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충격적인 경고, 막으려면 이게 필요하다

안유림 2026. 2. 4. 14: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워킹맘의 수업료] 워킹맘의 코피, 저출생 시대의 문샷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유림 기자]

 김밥
ⓒ 연합=OGQ
"과장님, 코에 왜 휴지를?"

"어머, 창피하게. 오늘 연년생 애들 유치원 소풍날이라 새벽에 일어나서 김밥 좀 싸느라고요. 출근하고 보니 코피가 나네요."

연년생 남매를 키우는 여자 과장님은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왕복 3시간 거리를 매일 출퇴근했다. 그럼에도 아이들 소풍 도시락을 직접 싸고 출근하셨다니.

당시 아이가 없던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굳이 김밥을 싸야 하나?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보니 그 마음이 이제서야 이해된다. 내가 일한다는 이유로 사 먹이고 싶지 않은 마음 반, 아이가 엄마의 사랑이 담긴 김밥을 먹으며 좋아했으면 하는 마음 반. 그 마음이 하는 일이었다.

한번은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자꾸 머리 뒤가 찌릿찌릿한 거예요. 고질병이던 편두통이 재발했나 했는데, 웬걸. 검사해 보니 대상포진이더라고요. 좀 더 늦었으면 위험할 뻔했어요."

30대 후반, 한창 일과 육아에 체력을 쏟아부을 나이의 동료였다. 그래서 둘 다 에너지를 쏟아붓다 보니 보통 50대 이후에나 접종하는 대상포진에 걸린 것이다.

또 다른 선배의 이야기도 있다.

"이명 있잖아요. 재작년에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생겼어요. 근데 집에 가면 애들 챙기느라 쉴 수도 없으니까요. 결국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되자 선언했죠. '엄마 당분간 휴업이다'라고. 지금도 완치는 아니에요. 윙윙 소리가 가끔 들리는데, 점점 늘어나는 애들 학원비 벌려면 회사 휴직은 못 하죠."

누구에게나 서사는 있다. 일을 하든 안 하든, 아이가 있든 없든, 개인적인 지병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워킹맘 선후배들의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걸리는 건, 지병이 있음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데 있다. 회사에서는 일에 쫓기고, 집에서는 육아에 쫓기며, 정작 자신을 돌볼 시간은 없다.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를 무시한 채 달려가야 하는 현실. 그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가능할까.

일론 머스크의 경고
 1월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발언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최근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꽤 충격적이었다. 0.74명이라는 우리나라의 출생률을 알고는 있었지만, "북한이 굳이 침공할 필요도 없이 그냥 걸어서 넘어오면 될 것"이라는 인구 소멸 국가의 미래라니. 그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라니.

"한 국가가 올바른 경로로 가지 않는다는 신호 중 하나는 성인용 기저귀가 아기용보다 많아지는 시점"이라는 그의 말이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는다.

무엇이 올바른 경로인지 명확히 알 수는 없으나, 생명이 움트지 않는 땅에 미래가 없음을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역사가 그래왔으므로. 그리고 생명의 움틈이 줄어들수록, 어쩌면 우리는 생명의 가치 자체에 대한 기억마저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시립어린이집이 생겼을 때, 어린이집 바로 앞 아파트 동에서 민원이 들어왔다.

"아이들이 등·하원할 때 좀 조용히 해주세요. 매일같이 시끄러워서요."

한창 조잘대며 말을 배우고, 가만히 있을 때는 아플 때와 잘 때뿐인 유아들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이야기였다. 나로서는 기막힐 노릇이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이들이 줄어들고 키우기 힘든 환경이 되면, 우리나라는 자연스레 침묵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집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테니까.

주말에 오랜만에 아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다녀왔다. 요즘 키즈카페는 직원들이 준비운동도 시켜주고, 시간마다 디스크자키(DJ)가 되어 댄스 타임도 열어준다. 아이들은 신나게 방방이를 뛰며 귀여운 춤을 따라 춘다. 부끄러움이나 경쟁심 없이 순수하게 춤추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표정 역시 한없이 순수하다.

남편이 옆에서 한마디한다.

"요새 저출생이라더니, 이런 데 오면 애들이 엄청 많은 것 같아."

"그거야 우리가 아이들이 많은 데를 오니까 그렇지. 잘 봐둬. 우리나라의 미래야. 미래가 뛰고 있는 거라고. 엄청나게 소중한 아이들이야."

정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미래가 트램펄린에서 방방 뛰고 있구나. 이 아이들이 줄어들수록 그곳엔 무엇이 존재할까. 직장인 엄마, 아빠로서 몸이 아파도 지키고 싶은 가치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을까.

저출생 시대의 문샷
 1월 1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로 이동된 아르테미스 2호 우주 발사 시스템(SLS) 로켓과 오리온 유인 캡슐이 발사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 NASA
1969년 미국의 달 착륙 프로젝트는 불가능해 보이던 게 가능해진 역사를 대변했다. 그리고 '문샷(moonshot)'이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불가능해 보이는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고 새로운 기술 혁신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은 점진적 개선(10% 향상)이 아닌, 10배의 혁신을 달성하려는 사고방식을 뜻한다.

저출생 시대의 문샷은 무엇일까.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등 제도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고, 금전적·사회적 보상을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만으로는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 점진적 개선으로는 저출생의 문샷을 쏠 수 없다.

2025 서울가족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첫 번째 이유는 "기대만큼 자녀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서"다. 또한 "개인 생활에 대한 보장"이 확대될 경우 출산 의향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실의 시계는 여전히 이런 바람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부모의 성별과 연령대, 자녀의 연령대에 따라 '부모 됨'의 의향이 달라지는 만큼, 그에 맞는 혁신적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

저출생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북유럽이나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여성의 고용률이 높다. 아이를 낳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를 낳은 후 키우는 선배들의 모습이 잠재적 부모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일이냐 아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기점이 많을수록 부모가 되겠다는 선택률은 낮아진다. 출산과 양육비를 줄이는 현금이나 세제 지원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과 육아 사이에 불편한 선택을 벗어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코피 흘리며 김밥 싸고, 대상포진에 걸리고, 이명에 시달리면서도 일터와 집을 오가는 워킹맘들. 그들의 마음이 지키고 싶은 미래엔 생명과 사람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생 고령화 사회인 대한민국엔 점진적 개선이 아닌 문샷과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 애초에 문샷을 쏘아 올릴 연료가 사라지기 전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