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5분 전 “스톱”… NASA는 ‘실패’라 부르지 않았다

지난 2일(현지시간) 오후 6시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케네디 우주센터에 우뚝 솟은 98m 높이 대형 로켓에 조명이 켜졌다.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의 발사체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우주선 오리온의 최종 리허설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웻 드레스 리허설(Wet Dress Rehearsal)’로 불리는 최종 리허설은 우주비행사는 타지 않은 채 모든 점검을 마치고 연료까지 주입한 뒤 엔진 점화 직전, 발사 33초 전까지 카운트다운을 진행한다.
오후 9시로 예정됐던 NASA의 발사 10분 전(T-10) 카운트다운은 각종 오류가 발견되며 약 3시간 후인 자정 직전에야 시작됐다. 하지만 5분15초를 남긴 채 시계가 다시 멈춰섰고, 시곗바늘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이렇게 아르테미스 2호의 발사는 다음 달로 미뤄졌다.
54년 만의 유인 달 탐사라는 임무를 갖고 야심차게 기획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이미 수차례 지연을 겪었다. 사람이 타지 않았던 아르테미스 1호는 리허설만 네 번을 한 뒤 마지막 리허설 이후 5개월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우주로 향했다. 아르테미스 2호 역시 당초 오는 6일 발사를 예정했다가 한파로 리허설이 지연되면서 불발됐고, 재개된 리허설이 중단되며 또 한 달이 밀렸다. 그럼에도 NASA는 자신감에 차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 곧바로 보완했으며, 발사 성공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같은 NASA 특유의 ‘긍정 회로’는 초장기 프로젝트인 우주 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다.
아르테미스 2호 리허설이 중단된 가장 큰 원인은 연료인 액체수소 누출이다. 찰리 블랙웰-톰슨 NASA 아르테미스 2호 발사 책임자는 3일 기자회견에서 “액체수소 고속 주입 단계에서 기체의 꼬리 부분 누출이 감지됐다”며 “밀봉 장치를 예열해 문제를 해결하고 연료를 채우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코어 스테이지(본체)의 압력을 높이는 단계에서 다시 누출이 증가해 카운트다운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액체수소 누출은 무인 임무였던 아르테미스 1호 때도 발생했던 고질적인 문제다. NASA는 2022년 4월 3~4일 두 차례 리허설을 중단한 뒤 같은 달 14일 3차 시도에 나섰으나 액체수소 누출 문제가 불거졌다. 2개월 뒤 4차 시도에서도 일부 누출이 발생했지만 NASA는 발사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리허설을 끝냈다. 최종 리허설 4개월 뒤인 11월 16일 최종 발사 때도 액체수소 누출이 감지됐으나 정비팀이 발사대에서 누출 문제를 수습한 뒤 발사를 진행했다.
존 허니컷 NASA 아르테미스 2호 임무 관리팀장은 여전히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를 묻는 질의에 “수소는 분자가 매우 작고 에너지가 큰 물질이어서 문제를 완전히 제거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블랙웰-톰슨 발사 책임자는 “아르테미스 1호에서 문제가 된 부품은 보완했고 이번 시험에선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에 발생한 누출은 기술팀으로서도 처음 겪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NASA는 리허설 중단을 ‘실패’로 규정하지 않았다. NASA의 문 투 마스(Moon to Mars)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로리 글레이즈 부본부장 대행은 “아르테미스 1호에서 겪은 문제를 바탕으로 보완을 했고, 첫 시도에 완전히 연료를 채우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아밋 크샤트리아 NASA 부국장도 “시험 과정에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팀은 침착하게 대응했고 가능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실패를 용인하고 경험을 중시하는 NASA 특유의 문화를 드러내는 장면이라는 분석이다. NASA에서 16년간 근무하며 아르테미스 1호 임무에 참여했던 김현정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NASA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가 다음 성공을 위한 자산이라는 믿음을 공유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패할 때마다 책임 소재를 묻기에 급급하다면 남는 건 위축과 회피뿐”이라며 “NASA에서 본받아야 하는 것은 성공이 아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라고 강조했다.
아르테미스 2호는 달로 향하는 첫 유인 비행선으로 우주비행사 4명은 달 표면에 착륙하지 않는다. 달에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3호의 내년 발사를 앞두고 하는 시험비행 성격이 짙다. 3호 발사 이후에는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짓고 달 위에 베이스캠프를 건설해 화성을 탐사하는 긴 여정이 이어진다.

4명의 우주비행사는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과 달로 향하는 최초의 여성 크리스티나 코크, 최초의 흑인 빅터 글로버, 최초의 비(非)미국인 제레미 한센(캐나다우주국 소속)으로 구성됐다. 임무는 약 10일간 진행된다. 반세기 전, 달 탐사선 아폴로가 엔진 추진력을 적극 사용해 지구로 귀환한 것과 달리 아르테미스는 달의 중력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지구로 돌아오는 자유 귀환 궤도를 활용한다.

한국은 아르테미스 2호에 큐브위성 K-라드큐브(K-RadCube)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참여한다. K-라드큐브의 핵심 임무는 심우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밴앨런 복사대의 우주방사선을 측정하는 것이다. 지구 고궤도에서 내보내진 K-라드큐브는 최대 7만㎞ 떨어진 타원 궤도를 약 2주간 돌며 방사선을 측정한다. K-라드큐브에는 삼성전자의 차세대 반도체 멀티칩 모듈과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칩이 실려 우주 환경에서 반도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등을 실험한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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