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속 질주’ 코스피 다음 목표 6천피…그러나 조건이 있다

조건 (1) 코스피 이익 지속 성장
2027년 이익 성장 둔화 시험대
지수는 두 가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하나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이다. 다른 하나는 그 이익을 시장이 어떻게 평가(밸류에이션)하느냐다. 지수는 이 두 흐름이 맞물리며 형성된다.
현재 코스피는 밸류에이션이 더 높아지기 어려운 구간에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잠깐용어 참조)은 10.7배다. 최근 10년 평균(10배 초반)과 비교하면 소폭 웃도는 수치다. 극단적인 고평가로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저평가 구간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수의 논리가 단순해진다. 현재 지수를 유지하거나 높이려면 최소한 지금의 이익 성장세를 지켜내야 한다. 이익 성장이 멈추는 순간 주가는 비싸 보이기 시작한다. 지수의 방어력도 함께 약해진다.
과거 코스피 흐름도 똑같았다. 지수의 레벨업 구간에선 이익의 연속 상승이 뒷받침했다. 코스피가 1000선을 넘어선 2005년 전후에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순이익 증가가 이어졌다. 2000선을 돌파한 2016년 역시 동일한 형태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코스피 순이익은 큰 폭으로 늘었다.
이번 랠리도 마찬가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순이익은 2024년 168조원에서 2025년 224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26년에는 36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익 개선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실적 추정치가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5년 순이익은 45조2068억원이다. 2026년에는 103조753억원으로 1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흐름이다. 2026년 순이익 추정치는 79조6890억원이다. 2025년 추정치인 40조4648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율은 96.9%에 달한다.
문제는 이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2027년을 기점으로 실적 개선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반도체 업황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 이익 증가 속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2027년 코스피 순이익을 423조원으로 추정했다. 2026년 순이익 대비 증가율은 12%에 그친다. 2026년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73%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성장 둔화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의 코스피는 반도체 이익 성장 덕분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면서도 “2027년 기업 이익 성장 둔화 가능성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쏠림 현상’ 역시 이익의 지속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부문은 급등 중이지만, 절대 다수 종목이 상승 대열에서 소외됐다. 이 같은 구조는 변수에 취약하다. 반도체 이익 상승 둔화 시 이를 상쇄할 후발 주자가 없어서다. 반도체 리스크로 꼽히는 건 인공지능(AI) 거품론이다. 수익성에 비해 과잉투자 등으로 거품이 누적됐다는 지적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경기에 민감한 산업 구조를 가졌고 이익 변동성이 크다”며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고 자본 시장 개혁마저 후퇴하면 코스피는 3500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선행 PBR 2배 가면 6300선
두 번째 조건은 주주환원 확대를 통한 자본 효율 개선이다. 자본 효율은 자기자본이익률(ROE)로 가늠할 수 있다. ROE는 기업이 가진 자본으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내는지를 나타낸다. ROE가 낮으면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다. 코스피 ROE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NH투자증권이 추정한 2027년 코스피 ROE는 13.1%다. 중국과 대만이 포함된 신흥 시장은 14.4%다. 선진국 시장은 18.1%에 달한다. 코스피의 자본 효율은 글로벌 평균에 못 미친다.
주주환원은 ROE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배당은 순이익으로 축적된 이익잉여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구조로, 자기자본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순이익이 일정하다면 자기자본 감소는 ROE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사주 매입 역시 마찬가지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고 회계적으로는 자기자본 감소로 처리된다. 자기자본 대비 이익 비율이 개선되는 구조다. 주주 입장에서 더 선호하는 방식은 자사주 소각이다. 단순 매입의 경우 다시 시장에 매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는다. 이를 오버행 리스크라고 부른다. 소각은 이 위험을 없앤다. 주식 수가 영구적으로 줄어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ROE 개선은 주가순자산비율(PBR·잠깐용어 참조)로 대표되는 시장의 평가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PBR은 기업이 가진 자본에 시장이 얼마의 가격을 매기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PBR은 ROE와 PER의 곱으로 설명된다. PER이 이미 고점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PBR을 개선시킬 수 있는 건 ROE뿐이다. 특히 시장이 ROE 개선을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가능한 변화로 인식하면 ‘PBR 퀀텀 점프’도 가능하다. 이익 1원당 더 높은 가격을 매겨도 된다고 판단해 PER 배수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ROE와 PER이 동시에 상승하는 PBR 레버리지 효과다.
증권가에선 선행 PBR이 2배 수준까지 오르면 코스피 6000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12개월 선행 PBR은 1.4~1.5배 수준이다. 일본(1.7~1.8배)은 물론이고 중국·인도·대만 등 신흥 시장(1.9~2배)과 비교해도 낮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PBR이 일본보다 높은 2배가 될 경우 코스피는 6300선으로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후행(trailing) PBR 정당화 차원에서도 ROE 개선이 시급하다. 후행 PBR은 확정 실적을 기준으로 한 자본의 평가를, 선행 PBR은 미래 실적을 기반으로 앞으로 바뀔 자본의 평가를 각각 뜻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5000 돌파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27일 기준 코스피 후행 PBR은 1.6배다. 후행 PER이 21.2배란 점을 고려하면 ROE는 7~8%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 “ROE 개선 없이는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 우려하는 배경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3차 상법 개정안을 주목한다. 3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다. 3차 상법 개정안은 당초 지난해 말 처리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내란전담재판부법 등 쟁점 법안에 밀려 해를 넘겼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와 만나 자사주 의무소각이 담긴 3차 상법 개정안 처리를 서둘러달라고 당부했다.

하방 지지해줄 퇴직연금·지수 ETF
수급 구조의 변화도 요구된다. 과거 박스피 국면에서 시장을 움직인 것은 고객예탁금 증가와 개인 직접 매매였다. 증시 분위기가 좋을 때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위기감이 커지면 즉시 이탈했다. 변동성이 확대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번 랠리를 기점으로 변화가 감지된다. 고객예탁금 증가 속도 자체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금이 머무는 방식은 확연히 달라졌다. 주식형 펀드와 퇴직연금, ETF를 통한 자금 유입이 늘고 있다. 단기 매매 자금이 아니라 중장기 운용을 전제로 한 자금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주식형 펀드로 82조8000억원이 유입됐다. 월평균 6조9000억원 수준이다. 올해 1월(1월 19일 기준)에도 20조6000억원이 추가로 유입됐다. 지난해 월평균 자금 유입 속도 대비 3배 이상 빠른 상황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증시 유동성 동력은 퇴직연금 또는 ETF”라며 “자금 성격이 중장기적인 만큼 자금 유입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국내 퇴직연금 시장의 구조적 성장과 투자 다변화 흐름이 ETF 자금 유입을 늘렸다”고 평가했다.
주식형 펀드와 연금 자금 대부분은 일정 기간 보유를 전제로 운용된다. 증시 차원에서 보면, 지수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증시는 그 전형적인 사례다. 미국 은퇴자 금융계좌(401k)를 중심으로 매년 막대한 자금이 증시에 기계적으로 유입돼 시장의 하방을 지지해왔다. 한국 증시도 수급의 방향성이 점차 유사해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수급의 변화가 자리 잡으면 지수 상승의 요인도 달라진다. 단기 기대에 따른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장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실적과 자금 흐름이 지수를 천천히 끌어올리는 국면이 형성된다.

자사주 소각이 바꾼 주가 공식
실제 숫자가 달라졌다. 일본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규모는 2023년 이후 급증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2024년 일본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단순 매입이 아니라 소각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유통 주식 수를 영구적으로 줄여 주당 가치와 ROE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자본 효율 개선은 곧바로 시장 평가로 이어졌다. 현재 일본 증시의 12개월 선행 PBR은 1.7~1.8배 수준까지 올라섰다. 후행 PBR도 1.9~2배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일본 증시 상승은 PER 확장보다 PBR 정상화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아도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기 시작하자 시장의 평가 기준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저성장 국가’라는 프레임 속에서도 증시 레벨업이 가능했던 이유다.
잠깐용어
*12개월 선행 PER(Price to Earnings Ratio·주가수익비율)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주가가 이익 대비 몇 배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행 PER도 같은 논리다. 현재 주가를 향후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과 비교한 지표다.
*PBR(Price to Book Ratio·주가순자산비율)
PBR은 주당 시장가치를 주당 장부가치로 나눈 값이다. PBR이 1이면 시장이 해당 기업을 장부에 적힌 자산 가치 수준에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익을 잘 내고 자본을 효율적으로 쓰는 기업일수록 PBR은 높아진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6호 (2026.02.04~0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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