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대 금리 솔깃하네...넌 은행에만 예금? 난 증권사 발행어음!
발행어음 시장이 증권사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 정체된 반면, 증권사는 연 3%대 금리를 제공하는 발행어음을 앞세워 적극적인 고객 유치에 나섰다. 1년 이내 짧은 만기와 약정 수익률 구조, 수시 입출금 가능성 등을 바탕으로 은행 예·적금에서 이탈한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그동안 발행어음 시장에선 미래에셋·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4곳이 경쟁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키움증권이 첫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1월 하나증권까지 가세하며 시장 구도는 단숨에 6곳 체제로 재편됐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2월 중 발행어음 1호 상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또한 발행어음 신규 사업 인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인가를 획득할 경우, 발행어음 사업자는 최대 9곳까지 늘어난다.

키움證 1년물 3.25%
발행어음이란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어음이다. 일반적으로 발행어음은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단기 자금을 다양한 형태로 운용할 수 있어 투자자에게 인기가 좋다.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지만, 증권사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발행사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원금 손실 위험은 제한적이다. 상품 유형은 크게 수시형과 약정형으로 나뉜다. 수시형은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며, 약정형은 일정 기간 자금을 맡기는 방식이다.
1월 28일 발행어음 상품을 판매 중인 증권사는 미래에셋·키움·하나·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 6곳이다. 최근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이 첫 상품을 내놓으며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투자자 관심은 자연스럽게 금리 수준에 쏠린다. 금리 경쟁에서는 신규 사업자가 단연 눈에 띈다. 1월 28일 기준 키움증권은 개인 수시형 연 2.45%, 약정형 1년물 연 3.25%를 금리를 제공한다. 발행어음 사업자 6곳 중 가장 높은 금리다. 올해 첫 발행어음 상품을 내놓은 하나증권 역시 수시형 연 2.4%, 약정형 1년물 연 3.2%로 금리를 비교적 높게 설정했다. 두 회사는 출시 초기 특판 상품을 통해 연 3.4~3.6%대 금리를 제시하며 단기간에 자금을 끌어모았다.
기존 사업자는 대응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시형 금리를 소폭 낮추는 대신 약정형 금리를 구간별로 인상해 1년물 기준 연 3.2%까지 끌어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약정형 1년물 금리를 연 3.0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또한 3% 초반 금리를 제공한다. 평균적으로 2%대 후반인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하면 발행어음 금리 경쟁력이 돋보인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2.8% 수준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적립형 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적립형 발행어음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한국투자·KB·NH투자증권 등이다. 연 4% 안팎 금리가 적용되는 적립형 상품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나눠 넣으면, 납입 시점에 따라 이자가 붙는다. 후발 주자인 키움증권과 하나증권은 아직 적립형 상품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다만 투자자가 주의할 점도 있다.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 상품이 아니다. 원금과 이자는 발행사 신용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금리 경쟁력을 내세운 후발 주자와 달리 기존 사업자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이 신용등급과 안정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다. NH투자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과 그룹 안정성을 강조하며 보수적인 고객층을 공략한다. KB증권은 단계별 수익률이 적용되는 ‘스텝업 발행어음’을 통해 중도 상환 시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구조로 차별화를 뒀다.

기다림 길어지는 삼성·메리츠
증권사 입장에서는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갈린다. 발행어음은 증권사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발행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이다. 약 12조219억원에 달한다. 뒤이어 미래에셋증권(10조3105억원), NH투자증권(8조3667억원), KB증권(6조8645억원), 하나증권(6조1057억원), 키움증권(5조7862억원) 순으로 자기자본 규모가 크다. 아직 상품을 내놓진 않았지만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획득한 신한투자증권 자기자본은 약 5조6311억원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증권은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발행어음 잔액이 17조원을 웃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와 대체투자 역량을 바탕으로 발행어음 자금을 운용한다. 지난해 3분기 발행어음 잔액은 약 8조원이다. 발행어음을 통해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비교적 안정적인 운용 방식을 택했다. 지난해 3분기 NH투자증권과 KB증권 발행어음 잔액은 각각 7조9000억원, 11조원이다.
올해 발행어음 시장은 규모를 더 키울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2월 초 발행어음 1호 상품을 내놓는다. 회사에 따르면, 수시형과 기간물을 5 대 5 비중으로 구성하고, 특판 상품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주 타깃은 2030세대다. 사회초년생과 젊은 투자자를 겨냥해 적립식 상품 등 후속 라인업도 순차적으로 검토 중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경쟁사 발행어음 상품과 비교해 유형이나 구조는 거의 비슷할 수 있지만 특판형은 매력적인 금리 수준이 될 것”이라며 “운용 전략은 모험자본에 무게를 두되,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접근을 우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투자는 하지 않고 중소·중견기업, 벤처, 신기술투자조합 영역에서 모험자본을 공급할 계획”이라며 “유동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고객 환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아직 인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두 회사 자기자본 규모와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려는 정부 의지를 감안할 때, 인가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전직 임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는 등 최근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자칫 문제가 커질 경우, 발행어음 사업 인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삼성증권은 자산관리(WM) 거점점포 불법행위 관련 제재 수위가 변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5월 WM 거점점포 관련 1호로 삼성증권을 검사한 결과 불건전 영업행위를 적발하고 제재 수위를 검토 중이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이 모두 사업 인가를 획득할 경우, 발행어음 사업자는 9곳으로 늘어난다. 이들 증권사 자기자본 규모를 고려하면, 발행어음을 통해 100조원 이상을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업자 확대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금리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증권 업계 시각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발행사 신용도와 운용 성과에 따라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발행어음은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되는 상품인 만큼, 금리뿐 아니라 발행사 재무 건전성과 운용 전략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용도와 운용 성과, 상품 투명성을 갖춘 사업자 중심으로 발행어음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발행어음은 예금자 보호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는 금리뿐 아니라 발행사 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6호 (2026.02.04~0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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