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 없이 견디는 영하 20도 추위, 냉동고에 갇힌 우크라이나

정주진 2026. 2. 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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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에너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압박... 매일이 생존 싸움

[정주진 기자]

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이번에도 공격은 주로 발전 시설에 가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로 인해 다시 수십만 명에 대한 난방이 끊겼다고 밝혔다.

CNN은 비탈리아 클라트쉬코 키이우 시장의 말을 인용해 이날 러시아의 공격으로 약 1200개의 고층 건물에 난방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또한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도 5만 명의 주민에게 전기와 난방이 끊겼고,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하르키우에서도 820개의 주거용 건물에 난방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 주요 도시들이 다시 큰 피해를 입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밤의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 러시아의 공격에 대응하길 기대한다. 외교적 접촉이 이뤄지고 추운 겨울 날씨가 계속되는 동안 발전 시설을 공격하는 걸 중단하는 건 미국의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70발의 미사일과 450대의 드론으로 6개 지역의 발전 시설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3일 공격 후 우크라이나의 최대 전력회사인 DTEK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여러 개의 화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DTEK의 맥심 팀첸코 대표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부서지고 불에 탄 발전 시설을 공개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를 얼려버리는 푸틴
 2026년 2월 3일(현지시각), 러시아의 공격으로 영하의 날씨 속에 전기와 난방이 끊긴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역에서 폴란드 자원봉사자들이 수프를 만들고 있다. 로이터/토마스 피터
ⓒ 연합뉴스 = 로이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요청에 따라 지난 일요일까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들과 발전 시설에 대한 공격을 중단했다. 그리고 약속한 기간이 끝나자 올해 최대 규모의 공격을 가하고 우크라이나를 다시 냉동고로 만들었다.

이에 대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공격 재개에 놀라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러시아의 공격 재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약속된 건) 일요일부터 일요일까지였고 지난 밤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을 더 중단했다면 좋았겠지만 푸틴 대통령은 "일주일 동안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더는 푸틴 대통령을 말릴 수 없으므로 결국 우크라이나가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고 결국 휴전에 합의하라는 압박이다.

러시아는 겨울이 시작된 이후부터 우크라이나 발전 시설에 대한 공격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추운 겨울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원하는 종전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의 전략을 잘 알고 있지만 러시아를 비난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 러시아 공격 이후의 성명에서 "겨울 중 가장 추운 때를 이용해 사람들을 위협하는 것이 러시아에겐 외교보다 더 중요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사회관계망을 통해 "러시아가 일시적으로 공격을 중단한 건 외교적 노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사일을 비축하고 가장 추운 날을 기다렸던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의 날씨가 영하 20도 이하가 됐을 때 공격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의 잇단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반복적으로 전기와 난방이 끊기는 경험을 하고 있다. 가디언은 1월 9일 수도 키이우에 대한 대규모 공격으로 키이우 주택의 약 절반인 6000개의 주거용 건물에 전력 공급과 난방이 중단됐고, 1월 20일 공격 후에는 5600개의 주거용 건물에 전력이 끊겼다고 보도했다. 또한 1월 24일에는 6000개의 건물에 난방에 끊겼고 이중 많은 건물이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 경제장관의 말을 인용해 겨울이 시작된 11월부터 3개월 동안의 러시아의 발전 시설 공격으로 인한 피해액이 약 10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후로도 피해는 계속 축적되고 있다.

"러시아는 원하는 걸 가질 수 없을 것"

3일 공격 이전에 이뤄진 CNN과의 인터뷰에서 DTEK의 팀첸코 대표는 5개의 발전소를 운영 중인데 그중 2개는 전력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고 나머지 3개는 최저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난방과 전력이 가장 필요한 때에 회사는 "생존 싸움" 중이라며 "현대 역사상 가장 최악의 전력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반복적인 공격으로 수리를 계속하고 있지만 추운 날씨 때문에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러시아 전역에서 거의 영하 20도의 날씨에 난방 없이 살아야 하는 수백만 명의 고통스런 일상이다. 키이우에 살고 있는 70세의 타티아나는 스카이뉴스 기자에게 엘리베이터가 끊긴 아파트에서 9층까지 올라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침에 눈을 뜨면 끔찍하게 추워서 오들오들 떨며 걷는다"고 말했다.

임신 중인 29세의 다리아는 두 살배기 아들 미샤에게 연신 "자, 자, 올라가자. 거의 다 왔어"라고 어르며 16층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녀는 스카이뉴스 기자에게 "입에서 입김이 나온다. 작은 아이에게는 그냥 (견디기)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친척집으로 옮겼는데 며칠에 한번씩 집에 와 자신의 집과 옆집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사는 23세의 에바는 스카이뉴스 기자에게 "강해지고 웃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가장 효험 있는 약은 농담이다. 서로 농담을 건네며 웃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수도관이 파열돼 나온 물로 바닥이 얼어버린 아파트 7층에 있는 집을 보여주었고 "양말을 하나, 둘, 세 겹... 그리고 부츠"라고 말했다. "집에서는 너무 추워 양말이랑 셔츠를 여러 겹 입어야 한다"며 "사실상 사는 게 아니라 매일 생존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BBC 또한 3일 공격 후 만난 키이우 주민들이 며칠에서 몇 주 동안 난방이 없이 모자, 코트, 이불 등을 덮고 추위를 견디고 있고, 무료 배급소에서 수프를 배급받으며 지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025년 4월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과 회담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 모두를 압박하는 이중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키이우 주민들은 BBC에 러시아의 의도는 자신들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어 정부에 등을 돌리게 하고 영토를 포기하고 휴전 합의를 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전략은 오히려 주민들의 분노를 높이고 있다. 스프를 배급받기 위해 서 있던 베라라는 이름의 여성은 BBC에 "러시아는 원하는 걸 가질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떤 경우든 우리는 그들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의도는 분명하고 이를 잘 아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은 러시아의 '비열한' 공격을 비난하고 있지만 발전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멈추게 하고 냉동고에서 벗어날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로 예정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의 3자 회담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을 이끌어낼 내용이 나오지 않는 한 말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은 1월 23일과 24일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에서 역사적인 첫 3자 회담을 가졌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에 대한 러시아가 통제 여부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있을 회담에 대한 전망도 좋지는 않다. 영토 문제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종전 회담에 진전이 없는 한 냉동고에 갇힌 채 생존 전쟁을 해야 하는 우크라이나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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