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韓기업 하청업체 전락할라…"구글에 고정밀지도 넘기면 197조원 피해"

이주은 2026. 2. 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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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국내 고정밀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요구
학계 "초기 영향 크지 않아도 연차별 비용 누적 상당"
국가 안보 핵심 인프라…자율주행·피지컬 AI와도 연결
"생태계 잠식 따른 해외로 자본 누수…혁신 줄 것"
정진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가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정부가 구글과 애플의 국내 고정밀지도 해외 반출 요구를 두고 고심 중인 가운데, 공간정보학계 전문가들이 지도 반출 시 최대 197조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정밀지도는 한국 구석구석에 대한 정보를 가진 검증된 고정밀 데이터로, 이를 내줬다간 추후 해외 플랫폼 종속 뿐 아니라 자율주행,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에서도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진도 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에서 "반출 이후 초기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연차별 비용 누적으로 중장기적 생태계 구조가 바뀔 것"이라며 "국내 산업 위축과 해외 유출이 가장 큰 피해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 정 교수는 연산가능일반균형모형(CGE)를 이용해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필요한 가정들은 전통적인 해외 참고문헌의 보수적인 근거를 참조했고, 단정적 영향을 추정하는 대신 민감도를 살펴 범위 형태로 제시했다.

정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GDP 변화율이 누적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낙관적, 중립적, 비관적 케이스로 나눠서 연구했을 경우 최대 197조원의 누적 총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경제 리스크 중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는 종속 효과, 잠금 효과, 옵션 축소 등 비가역적 문제가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연구에 따르면 비용 항목 중 국내 산업의 직접 피해가 가장 컸다. 해외 플랫폼의 점유율 확대로 인한 국내 모빌리티·공간정보 산업 매출 잠식은 연평균 최대 16조41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라이선스와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이용료 등 해외로 빠져나가는 로열티 유출액은 연평균 최대 14조2000억원으로 예측돼 부가가치 창출 없는 해외로의 자본 누수가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생태계 잠식과 동시에 신규 사업자 진입으로 인한 생태계 혁신 가능성이 줄어들 것"이라며 "기업들의 진입 역량이 감소할 시 이용 가능한 자원이 한정적인 중소 기업이나 영세사업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측량성과국외반출협의체(협의체)는 오는 5일 구글의 보완 서류 제출 여부에 따라 1대 5000 축적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구글은 지난해 3월 한국 정부에 1대 5000의 정밀 지도를 구글의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1대 5000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cm로 표현할 수 있어 고정밀 지도로 분류된다. 그간 업계에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을 불허해 왔으나 이번에는 미국 정부 압박에 따른 통상 이슈가 겹쳐지며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공간정보학계 전문가들이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데일리안 이주은 기자

업계는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 시 국내 공간정보와 지도, 플랫폼 시장이 잠식되고 해당 분야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국외로 이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외 플랫폼이 고급 정밀지도를 확보할 시 국내 지도·내비·LBS(위치기반서비스) 경쟁력이 약화되고 이용자 기반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 영향력 강화로 광고, 수수료, API 기반 수익이 해외로 집중되며 국내 부가가치 일부가 해외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주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자율주행지능연구실 연구원은 "구글이 축적한 공간정보 파운데이션 모델이 국내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학습할 시, 이는 한국 구석구석을 잘 아는 AI 전문가가 해외에서 탄생하게 되는 것"이라며 "공간정보는 단순히 물리 세계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계 전환의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세금을 들여 구축한 국가 인프라를 대안없이 해외에 반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대종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간 정보는 국가 미래 안보, 생존과 직결된 사안으로 협상 대상이 맞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산업 원재료를 넘어 로봇과 AI가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 필수 기반"이라고 힘줘 말했다. 위광재 지오스토리 CVO(최고비전책임자)는 "해외 플랫폼에 종속될 시 네이버와 카카오 등 지도 플랫폼 사업자 외에 관련 중소 산업군 전체가 글로벌 기업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만약 고정밀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경우, 해외 업체들을 관리할 법적 제도가 상당히 미비해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신동빈 안양대 도시정보공학과 교수는 "국내 지도 반출 금지에 대한 조항이 있지만 이는 국내인이 외국에 나갈 때 특별한 목적으로 허락 없이 종이 지도를 들고 나갈 때 반출을 허가받는 것이다. 이미 지도가 디지털 데이터로 바뀌었는데 이에 대한 법적 제도가 미비하다"며 "반출 후 1년마다 갱신 심사를 받긴 하나 이 부분 역시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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