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현호 대표팀에 잠수함 없다? 고영표 최종 엔트리 불발, '스피드 위주' 마운드 구성할 듯

배지헌 기자 2026. 2. 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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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WBC 최종 명단 발표 예정
-고영표 제외·구위 중심 마운드 구성 전망
-'타이완전 사이드암 공식' 파괴
KT 마운드의 기둥 고영표(사진=KT)

[더게이트]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항을 앞둔 '류지현호' 야구대표팀 마운드에 '잠수함'의 자리는 없다? 대표팀 최종 엔트리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에이스 고영표(KT 위즈)의 승선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2월 6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 명단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달 사이판에서 진행한 1차 캠프에는 리그 최고령 노경은(SSG)부터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한화), 그리고 문동주(한화), 원태인(삼성), 곽빈(두산) 등 젊은 선발 에이스들까지 총 17명의 투수가 동행했다.

류지현 감독은 이미 최종 엔트리의 투수진을 15명으로 구성하겠다고 공언한 상황. 시속 160km 강속구를 뿌리는 한국계 메이저리거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이 합류하는 만큼, 기존 캠프 멤버 가운데 투수 세 명은 짐을 싸야 한다.

KBO가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엔트리 전체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취재를 종합하면 엔트리에서 빠질 투수 중 한 명은 고영표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대표팀 사정에 밝은 한 야구인은 "지난달 27일 열린 최종 회의에서 고영표의 발발 여부를 두고 장시간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을 아는 다른 관계자도 "고영표를 넣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긴 시간 토론이 이어졌지만, 결국 다른 투수를 넣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귀띔했다.
KT 우완 사이드암 고영표(사진=KT)

KBO 대표 사이드암, 최근 국제무대선 고전

고영표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선발 에이스다. 2014년 KT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한 이래 11년째 원클럽맨으로 활약 중이다. 1군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 잡은 2017년부터 매년 14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KT 선발진의 버팀목이 됐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3년 연속 160이닝 이상을 던지며 10승 이상을 거뒀고, 2025시즌에도 11승 8패, 평균자책 3.30으로 에이스 면모를 과시했다.

특히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ABS) 도입 이후 내로라하는 사이드암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고영표만큼은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를 지켰다. 국제대회 출전 경험도 풍부해 2021년 도쿄 올림픽, 2023년 WBC, 2024년 프리미어12 등에 잇달아 출전했다.

다만 최근 국제대회 성적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2023년 WBC 조별리그 첫 경기 호주전에 선발 등판해 4.1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이 경기 패배로 대표팀은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2024년 프리미어12에서도 첫 경기 타이완(대만)전 선발로 나섰으나 2이닝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대표팀이 눈물을 머금고 고영표를 제외한 데는 '스피드'와 '구위'를 우선하는 마운드 전략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세계 야구는 '스피드 혁명'이 한창이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타이완조차 시속 150km 이상을 가볍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로 대표팀을 채우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에 등장한 일본 투수들은 시속 150km 중후반대를 가볍게 던졌고, 160km를 던지는 투수도 있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무브먼트와 체인지업으로 승부하는 사이드암보단 파이어볼러를 뽑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영표는 지난해 평균 구속 134.8km를 기록했다. 대표팀 주력 투수진에는 시속 161.4km를 기록한 문동주를 비롯해 곽빈, 김택연, 배찬승 등 150km대 투수들이 대거 포함될 전망. 여기에 라일리 오브라이언(평균 158km)까지 가세하면 확실한 '스피드' 위주 컨셉이 완성된다.
고영표가 그간 펼친 활약에 '엄지를 올리지 않을' 사람은 없다(사진=KT)

타이완전 '사이드암 공식'도 역사 속으로

한국 야구 대표팀이 사이드암 투수 없이 대회에 나서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과거 국제대회에서 한국은 일본 상대로는 좌완 선발, 타이완전에는 잠수함 선발을 기용하는 것이 일종의 공식이었다. 힘은 있지만 완성도와 세련미가 떨어졌던 과거의 타이완 타자들은 잠수함 투수의 변칙 피칭에 좀처럼 공략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 흐름이다. 타이완 야구는 미국 야구를 경험한 선수가 증가하며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전체적인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잠수함이나 사이드암 상대로 무조건 약한 모습을 보이던 시절은 옛 말이 됐다.

이런 변화를 간과한 한국야구는 지난 프리미어12 당시 타이완전 선발로 곽빈과 고영표를 두고 고민하다가 고영표를 선택했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데이터보다는 '타이완전에는 사이드암'이라는 과거 고정관념이 반영된 선택으로 풀이됐는데, 결과적으로 고영표는 2회말 6실점으로 무너지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이 경기는 데이터를 등한시하는 한국야구 국가대표팀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류지현 감독은 역대 대표팀 사령탑 중 가장 데이터 친화적인 인물로 꼽힌다. LG 트윈스 시절부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온 류 감독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데이터 분석 파트와 소통하며 새로운 정보를 열린 자세로 받아들인다는 평가다. 선수 선발부터 마운드 운영까지 최신 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류 감독의 스타일은 '스피드와 구위 중심'의 투수 구성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최근 KBO리그는 ABS 도입 여파로 사이드암 투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아마추어 야구에서도 사이드암이 사라지는 추세로 청소년 대표팀이나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매년 두세 명은 뽑혔던 사이드암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다. 리그의 자존심을 지키던 고영표마저 대표팀에서 빠지게 되면서, 국제대회에서 잠수함 투수를 보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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