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때문에 간 만화박물관에서 나만 울고 나온 이유
[유수영 기자]
1월 25일 일요일 점심 식사를 마친 뒤,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집에만 있자니 심심하다고 하는 통에 가볍게 다녀올 만한 곳을 찾고 있었다. 그렇게 목적지가 정해졌다.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이다. 나 역시 평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좋아했기에 덩달아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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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만화박물관 |
| ⓒ 유수영 |
"저거 알아!"
세대는 달라도 만화 캐릭터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시작됐다.
박물관 로비에 들어서니 매표소가 보였다. 부천 시민임을 인증하면 20세 이하 시민은 무료 관람이 가능하고, 성인은 할인이 적용되어 단돈 2500원만 결제하고 입장할 수 있었다. 고물가라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 이 정도 비용으로 박물관 전시를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갑고 고마웠다.
만화를 따라, 시간의 입구로
전시는 1층부터 4층까지 이어져 있었다. 1층에서는 현재의 만화 산업을 다루고 있었다. 웹툰 전성시대라는 말이 실감 나듯, 익숙한 작품들이 곳곳에 전시돼 있었다. 만화가들의 아이디어 스케치 노트와 스토리보드, 메모를 통해 한 편의 웹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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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가들의 펜 110여 점에 달하는 만화가들의 실제 사용 펜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가들의 개인 소장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
| ⓒ 유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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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기사 한 쪽면에서 풍자와 해학을 담당했던 만화들의 모습 |
| ⓒ 유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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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방을 재현한 부스 |
| ⓒ 유수영 |
"만화책을 빌려놓고 며칠씩 돌려주지 않아 연체금을 냈던 기억도 난다."
"맞아요. 만화책에 낙서가 많았고, 찢어져서 읽지 못하는 페이지도 있었죠."
"만화방에서 라면도 끓여 먹었잖아. 기억해?"
"구공탄불에 끓여 먹던 라면이었죠. 정말 맛있었는데 그걸 어떻게 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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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년대를 책임졌던 월간 만화잡지들 |
| ⓒ 유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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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공룡둘리를 전시하는 공간 |
| ⓒ 유수영 |
전시는 1960년대를 지나 1990년대로 이어졌다. 만화 '아기 공룡 둘리', '공포의 외인구단', '달려라 하니'가 전시된 공간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올라왔다. 이유를 정확히 짚기는 어려웠지만, 코끝이 잠시 붉어지기도 했다.
소년챔프, 아이큐점프, 댕기, 윙크 같은 월간 만화잡지, 그리고 순정만화 전성기를 이끈 작품들이 이어졌다. 천계영 작가의 작품, 얼마 전 타계한 이우영 작가의 <검정고무신> 앞에서는 청소년 시절의 내가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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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가의 머릿속 |
| ⓒ 유수영 |
"엄마! 저 사람은 왜 자고 있는 거야?"
"글쎄? 만화를 그리다가 잠들었을까?"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꿈 속도 만화처럼 생겼을까?"
조형물 앞에서는 지나가던 가족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이의 질문과 어른의 다정스러운 응답이 전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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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 <풀하우스> 속의 한 장면을 재현해 놓은 공간 이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게끔 포토존을 꾸려 놓았다. 풀하우스는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기도 했다. (송혜교, 정지훈 출연) |
| ⓒ 유수영 |
아이들 방학을 맞아 떠난 짧은 외출이었지만 그날 박물관에서 가장 큰 울림을 받은 사람은 아마도 나였을 것이다. 우리는 만화를 보고 나왔고, 각자의 시간으로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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