 그리고 은퇴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바뀌었다. 김 작가는 요양병원 원장으로 일하다 은퇴했다. 오랜 시간 노인 돌봄 현장에서 일하며 요양원 운영과 재가센터 주간보호, 방문요양 업무를 맡아왔다. 대부분의 시간을 일 중심으로 살아온 그는 은퇴 이후 전혀 다른 속도의 삶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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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양원 원장으로 재직하다 은퇴한 김보성 작가는 긴 여정의 시간을 지나, 취미 활동과 독서, 그리고 기록을 통해 삶의 기준과 생각을 천천히 바꾸어 놓았다. 이어 모든 순간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감사로 받아들이며, 긍정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촘촘히 담겨 있었다. |
| ⓒ 김정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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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작가는 "책만 읽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한때의 바람을 삶의 방향으로 바꿔온 사람이다. 이날 강연의 제목처럼 <충분히 어두워야 별을 본다, 내 삶도 그렇다>였다. |
| ⓒ 진포 |
아울러 요양원의 삶을 기록할 때 동정이나 과한 감정 표현은 오히려 삶을 단순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 오래 기다려주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을 찍을 때와 마찬가지로 판단보다 관찰이 먼저라는 설명이었다. 강연 제목이기도 한 '충분히 어두워야 별을 본다'는 문장은 김 작가가 현장과 일상을 지나오며 체감한 시간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했다. 요양원의 밤 근무 시간과 자연 속 촬영 대기 시간 모두, 멈춰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견디고 있는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도 어반드로잉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드럼 연주를 취미로 아침을 이어가고 있다. 건강 문제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마흔 무렵 신장 기능 이상을 알게 됐고, 쉰여섯에 투석 치료를 시작했다. 은퇴 이후에도 치료는 계속되고 있지만, "생활 리듬 안에서 조율하며 감사하며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도 책방에는 한동안 독자들과 작가들이 남아 있었다. 강연 내용을 정리하는 책방지기도 있었고, 책을 넘겨보는 독자도 있었다. 무엇보다 김 작가는 은퇴 이후의 시간을 멈춤이 아니라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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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연을 시작하며 쑥스러운 미소를 보이는 김서빈 작가. 20대를 지나 30대에 들어서며 글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
| ⓒ 김정아 |
김 작가의 20대는 성장 서사의 전형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흔들림과 정체, 그리고 사회적 속도에 맞추지 못했다는 불안이 반복되는 시간이었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할 만큼 우울했던 시절, 방향을 잃은 채 서 있던 시간, 그리고 타인의 기준으로 자신을 측정해야 했던 순간들. 30대에 들어서며 김 작가는 삶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흐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형식 없이 썼던 글을 다시 정리하며 김 작가는 평소 구글 메모를 활용해 그날의 감정을 기록했다. 본격적인 글쓰기는 지난해 3월부터 배지영 작가와 함께 '1인 1책 에세이 글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시작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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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나기보다 버텨내는 일이 더 많았던 스무 살의 시간. 서툴지만 진심이었고, 흔들렸지만 멈추지 않았던 날들. "그 시절의 김서빈은 오늘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말한다. |
| ⓒ 진포 |
"너는 어제보다 오늘 0.1% 더 나아지고, 오늘보다 내일 0.1% 더 발전하는 사람이야."
마지막 강연을 마치며 김 작가가 전한 메시지는 여운이 남는다. 삶은 경쟁이 아니라 이어지는 시간이고, 성장은 도약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는 과정이며, 희망은 거창한 미래가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에 있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들만의 멈춤 속에서 이미 다음 한 걸음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10년 후, 마흔 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기특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면 좋겠다"는 말. 김서빈 작가의 이야기는, 바로 그 문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반짝이는 응원처럼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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