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훈센' 캄보디아의 딜레마... "가문 정치에 갇힌 훈 마넷 리더십"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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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사관학교 졸업식 당시 훈 마넷 총리의 모습 |
| ⓒ 훈마넷 총리 페이스북 |
친야 성향 현지 독립 언론 <캄보디아 데일리>는 지난 3일, '분석가들이 가문 중심 권력 구조가 훈 마넷 리더십 약화시킬 수 있다 경고하다(Analysts warn family based power structure could undermine Hun Manet leadership)'라는 제목의 인터넷판 뉴스 기사에서 현지 정치·사회 분석가들을 인용해, 캄보디아 인민당(CPP) 내부의 고착화된 가족 중심 권력 구조가 훈 마넷 총리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잠식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 안정성을 위협하는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훈 센이라는 절대 권력 축 사라지는 순간 '가문간 권력 쟁탈전' "
<캄보디아 데일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정학 분석가 셍 반리(Seng Vanly)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직접 인용하며, 캄보디아 집권당인 인민당(CPP) 내부의 가족 중심 권력 구조가 훈 마넷 총리의 독립성을 잠식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가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셍 반리는 글에서 현재 캄보디아 체제가 오로지 훈 센이라는 '개인'의 카리스마와 공포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훈 센은 현재 집권당 내 고위 관료들과 유력 정치 가문들이 두려워하면서도 존경하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그가 더 이상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캄보디아는 급격한 '내부 파편화(Internal fragmentation)'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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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친인 훈 센 상원의장(왼쪽)과 훈 마넷 현 캄보디아 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 ⓒ 훈센 상원의장 페이스북 |
훈 마넷 리더십의 본질적인 한계에 대한 비판은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현지 언론 <캄보디아 데일리>는 훈 마넷 총리의 지난 2년을 '리더십의 공백기'로 평가한 크메르 민주주의 기구(KDO)의 승 센카루나 소장의 발언을 보도했다. 그는 "훈 마넷의 행보는 독자적인 권위보다는 여전히 부친인 훈 센의 지시와 설계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이었다"며,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리더십의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사실상 '대리 통치'를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훈 마넷이 서구식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직면한 정치적 토양은 철저히 봉건적인 가문 연합체라는 점에 주목한다. 훈 센의 그림자가 워낙 짙다 보니, 관료 조직은 총리가 아닌 상원의장실(훈 센)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유학파 2세들의 동상이몽… 충성 경쟁 대신 지분 싸움"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기존 훈 센 체제를 지탱했던 1세대 엘리트들은 내전과 빈곤을 겪으며 훈 센을 중심으로 한 '사활적 충성'으로 묶인 생존 공동체였다. 그러나 현재 내각의 주축인 유학파 2세들은 다르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 명문대 출신으로 현대적인 매너를 갖췄지만, 지도자 개인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현지 전문가들 역시도 "2세대 엘리트들은 훈 마넷을 '지도자'가 아닌 '가문 간 협상 창구'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은 각자 가문의 지분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며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셍 반리는 이러한 현상이 결국 국가 기강의 해이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최고 권력자인 훈 센의 물리적 영향력이 약화되는 순간, 이 가문 네트워크의 결속은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훈 마넷의 리더십 역시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2028년의 갈림길… '대안'으로 떠오르는 동생 훈 마니와 중국의 시선
한편, 훈 마넷 현 총리가 내부 장악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 '대안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28년 5년 임기의 차기 총리 선출 국면을 앞두고, 훈 센의 삼남이자 현 부총리인 훈 마니가 새로운 대안 인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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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태국의 무력 침공에 맞서 평화행진을 펼치고 있는 훈 센 상원의장의 삼남 훈 마니(가운데 흰 옷. 현 부총리) |
| ⓒ 훈마니 부총리 페이스북 |
그는 현재 캄보디아의 법원과 의회가 권력자의 도구로 전락해 있어, 위기 상황에서 체제를 안정시킬 '안전장치(Safeguards)'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정한 안정은 한 개인의 수명에 기댄 평화가 아니라,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 강화와 투명한 행정 절차, 그리고 시민들의 국정 참여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셍 반리는 "법치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작금의 평화는 태생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훈 마넷이 살길은 가문 정치가 아닌 제도 정치로의 귀환뿐이라고 제언했다.
훈 센 상원의장은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지난 2025년 8월 23일 공식 석상에서 "훈 마넷의 지난 2년은 국가 지도력과 거버넌스를 중앙과 지방 정부 전 분야에 걸쳐 완벽히 체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며 아들의 능력을 치켜세웠다. 아들에게 국정 실무 전권이 넘어갔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국제 외교가와 외신들의 시각은 여전히 차갑다. 서방 언론은 여전히 훈 센을 '실권자(The real power broker)' 혹은 장기 집권 '스트롱맨(Strongman)'으로 지칭하며, 훈 마넷의 역할이 부친이 짠 판 안에서의 연기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는 지금 서구식 엘리트 교육을 받은 지도자가 현대적 국가로의 이행을 이끌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가문 내 권력 투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인지 중대한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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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복을 입은 채 거수 경례를 하고 있는 훈 마넷 총리의 모습을 담은 대형 홍보판이 프놈펜 시내 곳곳에 걸려 있다. |
| ⓒ 박정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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