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 잘못 만났을 뿐인데⋯가족까지 입국 차단된 몽골인 32명
허위 특허 수사 뒤 외국인 ‘공범’ 취급
자진 출국·입국 제한⋯가족 피해 확산
“한국 믿지 말자”⋯몽골 사회 반발 커져

불법은 행정사가 저질렀지만, 처벌은 외국인이 받았다. 허위 특허 출원으로 기술창업 비자를 알선한 행정사는 검찰에 넘겨졌지만, 그를 믿고 계약한 몽골인 32명과 가족들은 강제·자진 출국과 장기 입국 제한이라는 낙인을 떠안았다. 전문가는 수사를 받았고, 의뢰인은 공범으로 분류됐다.
4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지난달 7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행정사 A씨(45)와 몽골인 모집책 2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국내 지식재산권이 없는 몽골인들을 상대로 이미 공개된 특허를 모방하거나 조합해 허위로 출원하고, 이를 근거로 기술창업 활동(D-10-2) 비자 자격 변경을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일보 1월15일자 온라인 '허위 특허로 비자 장사⋯몽골인 32명 속인 행정사 검찰 송치'>
A씨는 1인당 400만~600만 원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모집책들은 SNS를 통해 몽골인을 모집해 A씨에게 소개하고, 수임료의 30~40%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수사 이후의 처리였다. 허위 특허 출원이라는 불법의 주체는 행정사였지만, 비자를 신청한 몽골인 상당수는 '위반자'로 분류됐다. 이들은 비자 제도와 절차를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행정사가 합법적으로 처리해준다"는 설명을 믿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계약 내용 역시 행정 절차 전반을 위임한다는 취지였다.
피해자 양승두(70) 씨는 "행정사는 국가가 자격을 부여한 전문가 아닌가. 불법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우리는 범죄를 의뢰한 적이 없고, 행정을 맡겼을 뿐"이라고 말했다.
양씨 가족은 출입국 조사 과정에서 상반된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한다. 1차 조사에서는 "행정사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자"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이후 면담에서는 벌금 500만 원을 내면 5년 입국 제한, 납부하지 않으면 사실상 영구 입국 불가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양씨는 "잘못이 없는데 왜 벌금을 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피해자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범죄자가 됐다"고 말했다.
양씨의 딸 B(36)씨는 지난해 8월 비자 신청을 공식 취소한 뒤 자진 출국했다. 그러나 이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3년 복수비자까지 취소됐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제기한 행정심판에서는 출입국청의 처분이 재량권 범위에 속한다며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비자 취소 사실조차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포함됐다.
입국 제한은 당사자에 그치지 않았다. 배우자와 자녀까지 연쇄적으로 비자가 취소되거나 입국이 막혔다. 양씨의 경우 딸뿐 아니라 사위와 손주까지 한국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양씨는 "부모의 행정 절차가 자녀의 입국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묻고 싶다"고 했다.
사건 이후 몽골 사회에서는 한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 가면 사기당하고 범죄자가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한국 사람도 몽골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기술창업 비자는 우수 기술 인재 유치를 위한 제도이며, 불법적인 체류자격 변경 알선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의 불법과 의뢰인의 선의가 구분되지 않은 채, 책임이 약자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불법은 전문가가 저질렀다. 하지만 한국을 떠난 것은, 그리고 돌아오지 못하게 된 것은 그를 믿었던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었다.
/양주=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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